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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태죄’ 폐지, 여성을 ‘성과 재생산 권리’의 주체로

by 낮달2018 2020. 9. 29.

안전하고 합법적인 임신 중지를 위한 국제행동의 날에 여성 100인,  낙태죄 전면 폐지 촉구 

▲ 낙태죄폐지공동행동 관계자들이 28일 세종문화회관 앞 ‘낙태죄’ 완전 폐지 촉구 기자회견에서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신문 보도를 보고서 오늘이 ‘안전하고 합법적인 임신 중지를 위한 국제행동의 날’이라는 걸 알았다. 이는 ‘안전하고 합법적인 임신 중지’가 단지 우리나라만이 아니라 전 세계적 이슈라는 것을 시사한다. ‘낙태’가 범죄로 여겨지며 여성에게만 그 책임을 묻는 형태로 존속해 온 이면에 존재하는 강고한 가부장제란 어느 나라에서도 비슷한 것이다.  

 

낙태 반대론의 핵심인 ‘태아의 생명권’, ‘생명 존중’ 등 ‘생명윤리’만을 강조하는 논리지만, 낙태죄 폐지론은 ‘성과 재생산 권리’의 주체로 여성을 상정한다. 그래서 “안전한 임신 중지를 위한 전면 비범죄화, 포괄적 성교육과 피임 접근성 확대, 유산 유도제 도입을 통한 여성 건강권 보장, 우생학적 모자보건법 전면 개정, 낙인과 차별 없는 재생산권 보장” 등을 요구하는 것이다.

 

임신은 남성과 여성의 성적 결합으로 이루어지는 일이지만, 임신으로 말미암아 빚어지는 여성의 건강권, 양육에 따른 여러 사회적 문제 등은 죄다 여성이 감당해야 했다. 비혼여성이나 성폭력으로 인한 출산, 모체의 생명을 위협할 가능성이 큰 출산 등, 여성의 임신과 출산에 따른 문제는 복합적이다. 그런데도 임신 중지를 범죄로 바라보는 가부장 사회, 주류 남성의 관점은 낙태를 선택하는 여성에게만 온전히 그 책임을 묻고 싶어 한다.

 

“그러면서 낙태를 선택하는 여성 개인이 마치 태아를 ‘사람’으로 키워내는 것에 대한 도덕적 책임감이 없어서, 자기 삶에 벌어지는 불편함을 견디기 싫은 이기적인 존재여서 그러는 양 낙태 비난 여론을 조성하고, 국가는 그 여론 뒤에 조용히 몸을 감춘다.

태아의 존재감을 몸으로 느끼는 것도 여성이고, 태아를 ‘사람’으로 키우는 엄청난 사회적 노동을 실천하는 것도 여전히 대부분 여성이며, 임신 종결을 결정하는 것도 태어날 아이, 이미 태어나 있는 가족과 주변인, 여성이 감내하는 사회적 삶에 대한 통합적인 고찰 끝에 내리는 ‘책임 있는’ 결론이라는 것은 절대 부각하지 않는다.”

- 이윤상(한국성폭력상담소 부소장), “낙태권, 가부장제 국가와 싸워라” 중에서

60년 넘게 사실상 사문화되어 있던 형법의 ‘낙태죄’ 조항은 지난해 4월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 결정을 받았다. 헌법재판소는 심판 대상 법률이 ‘위헌’이라고 인정하면서도, 해당 법률의 공백에 따른 혼란을 우려해 법을 개정할 때까지 법의 효력을 한시적으로 인정한 결정을 내린 것이다.

 

▲ 안전하고 합법적인 임신 중지를 위한 국제행동의 날에는 전 세계인들 나섰다.

법률 개정 시한이 올해 말로 다가오자 정부가 마련한 대체 입법 초안은 임신 중지가 가능한 기간에 제한을 둠으로써 그 제한을 벗어나는 경우 처벌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한다. 이에 ‘호주제 폐지 운동을 함께한 여성 100인’은 ‘낙태죄 전면 폐지 촉구’를 선언했다.

 

호주제를 폐지할 당시 여성부 장관을 지낸 지은희 전 한국여성단체연합 상임대표와 최초의 여성 대법관을 지낸 김영란 아주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를 포함한 각계 여성 원로 100인은 선언문을 통해 “‘낙태의 죄’는 반드시 삭제되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특정 임신 주수(週數)에 대해서만 임신 중지를 허용하는 쪽으로 대체 입법이 이뤄져선 안 되며, 낙태죄를 완전히 ‘비범죄화’하고 여성의 건강을 보장하는 방향으로 대체 입법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들은 또, △ 임신 중지 접근성 확대 △ 안전한 의료지원 체계 마련 △모든 시민에게 성평등·피임 교육 등을 실시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임신 중지를 바라보는 여러 시각이 있을 터이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여성을 ‘성과 재생산 권리’의 주체로 인정하는 것이다. 여성은 성적 자기 결정권을 가진 존재이며, 아이를 낳을 것인가 말 것인가도 스스로 결정할 수는 있는 존재이다. 이러한 여성의 권리에 대해서 여전히 통제권을 행사하고 싶어 하는 국가를 도대체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 <한겨레> 9월 28일 자 15면에 실린 전면 광고

 

2020. 9. 28. 낮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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