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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바람과 먼지의 세상, 그 길 위에 서서

3월3

삼월을 맞으며 20년 만에 여학교로 돌아와서 3월이다. 내 탁상 달력에는 ‘온봄달’이라 이름 붙이고 있는데, 그 ‘온’의 의미가 잘 짚이지 않는다. 아마 ‘온전하다’는 의미인 듯한데, 따로 사전을 찾아서 해결할 문제가 아니니 그러려니 하고 짐작하고 만다. 1일은 3·1절. 오늘 저녁에는 시(市)에서 ‘횃불 만세운동’ 재현 행사를 연다고 한다. 행사 사진을 몇 장 찍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다. 일찌감치 행사장 인근의 건물을 물색해 사진 찍을 장소를 봐 둬야 하는데, 썩 자신이 생기지 않는다. 삼각대를 설치해 야경을 찍은 경험이 없어서다. 안동은 최초의 항일 독립운동인 ‘갑오의병(1894)’이 봉기한 곳으로 경술국치를 전후하여 스스로 목숨을 끊어 순국한 지사를 열 분(전국 60여 분)이나 낳았고, 단일 시군으로는 시도 단위.. 2022. 2. 28.
춘신(春信), 봄소식을 기다리며 비담임으로 맞이한 2011학년도 좀 무심하게 2011학년도를 시작했다. 담임을 맡지 않게 되면서 3층 1학년 교무실에서 1층의 본 교무실로 내려왔다. 학년 교무실에 비기면 두 배는 넘을 널따란 교무실은 지난해 수천만 원을 들인 인테리어 공사로 쾌적해졌다. 사방 내벽을 원목으로 처리해서인지 숨쉬기가 훨씬 편해졌다는 걸 느낀다. 배정받은 자리도 마음에 든다. 교감 옆자린데, 지난해 학년을 같이 한 동료들 셋이 옹기종기 모였다. 왼편으로 개수대와 정수기, 출입문 등이 모두 가깝고, 뒤쪽의 수납공간도 마음에 든다. 창을 등지고 앉으니 실내가 한눈에 들어와 시원하다. 드나드는 아이들로 부산한 학년 교무실과 같은 활기는 없지만, ‘절간’ 같은 고즈넉한 분위기도 좋다. 수업 시수는 지난해와 같은데 보충 시간이 줄면서.. 2021. 3. 13.
삼월, 그리고 서설(瑞雪) 3월 내린 상서로운 강설 개학 첫 주, 해마다 되풀이되는 가장 길고 힘든 주일이 계속되고 있다. 수업하고 돌아오면 소소한 일거리가 끊이지 않고 기다리고 있다. 낯선 아이들은 복도를 지나며 씩씩하게 인사를 해대지만 정작 어느 녀석이 어느 녀석인지 구별할 수조차 없다. 다시 2학년이다. 나는 잠깐만 망설였다. 이번엔 구체적으로 문과반을 달라고 요구했다. 이과반이 한반 늘면서 문과의 끝 반인 4반을 맡았다. 아이들은 서른셋. 작년의 스물다섯에 비기면 여덟 명이 많을 뿐이지만. 교실이 꽉 찬 느낌이고, 사흘째지만 아이들 얼굴을 익히는 게 여간 어렵지 않다. 이웃 반에는 저희가 중1 때 특별활동을 하면서 얼굴을 익힌 아이가 몇 있지만, 우리 반엔 나와 연이 있는 아이가 전혀 없다. 어저께 아이들 자기소개서를 읽다.. 2021. 3.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