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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바람과 먼지의 세상, 그 길 위에 서서

김명인3

⑯ 추분(秋分), 우렛소리 멈추고 벌레도 숨는다 추분(秋分), 가을의 네 번째 절기 23일(2024년은 22일)은 추분(秋分)이다. 백로(白露)와 한로(寒露) 사이에 드는, 24절기 가운데 16번째 절기, 가을의 네 번째 절기다. 이날 추분점에 이르러 낮과 밤의 길이가 같아진다. 사람들은 추분을 특별한 절일(節日)로 여기지는 않는다. 그러나 낮과 밤의 길이가 같아지는 이 날을 중심으로 계절의 매듭 같은 걸 의식하게 된다. 낮과 밤의 길이가 같은 날이지만, 실제로는 해가 진 뒤에도 어느 정도까지는 여광(餘光)이 남아 있어서 낮의 길이가 상대적으로 길게 느껴지기도 한다. 그러나 추분을 지나면 점차 밤이 길어지기 시작하므로 자연히 여름이 가고 가을이 왔다는 사실을 실감하게 되는 것이다. 실제로 서양에선 ‘추분부터 대설까지’를 가을로 여기지만, 우리는 ‘추분.. 2023. 9. 22.
‘저항의 거점’ 창비, 뻔뻔스러워지다? ‘저항의 거점’이었던 창비는 어떻게 바뀌었나 계간 2015년 가을호가 나오면서 한동안 수면 아래 가라앉았던 ‘신경숙 표절 사건’에 대한 논란이 다시 불붙고 있는 모양이다. 이번 가을호 머리글에서 백영서 편집주간이 신경숙 표절에 관한 입장을 새로이 밝히면서부터다. (시중에 책이 배포되었는지는 모르지만, 26일 오전 현재 온라인서점에는 이 책이 올라와 있지 않다.)[관련 기사] 신경숙 표절을 바라보는 의 ‘동어반복’ 백 편집주간은 이런저런 ‘의혹’에 대한 창비의 입장을 밝히고 있지만, 일반의 기대와는 꽤 멀리 떨어진 내용 탓에 문학계의 실망과 비판도 한층 높아지고 있다. 창비의 공식 입장은 일단 ‘표절 의혹’에 대한 사실상의 ‘반박’이다. ‘표절과 문학 권력 논란을 겪으며’라는 제목의 머리글에 나타난 창비의.. 2021. 8. 26.
주례사 비평, 끼리끼리 나누는 ‘우의의 연대’? [서평] 주례사 비평을 넘어서 뒤늦게 (2002,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를 읽었다. 책이야 지난해 12월 30일에 샀지만 정작 이 책이 나온 때는 2002년이니 구간(舊刊)도 한참 구간인 셈이다. 그러나 거기서 비평가들이 제기한 2000년대 초반의 이 나라 비평에 대한 문제의식은 모르긴 몰라도 여전히 유효해 보인다. 비평집이어서 꽤 시간을 잡아먹으리라고 생각했지만 그건 지레짐작이었다. 나는 ‘단숨에’는 아니지만 집중적으로 책을 읽었다. 읽으면서 ‘비평’이란 게 참 멀리도 있는 거라는 걸 절감했다. 명색이 문학 전공자고, 이십 년이 넘도록 아이들에게 문학을 가르치고 있으면서도 나는 아직 한 권의 비평집도 제대로 읽지 않았다. 내가 그러니 독자에만 머무는 여느 사람들이야 더 무엇을 말하겠는가. 여느 독자들이 .. 2019. 9. 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