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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바람과 먼지의 세상, 그 길 위에 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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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밑, ‘빈자일등(貧者一燈)’을 생각한다 낮은 사람들이 이웃에 내미는 따뜻한 손 불교 문학을 대표하는 3대 비유경(譬喩經) 가운데 거룩한 현자와 어리석은 범부를 대비하여 현명함과 어리석음에 대한 교훈을 일깨우는 〈현우경(賢愚經)〉이 있다. 타인을 위한 가난한 여인의 보시(布施)를 다룬 ‘빈자일등(貧者一燈)’은 거기 실린 이야기다. ‘빈자일등(貧者一燈)’, 에 실린 이야기 가난한 여인 ‘난타’는 석가세존이 온다는 소식에 구걸해 얻은 돈 두 닢으로 기름을 사서 등불 하나를 밝힌다. 밤이 지나 다른 등불은 모두 꺼졌으나 그 등불만은 홀로 타고 있었다. 이에 목련존자가 그 불을 끄려 하였으나, 불꽃은 흔들리지도 않았다. 이에 석가세존은 “일체중생을 모두 건지려는 큰마음을 낸 사람이 보시한 것”이므로 끌 수 없으리라고 하였다. 불교를 떠나도 이 이야기는.. 2023. 12. 29.
삼천오백 원, 혹은 음료 한 병의 ‘선의’ 폭염 속, 한 경관이 노점상 할머니에게 보인 선의 초중등학교에서 학생들 대신에 청소노동자들이 화장실 청소를 도맡게 된 것은 그리 오래된 일은 아니지만, 엔간히 일반화된 상황 같다. 덕분에 아이들은 청소를 면제받고 아주 잘 관리된 깨끗한 화장실을 쓸 수 있게 되었다. 더럽고 냄새나는 재래식 화장실밖에 없었던 20년 전을 생각하면 가히 ‘장족’의 발전이라 할 만하다. 잘 청소된 화장실을 이용하고, 가끔 청소하는 여성 노동자를 만날 때마다 나는 몇 해 전에 ‘청소노동자’ 문제를 환기하게 된 홍익대 파업 투쟁을 떠올리곤 한다. 그 투쟁은 학생과 시민들의 연대 투쟁을 통해 노동자들에게는 승리를 선사했지만, 예의 투쟁에 크고 작은 힘을 보탠 사람들에겐 우리 사회와 자신의 삶에 대한 성찰의 기회를 주었던 것 같다. .. 2020. 8. 31.
2006년 금강산, 그리고 2018년 서울 평창 동계올림픽을 축하하는 북측 예술단이 두 차례의 공연을 마치고 지난 11일에 북으로 돌아갔다. ‘평창’을 굳이 ‘평양’으로 읽고 싶어 하는 극우단체들이 공연을 따라다니며 반대 집회를 벌였지만 이들은 공연을 관람한 시민들로부터 따뜻한 환영과 함께 큰 박수도 받았다. 삼지연관현악단이 불러준 우리 대중가요 강릉의 첫 공연은 공중파의 녹화 중계로 볼 수 있었지만 서울 공연은 따로 중계가 없었던 것 같다. 대신 인터넷 유튜브에는 중계방송 대신 길고 짧은 동영상이 여러 편 올라와 있었다. 나는 그 중 ‘삼지연 관현악단이 부른 남한 가요 종합 모음’이라는 26분짜리 동영상을 내려받았다. 나는 깊숙이 의자에 몸을 파묻고 컴퓨터 모니터로 북한 예술단 공연을 시청했다. 나는 왁스가 불렀다는 ‘여정’이란 노래를 북한 여.. 2018. 12.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