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이 바람과 먼지의 세상, 그 길 위에 서서

기득권5

“늘 지기만 하는 이야기, 지겹지도 않으우?” [리뷰] 김성제 감독의 * 영화의 내용이 일부 들어 있습니다. 김성제 감독의 을 주말 조조 상영으로 보았다. 텅 빈 영화관 맨 뒷자리에 앉아 있으려니 우리가 마치 관람 불가의 성인영화를 보러 온 고교생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관객은 꼼짝없이 우리 둘뿐인가 싶었는데 영화가 시작되기 전에 대여섯의 관객이 더 들었다. 자녀인 듯한 남녀를 대동한 초로의 부부와 젊은 남녀 두 쌍이었다. 그들은 조용히 목소리를 낮춰 이야기를 주고받더니 자리를 찾아 앉았다. 나는 젊은 남녀보다 초로의 내외가 궁금했다. 타이를 매진 않았지만, 정장 차림의 깡마른 몸매에 잿빛 머리가 인상적이었다. 어떤 이일까. 주말 아침부터 ‘소수’나 관심을 가질 만한 영화를 보러 온 저 사람은. 첫머리에 ‘허구’라는 사실을 밝히며 시작되지만, 이 영.. 2021. 7. 18.
다시 ‘외고’를 생각한다 강고하여라, 우리 사회의 ‘기득권’이여… 블로그에 ‘외고’ 관련 글을 쓴 것은 내가 에 쓴 기사 때문이었다. 본 의도와는 달리 그게 첨예한 쟁점이 되었던지 블로그가 제법 북적댔다. 백 개가 넘게 달린 댓글을 통해 나는 사람들 생각의 향방을 잠시 가누어보기도 했다. 댓글뿐 아니라, 쪽지를 통해서 의견을 보내준 분들도 여럿 만났다. 특히 자신의 고민을 숨김없이 드러내면서 의견을 밝히는 낯선 이들의 글을 받으면서 나는 반은 농으로 ‘현대인들은 무척 외로운가 보다’ 고 말했다. 그랬더니 딸애가 거기에 자기 의견을 덧붙여 주었다. “우리 모두가 그렇듯 자신의 고민과 내면을 나눌 만한 마땅한 상대가 없는 게 아닐까요? 삶 가운데서 그런 의견을 나눌 기회도 많지 않을 테고요…….” 나는 머리를 끄덕였다. 그랬다. 내.. 2020. 2. 18.
“그래도 군대는 가야 한다”고 하는 ‘숙맥’ 조카 성년 남자에게 주어진 책무 군대를 생각한다 나는 각종 의식에서 국민의례를 할 때, ‘국기에 대한 맹세’가 나오면 속으로 가끔 ‘나라가 백성들에게 억지 충성심을 강요한다’는 느낌을 지우지 못한다. 물론 태극기를 바라보면서 무언가 거룩한 상념에 빠지는 일도, 용솟음치는 애국심을 가누지 못하는 일도 전혀 없다. 그러나 나는 내가 평균적인 한국인으로서 마땅히 가져야 할 애국심이나 민족의식은 갖추고 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스물두 살에 영장을 받고 입대하여 33개월 동안 현역으로 복무하고 만기 전역했다. 그리고 예비역으로서 주어진 훈련을 한 번도 빼먹지 않고 수행했으며 이어서 민방위 대원의 의무도 게을리하지 않았다. 이미 세상을 떠난 맏형님을 비롯해 우리 집 삼 형제 모두 군대를 다녀왔고 우리 아이는 물론이고 조카.. 2020. 1. 28.
<도가니> , 야만의 세상, 혹은 성찰 실화 소재의 영화 며칠 전, 인근 복합상영관에서 요즘 한참 ‘뜨고’ 있는 영화 를 보았다. 그러려니 했지만, 시작 시각을 기다리는 내내 영화관 앞은 사람들로 꽤 붐볐다. 예상을 웃도는 열기에 딸애와 나는 마주 보며 정말, 동의의 눈짓을 나누었다. 거기서 영화를 보러 온 지인을 두 사람이나 만났으니 가히 ‘도가니’의 열기는 뜨겁다고 할 수밖에 없다. 관객이 많을 수밖에 없는 시간대(밤 8시)이긴 했지만 168석의 자리를 거의 채운 채 영화는 시작되었다. 선입견 때문이었을까. 관객들은 숨을 죽이고 화면에 몰입하는 것처럼 보였다. 관객으로 가득 찬 실내는 금방 후덥지근해져서 우리는 겉옷을 벗어야 했다. “안동에 오고 처음이네” “ 때도 아마 이 정도는 들어왔을걸요?” 영화가 ‘뜨고 있다’면 당연히 이유가 있다.. 2020. 1. 22.
온달과 노무현, 그 ‘경멸과 증오’의 방정식 온달산성에서 ‘노무현과 그의 시대’를 생각한다 “오늘은 충청북도 단양군 영춘면에 있는 온달산성에서 엽서를 띄웁니다.” 이 문장은 쇠귀 신영복 선생의 글 “어리석은 자의 우직함이 세상을 조금씩 바꿔 갑니다”(나무야 나무야, 2001)의 첫 문장이다. 내가 가족과 함께 단양의 온달산성을 다녀온 것은 지난해 이맘때, 대통령 선거일이었지만, 오늘은 같은 문장으로 이 글을 시작하려 한다. 온달산성이 있는 충북 영춘은 내가 사는 데서 100여 Km쯤 떨어진 한적한 시골이다. 이 조그마한 시골 언저리에 길게 누운 427m의 성산(城山)에 세워진 길이 922m, 높이 3m의 반월형 석성이 온달산성이다. 중3 국어 교과서에도 실린 이 글을 내리 세 해 동안 가르쳤지만 정작 나는 거기 가보지 못했었다. 문학작품 속의 배경.. 2019. 5.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