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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바람과 먼지의 세상, 그 길 위에 서서

동성아트홀4

소와 아버지에게 바치는 <워낭소리> [영화평] 다큐멘터리 영화 이충렬 감독의 아내와 함께 대구 동성아트홀에서 상영하고 있는 다큐멘터리 영화 를 보고 왔다. 지난해 3월 를 본 이후 거의 1년 만이다. 이 도시에는 다큐멘터리 상영관도 없고 괜찮은 예술영화 따위도 들어오지 않는다. 챙기지 않으면 못 보겠다 싶어서 서둘러 나는 난생처음으로 인터파크에서 표를 예매했고 부리나케 대구를 다녀온 것이다. 대충 위치가 거기쯤이라는 걸 알고 있었지만, 거의 10년 만에 찾은 도심은 낯설었다. 영화관은 도심의 한 빌딩 3층이었다. 좁고 가파른 계단을 오르면서 아내는 ‘불나면 큰일 나겠다’고 중얼거렸다. 워낙 화제가 되어서인가, 200여 석의 자리가 관람객으로 꽉 찼다. 자리는 좁고 불편했지만, 관객들은 숨을 죽이고 화면을 바라보았다. 낡고 오래된 상영관이어.. 2021. 4. 14.
<낮술>, 그래 인생은 그런 거야, 어쩔래? 영화 이 말하는 것들 어제 오후에 동성아트홀에서 을 보았다. 그 전날 친구들과 오래 ‘밤술’을 마셨고, 모텔에 든 건 새벽이었다. 숙취가 가시기 시작할 무렵인 오후 2시께에 나는 대구의 예술영화 전용관인 ‘동성아트홀’의 좁고 불편한 의자에 앉아 있었다. 이 ‘불편’은 일반 상영관에선 올리지 않는 ‘돈 안 되는 영화’를 보기 위해서 치러야 하는 일종의 ‘통과의례’인지 모른다. 200석 규모의 소극장에 관객은 3~40명 선. 안경을 가져오지 않아서 비교적 앞자리에 앉았다. 그리고 상영 115분 동안, 나는 나른하게 가라앉는 몸과 싸우며 뒤편 관객들의 반응을 아주 민감하게 살피고 있었다. 대부분 2, 30대인 관객들은 서둘러 실소했고, 더러는 폭소를 터뜨렸다. 그들은 나와 마찬가지로 언제든 재미있는 장면만 나.. 2021. 3. 28.
정말 이 영화로 지난 5년을 ‘정산’할 수 있을까 김재환 감독의 신작 마침내 MB가 주연한 영화가 개봉되었다. 들머리에 박힌 주연배우의 이름을 보고 긴가민가하던 관객들도 65분짜리 이 복합장르(?)의 영화를 다 보고 나면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다. 굳이 엔딩 크레디트에 올라오는 ‘기획·주연=모조리 MB’라는 안내를 보지 않더라도 말이다. 를 만든 김재환 감독의 신작 은 감독 스스로 밝혔듯 ‘코믹 호러’ 영화다. “2007년에 이명박 대통령 후보가 했던 말(공약)을 지금 들으면 코미디로 느껴지고, 지난 5년을 겪은 사람들에게 영화 속 ‘엠비’의 표정·음성들이 공포(호러)로 다가올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영화의 출연진은 호화롭다. MB가 주연인 대신, 정동영과 이회창은 ‘조연’이고 허경영은 ‘찬조 출연’, 김제동이 ‘특별출연’했다. 물론 이 영화는 다큐.. 2020. 10. 21.
그리운 극장, 추억의 단관 영화관 시대 단관 영화관이 사라지고 있다 인터넷에 국내 최초 영화관인 단성사 관련 기사가 여기저기 눈에 띈다. 법원경매에서 세 차례나 유찰돼 최저 입찰가격이 감정가의 절반 수준으로 내려갔다는 소식이다. 어떤 신문에선 ‘주인을 찾지 못하는 현 상황’을 ‘잔혹사’라고 표현하고 있다. 인터넷에 떠 있는 낡은 사진 속에 한자 간판 ‘단성사(団成社)’를 단 옛 영화관 건물이 오래 눈길을 끌었다. ‘단성사’ 소식에 단관 극장을 생각하다 물론 나는 단성사 극장을 전혀 모른다. 거기 가 본 적은 물론이고 그게 서울 어디쯤 있는 극장인지조차 모른다. 그러나 7, 80년대 따위의 일간지 하단을 장식하던 영화 광고에서 본, 한자 약자 ‘단(団)’자를 쓴 이름은 눈에 익었다. 이른바, 멀티플렉스(복합상영관)의 시대[관련 글 : ‘가설 천.. 2019. 11. 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