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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역거부, 우리 안의 ‘편견’과 ‘낯섦’을 넘어

by 낮달2018 2020. 1. 9.

[서평] 민용근의 <그들의 손에 총 대신 꽃을>

 

▲ 민용근 지음 ,  끌레마 , 2014

해마다 자유 민주주의 국가 대한민국에선 600∼700명의 젊은이가 1년 6개월의 징역형을 선고받고 감옥에 갇히고 있다. 성년에 이르기까지 선량한 시민으로 살아온 이 청년들이 감옥으로 가는 것은 이들이 이 나라의 병역법을 어겼기 때문이다.

 

“현역 입영 또는 소집 통지서를 받은 사람이 정당한 사유 없이 입영 또는 소집 기일부터 각호의 기간이 경과하여도 입영하지 아니하거나 소집에 불응한 때에는 3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는 병역법 제88조 제1항이 그들을 감옥에 가두는 근거다.

 

보통 입영이나 소집을 거부하는 행위는 ‘병역 기피’로 불린다. 그러나 이 청년들은 극구 자신들의 행위를 ‘병역거부’로 표현하며 그 앞에 굳이 ‘양심에 따른’이라는 구절을 덧붙인다. 이들이 말하는 ‘양심’은 ‘자신의 내면의 소리(신념)’를 뜻하는데 그것은 ‘종교적’이기도 하고 그렇지 않기도 하다.

 

그러나 그 내면의 신념은 법에서 말하는 ‘정당한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 2013년 6월 유엔인권이사회(UNHRC)가 낸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에 관한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병역거부로 수감 중인 사람은 모두 723명, 이들 중 92.5%인 669명이 한국인이다.

 

영화감독 민용근이 전하는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 이야기

 

영화감독 민용근이 전하는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 이야기 <그들의 손에 총 대신 꽃을>에는 지은이가 직접 인터뷰하고 취재한 병역거부 당사자와 관계자 열두 명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281쪽의 두께보다 거기 담긴 내용이 훨씬 무겁고 아프다.

 

지은이는 군대도 다녀왔고 종교도 없다. 그런데도 그가 병역거부 문제를 다룬 책을 펴내게 된 것은 영화를 만드는 과정에서 자신이 경험한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에 대한 편견과 그것을 깨뜨려가는 과정을 공유하고 싶어서였다고 한다.

 

민용근은 2013년 국가인권위원회에서 기획한 인권영화 <어떤 시선> 중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 문제를 다룬 <얼음강>을 만든 이다. 그는 “영화를 만드는 과정은 병역거부에 대해 갖고 있던 편견과 마주하는 과정이었고, 또 그것을 깨나가는 과정이기도 했다”고 고백한다. 그는 무엇보다도 “병역거부를 선택한 사람들을 향한 내 안의 낯설고 이질적인 마음을 알고 싶었다”고 한다.

 

지은이는 병역을 거부한 당사자뿐 아니라 가족과 병역거부자들을 관리하던 헌병 수사관, 관련 병역법에 대한 위헌 심판을 제청한 판사, 한국에서 대체복무를 경험한 미국인 신부, 병역거부자들을 돕는 평화 활동가들과 만난다. 그리고 그들의 진솔한 목소리를 통해 독자들에게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를 새롭게 바라보자고 제안한다.

 

이 책은 병역거부를 운동의 관점에서 바라보거나, 그 당위성을 진부한 이론에 기대 호소하지 않는다. 대신 병역거부로 투옥되고 사회적으로 지탄받으면서도 자신의 신념과 삶을 올곧게 지켜온 이들의 이야길 담담하게 전하면서 독자들에게 그것이 진실로 ‘죄’인가를 묻고 있는 것이다.

 

우리 안의 ‘편견’과 ‘낯섦’을 넘어

 

▲  국가인권위원회 기획 인권영화  <어떤 시선>

지은이가 처음 넘어야 했던 벽은 건국 이래 갇힌 1만 7천여 명에 이르는 병역거부자들 대부분이 ‘여호와의 증인’ 신자라는 사실이었다. 그것은 ‘이단’, ‘광신도’와 같은 부정적 이미지가 덧칠돼 양심적 병역거부를 바라보는 사람들이 편견을 벗어나 진실을 응시하는 것을 가로막고 있는 만만찮은 장애물이었다.

 

주류 기독교인이 아니라도 ‘여호와의 증인’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은 복잡 미묘하다. 그것은 병역거부와 같은 쉬이 받아들일 수 없는 교리에다 우리가 이를 지탄해 온 정치·사회적 분위기를 꾸준히 학습해왔기 때문일 것이다.

 

병역 문제는 유력 대통령 후보를 낙선케 할 만큼 매우 예민한 사안이다. 젊은이들 대부분은 병역의 의무 부담을 당연하게 여기긴 하지만, 그 젊은 날의 억압과 구속을 상처로 간직한다. 그래서 아무런 보상도 주어지지 않는 병역을 힘겹게 마친 그에게 그것을 비켜 간 사람들에 대한 근원적 분노가 자리하게 되는 것이다.

 

감옥은 갈 수 있는데 군대는 못 간다고? 사람들은 병역거부자들이 병역 대신 감옥을 선택하는 것조차 이해하지 못한다. 자신의 신념을 지키고자 수감 생활과 전과자가 되는 걸 선택하면서도 이들이 숨죽여 살아온 이유다. 그것은 민용근의 <얼음강> 편집본 시사회에서 말없이 영화를 지켜보며 흐르는 눈물을 억제하지 못한 노신사들의 삶이었다. 그들은 저 살벌했던 1970년대의 병역거부자들이었다.

 

▲ 영화 <얼음강>은 양심적 병역거부를 다룬 영화다 . ‘얼음강’은 ‘언젠가 녹아 흐르게 될 강의 모습’이다 .

그들은 자신의 양심과 신앙을 따랐지만 ‘병역 기피자’ 취급을 당하며 우리 사회의 이단자처럼 살아야했다. 그것은 이들이 자신의 신념과 양심을 적극적으로 개진하지 못한 이유이기도 했다. 그나마 이들의 선택이 새롭게 드러나게 된 것은 2001년에 불교 신자이자 평화주의자인 오태양 씨가 양심적 병역거부 선언을 하고 나서였다.

 

여호와의 증인 신자들의 병역거부는 그들의 교리를 따른 선택임은 분명하다. 그러나 우리가 그 교리를 시비하는 한 이 문제를 이해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들은 특정 종교의 교리에 집착하는 광신도가 아니라 자신의 마음에서 나오는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그것을 실천한 사람이기 때문이다.

 

주류 기독교인인 김두식(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은 여호와의 증인에 대한 열린 시각을 제공한다. 그는 그들이 “이단으로 불리지만 신앙 행태 면에서는 아주 극단적인 보수 기독교인과 별로 다르지 않다”고 말한다. 이들은 오히려 주류 기독교보다 훨씬 ‘보수적이고 지켜야 할 규범이 많은 교파’일 뿐이라는 것이다(<불편해도 괜찮아> 참고).

 

어떤 상황에서도 군대와 감옥이라는 양 선택지 가운데 감옥을 선택하기는 절대 쉽지 않다. 권위주의 정부 시기의 운동권 학생들조차 감옥 대신 군대를 선택했다. 감옥은 최후의 선택지에도 포함되지 않는 기피 공간이라는 얘기다. 최근 <뉴스타파>의 ‘목격자들’ 시리즈가 다룬 ‘총 대신 감옥을 선택한 사람들’ 이야기에서도 이는 확인된다.

 

▲ <뉴스타파>의 ‘목격자들’ 시리즈 가운데  ‘총 대신 감옥을 선택한 사람들’은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다루고 있다.

그런데도 이들은 감옥을 선택한다. 형기를 마쳐도 이들은 사회적 차별 속에서 살아갈 수밖에 없다. ‘전과자’가 된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이 제대로 된 직업을 갖는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에 가깝기 때문이다. 2015년 6월 5일 법정 구속된 송인호 씨가 수감 전 남긴 이야기가 가슴에 먹먹하게 다가오는 것은 그래서다.

 

“장래희망을 한 번도 제대로 적어낸 적이 거의 없어요. 왜냐하면, 어려서부터 커서 분명히 감옥에 가야 하는데 장래희망을 적어내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그렇다고 감옥이라고 쓸 수도 없고요. (중략) 이번 항소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감옥에 갈 것이라는 건 분명히 알고 있습니다.”
    - <뉴스타파>의 ‘총 대신 감옥을 선택한 사람들’ 중에서

 

책의 제2부(혹한의 시절)에서는 우리나라 병역거부의 역사에서 가장 가혹한 시기인 1970년대의 병역거부 이야기가 담겨 있다. 사연마다 서려 있는 참혹한 인권 유린의 장면들을 쉬지 않고 읽어내는 게 힘들 정도다. 병역거부로 7년 10개월을 복역한 최장기 수형자 정춘국 씨와 남편과 동생, 세 아들을 옥바라지한 박정순 씨의 이야기 앞에서 우리는 말을 잃는다.

 

▲ 감옥을 선택한 아들을 보내야 하는 가장 큰 고통은 어머니의 것이다 . <얼음강>의 한 장면 .

정춘국 씨는 1969년 봄 병역거부로 10개월을 복역했지만, 1974년 특별조치법으로 만들어진 박정희의 병역법에 따라 같은 죄목으로 3년 형을 선고받았다. 형기를 마치고 출옥하자, 그에게 세 번째 영장이 기다리고 있었다. 이번에는 4년 형이었다. 법과 인권도 그의 앞에서는 숨을 죽인 것이다.

 

박정순 씨는 1975년 3월 3년 형을 선고받고 감옥에 간 남편의 옥바라지를 시작했다. 이태 후에는 친정 남동생이 감옥에 갔다. 1999년, 이번에는 큰아들이 아버지와 같은 3년 형을 선고받고 수감되었다. 2000년에는 둘째 아들이 같은 이유로 수감되었다.

 

2000년대 들면서 대체복무제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시작되고 참여정부에서 대체복무제 시행을 계획했지만, 이 계획은 이명박 정부에 의해 백지화됐다. 막내아들만은 감옥에 가지 않아도 되기를 꿈꾸었던 어머니는 결국 2008년에 그 아들마저 감옥에 보내야 했다. 1975년부터 시작된 어머니의 기도는 2009년에야 끝날 수 있었다. 그 어머니는 말한다.

 

“40년 동안 남편과 남동생, 세 아들을 차가운 감옥으로 보내고 눈물로 했던 내 기도가 끝났으면 한다. 그리고 나와 내 가족의 삶에 대해, 그리고 우리의 바람에 대해 이제 우리 사회와 국가가 대답해 줄 차례라고 생각한다.” - 본문 중에서

 

국가는 여전히 변하지 않는 답을 갖고 있다. 서울남부지법(2004.5.)과 청주지법 영동지원(2007.10.)에서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한 무죄 선고가 이뤄지기도 했지만, 모두 대법원에서 유죄로 뒤집혔다. 헌법재판소도 2004년과 2011년, 두 차례에 걸쳐 양심적 병역거부를 처벌하는 병역법 조항에 대해 합헌 결정을 내렸다.

 

헌재 판결을 기다리면서

 

▲  2012 년 유엔 인권이사회는 병역거부권을 권고하고 이듬해엔 병역거부 관련 결의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

지난 5월, 광주지법에서는 병역법 위반으로 기소된 ‘여호와의 증인’ 신도 3명에 대해 무죄가 선고되었다. 재판부는 ‘헌법에 보장된 양심의 자유와 국방의 의무 사이의 조화로운 해석’이 필요하며 “기본권과 국민의 의무 등 헌법적 가치가 충돌하는 경우 이를 최대한 실현할 수 있는 규범의 조화적 해석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국방의 의무’는 전시 전투원뿐 아니라 공익 근무, 사회 복무 등의 대체복무도 포함하는 의미로 해석했다. 또 양심적 병역거부로 복역하는 인원은 전체 입영자의 0.2%에 불과하고 대체복무 형태의 군 복무자는 매년 징병 검사 인원 중 약 13%에 그쳐 군사력 저하 등을 탓하기도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는 법률의 불합리를 인정하면서도 관행적 판결을 넘지 못하는 여느 재판에 비기면 진일보한 것이라 할 만하다.

 

병역거부 문제는 2002년 3월 유엔 인권위원회에 처음으로 제기되었다. 이후, 2012년 10월 유엔 인권이사회가 병역거부권을 권고하고 이듬해 9월에는 병역거부 관련 결의안이 만장일치로 통과했다. 이는 병역거부가 법률 이전의 인권과 양심의 문제라는 것을 온 세계가 추인한 것이었다.

 

세계 1차대전 이후 북유럽 국가를 중심으로 도입된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자를 위한 대체복무제는 이제 보편적 제도가 됐다. 헌법으로 병역거부권을 보장하는 나라가 독일이다. 독일은 1949년에 세계 최초로 헌법에 병역거부권 규정을 만들었다.

 

“어느 누구든지 자신의 양심에 반하여 무기를 들고 전쟁에 복무할 것을 강요당하지 않는다.”
- 독일 기본법(헌법) 제4조 제3항

 

중국과의 군사적 긴장 관계를 이유로 병역거부자들을 가혹하게 처벌해 온 대만도 2000년에 정부 주도로 대체복무제를 전격 도입했다. 시행 초기 이 제도가 병역 기피 수단으로 악용되거나 병역거부자가 대폭 늘 것이라고 우려했지만, 이는 기우에 그쳤다.

 

오히려 이 제도의 시행이 병력 자원을 대체복무에 빼앗기지 않으려는 군의 변화를 끌어내, 복무 환경과 인권 문제가 개선되기도 했다. 1990년대 후반 전체 징집 인원 중 병역거부자의 비중이 37%를 차지하기도 했던 독일에서 이들이 사회 곳곳의 복지 시스템과 사회 안전망을 유지하는 중요한 인적 토대가 됐다는 것은 타산지석으로 삼을 만하다.

 

이제 지구상에서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권을 인정하지 않는 나라는 북한, 베트남, 중국, 이란, 이라크, 콩고, 쿠바 등의 몇 나라밖에 남지 않았다. 그 명예롭지 않은 목록에 인권 선진국을 지향한다는 대한민국이 포함돼 있다.

 

2013년 8월 갤럽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우리 국민의 68%가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자에 대한 대체복무에 찬성했다.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에 대해 ‘이해할 수 없다’는 의견이 76%에 이르는데도 이러한 결과가 나온 것은 무조건 감옥에 보내기보다는 대체복무를 통해 국민의 의무를 이행하게 하는 게 맞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아졌음을 보여주는 결과다. 대체복무 제도를 연구해 온 진석용 대전대 교수의 의견도 같다.

 

“병역 기피자와 같이 병역거부자를 처벌하는 조항은 재소자를 늘리는 결과만 가져올 뿐, 그들로 하여금 실제 군에 입대하게 하는 효과는 없다. 그렇다면 이들에게 단순히 감옥살이를 하게 하는 것 말고 다른 방법으로 국가에 기여하는 방법을 찾아야 하지 않겠는가.”
   - <뉴스타파>의 ‘총 대신 감옥을 선택한 사람들’ 중에서

 

병역거부, 인권과 함께 ‘실용주의적 접근’도 필요하다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권 실현과 대체복무 제도 개선을 위한 연대 회의가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를 못마땅하게 생각하는 이들에게 ‘인권’의 관점이 아니라 ‘실용주의적 관점’에서 이 문제를 바라볼 것을 권유하는 이유도 같다. 그들을 감옥에 보내는 것과 사회봉사를 시키는 것 중 어느 것이 공동체에 도움이 되는지를 따져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한편, 병역거부로 1년 6개월 형을 선고받고 현재 14개월째 복역 중인 박정훈 씨는 병역법 조항이 위헌이라며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인간의 양심에 따라 ‘집총’을 거부하는 것이 과연 국가로부터 처벌받을 일인지를 묻겠다는 것이다.

 

백종건 변호사도 종교적 이유로 입영을 거부해 지난해 2심에서 징역 1년 6월을 선고받았다. 백 변호사는 1심 재판 과정에서 병역법에 대한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했지만, 법원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자 헌법소원을 냈다. 감옥에 가게 되면 출소 후 5년 동안 그의 변호사 자격은 정지된다(관련 기사 : 사법연수원 수료 후 교도소행을 택했습니다).

 

2004년과 2011년, 두 차례에 걸쳐 위 법 조항이 합헌이라 판단했던 헌법재판소는 오는 9일 헌법소원 심판에 대한 공개변론을 연다. 헌법재판소는 수만 명의 전과자를 양산한 이 법을 지킴으로써 국가가 얻을 이익과, 양심의 족쇄를 풂으로써 회복될 인권의 가치 가운데 무엇을 선택할까.

 

2013년 11월 터키 옆에 있는 조그마한 나라 아르메니아에서는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로 수감돼 있던 마지막 14명의 여호와의 증인을 석방하고 대체복무제 시행에 들어갔다고 한다. 지금 수감 중인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에게 그런 뉴스가 들려올 날은 언제쯤일까.

 

2015. 7. 6. 낮달

 

 

 

북한 이란 콩고 한국, 무슨 명단인가 했더니

[서평] 민용근의 <그들의 손에 총 대신 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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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뒤

위 기사를 쓰고 꼭 5년이 지났다. 기사에 나오는 백종건 변호사는 결국 교도소로 갔고 1년 6개월을 복역하고 2017년 5월 출소했다. 그는 2017년 10월과 지난해 8월 두 차례 변호사 재등록신청을 했으나 모두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 백종건 변호사

같은 해 6월 헌법재판소가 대체복무제를 규정하지 않은 병역법 조항에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지만, 대한변협은 “백 변호사에 대한 형사 판결이 사법절차에 따라 그 효력을 상실하거나 취소된 건 아니”라는 이유로 변호사 재등록 신청을 거부했다.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고 확정된 지 5년이 지나지 않으면 변호사 등록을 할 수 없도록 규정한 변호사법에 따른 것이었다. 

그러나 2018년 11월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종교적 신앙에 따른 병역거부자에 무죄 취지의 판단을 내린 뒤 총 34건의 양심적 병역거부 사건을 모두 파기환송 하면서 대한변협은 태도를 바꿨다. 대한변협은 2019년 1월, “등록심사위원회는 백 변호사의 ‘인권’이라는 가치를 존중해야 한다는 것에 중점을 둬 등록을 인용했다”고 설명하면서 그의 변호사 등록을 받아들인 것이다. 

그리고, 지난달 27일,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한 대체복무역 신설과 관련한 병역법 개정안과 대체역의 편입 및 복무 등에 관한 법률 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현역, 예비역, 보충역, 병역 준비역, 전시근로역으로 구분되는 병역의 종류에 ‘대체역’을 추가하고 교정시설 등 대통령령이 정하는 대체복무 기관에서 36개월 동안 합숙 복무하도록 하는 것이 주된 골자다. [관련 글 : ‘양심적 병역거부’, 이해 못 해도 대체복무제는 찬성]

이제 양심적 병역거부로 말미암아 감옥에 가는 일은 완전히 없어질까. 그렇지는 않을 듯하다. 종교적 신념에 따른 병역거부는 일단 인정되지만, 지난해 9월, 비종교적 신념, 즉 평화적 신념에 따른 병역거부를 한 젊은이가 유죄를 선고받은 게 꺼림칙한 것이다. 

대체복무가 병역 복무보다 길 순 있어도 36개월 동안 교정시설 등에서 대체복무는 징벌적 성격이 있어서 타당하지 않다는 의견이 제기되었지만, 강행된 부분도 역시 아쉽다. 어차피 첫술에 배부를 수는 없으니, 어쩌면 더 느긋하게 가는 게 필요할지도 모르겠다. 

 


2020.1.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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