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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바람과 먼지의 세상, 그 길 위에 서서
이 풍진 세상에 /풍경

보성 차밭 구경

by 낮달2018 2020. 2.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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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성 녹차밭을 찾아서

▲  주차장에서 농원으로 들어가는 삼나무길 .

말로만 들었던 보성 녹차밭을 직접 만난 건 지난 1월 12일이다. 아내와 함께한 여행의 귀로에서였다. 보길도에서 완도로 나와 내비게이션에 ‘보성녹차밭’을 입력한 뒤 녀석이 안내하는 대로 차를 달렸다.

 

보성에 차 재배를 시작한 것은 일본인들. 1939년 일본인 차 전문가들이 보성을 최적의 홍차 재배지로 선정, 인도산 차 종자를 수입하여 여기 파종한 것이 시초. 1957년 새로운 차 재배단지를 개간하고 70년대 말∼80년대 초에 재배면적 확대에 힘써 현재는 358ha에서 연간 200여 톤의 차가 생산되는 전국 최대의 다원이 형성되었다고.

▲  주차장 옆의 차밭 .  잔설이 녹지 않았다 .

우리가 방문했던 곳은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차밭이며, 한국 유일의 차(茶) 관광농원이라는 대한다업 관광농원. 입구 주차장부터 곧게 선 삼나무 행렬이 방문객을 눈을 사로잡아 버린다. 이 땅에도 이런 숲이 있었나 싶을 만큼 울창한 삼나무숲은 마치 이국의 풍물을 보는 듯한 느낌으로 다가왔다.

▲  차밭 가운데 난 나무계단 길도 아름답다 .
▲  마치 푹신한 담요 같은 질감으로 펼쳐진 차나무의 행렬은 그것만으로도 눈부신 축복처럼 느껴졌다 .

관광농원은 활성산 자락 해발 350m, 오선봉 주변의 민둥산에 대단위 차밭을 조성하고 삼나무·편백나무·주목나무·은행나무·단풍나무·동백나무 등 약 300여만 그루의 관상수를 심었다. 현재는 170여만 평의 면적 중 약 50여만 평의 차밭이 조성되어 580여만 그루의 차나무가 자라고 있다고 한다.

▲  차잎을 따시오 .  짓궂은 장난질도 정겨워 보인다 .
▲  메타세쿼이아 가로숫길 .

입구부터 방문객들을 압도하는 삼나무 행렬은 바로 수십 년 전 차밭 조성과정에서 방풍림으로 심은 것으로 다원의 명물. 드라마 <온달 왕자>에서 신혼여행지로 등장한 곳, 한 이동통신 회사의 광고에서 수녀와 비구니 스님이 함께 자전거를 타던 메타세쿼이아 가로숫길 등이 여기 있다.

 

날이 흐린 데다 늦은 오후였다. 그러나 산비탈에 마치 푹신한 담요 같은 질감으로 펼쳐진 그 차나무의 행렬은 보는 것만으로도 눈부셨다. 표를 받는 청년은 차밭은 봄에 가장 아름답다고 말했는데, 우리는 눈에 들어오는 차밭과 숲의 초록빛에다 마음속으로 천천히 채색해 보면서, 언젠가 우리 아이들에게 이 아름다운 풍경을 보여주자고 약속하면서 보성을 떠났다.

 

2007. 2. 16. 낮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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