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성 녹차밭을 찾아서
말로만 들었던 보성 녹차밭을 직접 만난 건 지난 1월 12일이다. 아내와 함께한 여행의 귀로에서였다. 보길도에서 완도로 나와 내비게이션에 ‘보성녹차밭’을 입력한 뒤 녀석이 안내하는 대로 차를 달렸다.
보성에 차 재배를 시작한 것은 일본인들. 1939년 일본인 차 전문가들이 보성을 최적의 홍차 재배지로 선정, 인도산 차 종자를 수입하여 여기 파종한 것이 시초. 1957년 새로운 차 재배단지를 개간하고 70년대 말∼80년대 초에 재배면적 확대에 힘써 현재는 358ha에서 연간 200여 톤의 차가 생산되는 전국 최대의 다원이 형성되었다고.
우리가 방문했던 곳은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차밭이며, 한국 유일의 차(茶) 관광농원이라는 대한다업 관광농원. 입구 주차장부터 곧게 선 삼나무 행렬이 방문객을 눈을 사로잡아 버린다. 이 땅에도 이런 숲이 있었나 싶을 만큼 울창한 삼나무숲은 마치 이국의 풍물을 보는 듯한 느낌으로 다가왔다.
관광농원은 활성산 자락 해발 350m, 오선봉 주변의 민둥산에 대단위 차밭을 조성하고 삼나무·편백나무·주목나무·은행나무·단풍나무·동백나무 등 약 300여만 그루의 관상수를 심었다. 현재는 170여만 평의 면적 중 약 50여만 평의 차밭이 조성되어 580여만 그루의 차나무가 자라고 있다고 한다.
입구부터 방문객들을 압도하는 삼나무 행렬은 바로 수십 년 전 차밭 조성과정에서 방풍림으로 심은 것으로 다원의 명물. 드라마 <온달 왕자>에서 신혼여행지로 등장한 곳, 한 이동통신 회사의 광고에서 수녀와 비구니 스님이 함께 자전거를 타던 메타세쿼이아 가로숫길 등이 여기 있다.
날이 흐린 데다 늦은 오후였다. 그러나 산비탈에 마치 푹신한 담요 같은 질감으로 펼쳐진 그 차나무의 행렬은 보는 것만으로도 눈부셨다. 표를 받는 청년은 차밭은 봄에 가장 아름답다고 말했는데, 우리는 눈에 들어오는 차밭과 숲의 초록빛에다 마음속으로 천천히 채색해 보면서, 언젠가 우리 아이들에게 이 아름다운 풍경을 보여주자고 약속하면서 보성을 떠났다.
2007. 2. 16. 낮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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