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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심적 병역거부’, 이해 못 해도 대체복무제는 찬성

by 낮달2018 2019. 10.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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앰네스티, ‘양심적 병역거부와 대체복무제 도입에 관한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

▲ 2016 세계 병역거부자의 날 자전거 행진 포스터

오늘 5월 15일은 보통 ‘스승의 날’로 알려지지만 ‘세계 병역거부자의 날’이기도 하다. 세계 병역거부자의 날은 국제 평화 단체인 전쟁저항자 인터내셔널(War Resisters’ International, WRI)이 전쟁을 거부하고 총을 들기를 거부한 사람들을 생각하고 병역거부자들과 함께 연대하기 위해 정한 날이다.
 
세계 병역거부자의 날 ‘평화의 페달을 밟자’ 행사
 
세계 병역거부자의 날을 기념하여 어제 오후,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와 ‘전쟁 없는 세상’ 등 시민단체는 ‘평화의 페달을 밟자’ 행사를 베풀었다. 참석자들은 자전거로 헌법재판소에서부터 국회까지 약 10km를 달렸다.
 
자전거 행진에 앞서 헌법재판소 앞에서 열린 행사에는 20대 국회의원 당선자 박주민 변호사 등이 참석해 정부에 ‘양심적 병역거부’를 인정하고 ‘대체복무제’를 도입할 것을 촉구했다. 박주민 변호사는 현재 양심적 병역거부자와 함께 병역법에 대한 헌법소원을 진행 중이다.

 
일부 참가자는 수의를 입고 바닥의 하얀 현수막에 발자국으로 ‘540’이라는 숫자를 그리는 퍼포먼스를 벌이기도 했다. 이에 대해 주최 측은 ‘540’이란 숫자가 지난달 기준으로 우리나라에서 복역 중인 양심적 병역거부자의 수효라고 설명했다고.
 
2005년 국가인권위원회에서 국회와 국방부에 대체복무제를 도입할 것을 권고함에 따라 노무현 정부는 대체복무제 도입을 약속했다. 그러나 2008년 이명박 정부에서는 ‘국민적 합의가 부족하여 대체복무는 시기상조’라며 이 제도 도입 계획은 사실상 백지화되었다. 이후 정부와 국회에서의 대체복무제 도입을 위한 논의는 중단된 상태다.
 
정부, 국민적 합의 부족과 시기상조로 대체복무제 도입 거부
 
다시 7년이 흘렀지만, 대체복무제 도입에 대한 국방부의 태도는 여전하다. 2015년 1월 국제앰네스티 등이 제출한 108개국 시민들의 탄원서에 대한 답변에서도 병무청 여론조사(2008년, 2011년, 2014년) 결과를 인용하며 ‘국민적 합의 부족’과 ‘시기상조’라는 의견을 되풀이하는 것이다.
 
정부가 제도 도입을 미루고 있는 사이 병역거부자들은 여전히 징역형을 선고받아 감옥에 갇히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2015년 1월, 유엔 자유권위원회는 한국 정부가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수감하는 것은 자유권규약을 위반한 것이며 자의적 구금에 해당한다는 결정을 내렸다. 이 위원회는 2015년 11월에도 한국 정부의 자유권규약 제4차 보고서 심의 결과에 대한 최종견해를 발표하면서 병역거부자 수감자 전원을 즉각 석방하고 대체복무제를 마련할 것을 권고했다.
 
이와 관련해 최근 헌법재판소는 지난해 11월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자들을 일괄적으로 처벌하는 병역법의 일부 조항의 위헌성을 높고 공개변론을 열고 본격적으로 심리에 착수했다. 국제앰네스티도 헌법재판소에 의견서를 제출하고 위헌심판을 촉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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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지난 5월 10일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는 세계 병역거부자의 날을 앞두고 여론조사 전문기관에 의뢰해 실시한 양심적 병역거부와 대체복무제 도입에 관한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여론조사는 한국갤럽이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의 의뢰를 받아 2016년 4월 19일부터 21일까지 3일간, 전국의 만19세 이상 성인 남녀 1,004명을 대상으로 시행한 것이다.

 

이 조사의 결과 대체복무제 도입에 대한 찬성(70%) 의견이 반대(22%)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고 응답자들은 대체로 양심적 병역거부를 ‘이해할 수 없는 일’(72%)로 보면서도 대체복무제 도입에는 찬성(70%)하는 편인 것으로 드러났다.
 
양심적 병역거부, 이해 못 해도 대체복무제는 찬성
 
대체복무제에 찬성하는 이유로는 ‘감옥보다는 낫다’(26%), ‘국민 의무를 다해야 함’(16%), ‘다른 기회를 부여해야 함’(14%), ‘개인의 선택이나 인권문제’(12%), ‘감옥은 심하다/가혹하다’(8%) 등 양심적 병역거부자 수감에 대한 부당성과 대체복무를 통해 의무를 수행할 기회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주로 들었다.

 

이번 여론조사는 또 2013년 11월 한국갤럽이 같은 주제로 실시한 자체조사와 비교해 볼 때 일관된 결과를 보여준다. 2013년 한국갤럽 여론조사 결과에서 응답자 76%는 양심적 병역거부를 이해할 수 없다면서도 대체복무제 도입에는 응답자 68%가 찬성 의견을 나타냈다. 즉 이해도와 찬성 의견이 높아졌을 뿐 전체적 기조는 변하지 않은 것이다. [위 결과표(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 제공 자료 발췌) 참조]
 
이러한 현 상황에 대해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 김희진 사무처장의 다음 언급은 문제의 핵심을 정확히 지적하고 있다. 문제는 국민의 인권 보호에 대한 강력한 정부의 의지고, 그에 대한 지속적인 노력인 것이다.
 
“한국 정부는 자유권규약의 당사국으로 모든 자국민의 인권을 보호할 의무를 가진다. 설사 국민적 공감대가 부족하다 하더라도 정부가 나서서 여론이 바뀔 수 있도록 노력을 해야 하는 것이지 인권의 문제를 다수결의 논리에 따라 결정하겠다는 태도를 취하는 것은 국가의 인권 보호 책무를 방기하겠다는 것과 다름없다.”
 

 
2016. 5. 15. 낮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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