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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드 철거' 성주 소성리 '수요집회'도 100회를 맞았다

by 낮달2018 2018. 11.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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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드철거 100회 소성리 수요집회' 참관기

 

▲ 소성리 수요집회 100회 포스터 ⓒ 사드배치철회 평화회의

 

 

 

'수요집회'라면 누구나 먼저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가 주한 일본대사관 앞에서 20년 넘게 열고 있는 수요시위를 떠올릴 것이다. 그러나 경상북도의 한 시골 마을에서도 2016년부터 수요집회를 열어왔다는 걸 아는 사람은 안다.

 

성주 소성리 골짜기에서도 '수요집회'가 열린다

 

10월의 마지막 날, 오후 2시부터 그 마을에서 100번째 '수요집회'가 열렸다. 2016년 인근 롯데스카이힐골프장에 사드(THAAD,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가 결정되면서 일상의 평화를 빼앗겨 버린, 달마산 기슭의 양지바른 시골 마을, 성주군 초전면 소성리다.

 

오후 2, 천막을 씌우고 의자를 배치한 데 이어 커다란 난로 두 대까지 설치하여 집회에 '최적화'된 소성리 마을회관 앞마당에서 집회가 시작되었다. 집회에 앞서 국방부 장관의 '사드 정식 배치' 발언 규탄하는 기자회견이 열렸다.

 

우여곡절 끝에 소성리 주민을 비롯한 관련 시민단체의 투쟁에도 불구하고 마을 뒷산의 사드 기지에는 부지공사가 강행됐고 사드는 실제로 '배치'되어 있다. 이 사드 배치가 '임시'라는 딱지를 달고 있는 것은 이곳에 일반환경영향평가가 끝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긴가민가하던 사이에 상황은 일변했다.

 

▲ 오후 2시에 수요집회에 앞서 정경두 국방부 장관의 "사드 정식배치" 발언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지난 26, 정경두 국방부 장관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군사법원 국정감사에서 사드 배치 진행 상황과 관련한 질문에 대해 "지금 임시 배치되어 있고, 일반환경평가가 끝나면 정식배치하는 절차로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발언의 내용은 사드의 최종배치 여부는 환경영향평가 이후에 결정한다는 문재인 정부의 입장과 배치되는 것이었다.

 

소성리 사드 철회 성주주민대책위, 사드 배치 반대 김천시민대책위, 원불교 성주 성지 수호 비상대책위, 사드 배치 반대 대구경북대책위, 사드 배치 저지 부울경대책위(), 사드 한국 배치 저지 전국행동 등으로 구성된 사드철회평화회의(아래 평화회의)가 기자회견을 열 수밖에 없었던 이유다.

 

국방부 장관, 사드를 '정식배치'한다고?

 

평화회의는 우선 정부가 지난 4, 주민들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사드 부지공사를 강행했고 국방부는 '미국 측이 희망한다면 사드 체계 유지에 필요한 비용에 방위비 분담금을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 밝히기도 했음을 지적했다. 그리고 최근에는 군이 사드 배치에 이어 한국의 미국 MD 편입을 못 박는 SM-3 요격미사일 도입을 사실상 결정한 것으로 확인했다면서 더는 정부를 믿을 수 없다고 밝혔다.

 

평화회의는 "정부를 신뢰할 수 없는 이유로 사드 배치 문제에 있어 국회 비준 동의 추진 공약을 파기했고 절차적 정당성을 강조해 놓고도 갑작스럽게 발사대 추가배치를 강행했으며 '임시'라면서도 부지공사를 강행한 점"을 들었다.

 

그러면서 "발언의 당사자인 정경두 국방부 장관에게 정부의 입장과 다른 정식 배치 답변을 한 이유, 3년 전 국정감사에서 "사드의 효용성에 대해서는 세부적인 검토가 이루어지지 않았다. 충분히 검토해야 한다"고 답한 정 장관이 이번에는 "군사적 효용성이 있다"고 답변한 근거, 사드배치에 대한 향후 문재인 정부의 계획" 등을 공개 질의했다.

 

평화회의는 "이 질의는 국방부 장관뿐 아니라 '당사자 문재인 대통령' 또한 대답할 의무가 있다"며 오는 113일 청와대로 문재인 정부의 '사드 문제 해결 의지'에 대한 답변을 들으러 가겠다고 밝혔다. 이 기자회견은 서울에서는 12시에 진행되었다고 한다.

 

▲ 소성리 이석주 이장(오른쪽)과 노곡리 박태정 이장. 이들은 각각 성주와 김천 위원장으로서 힘겨운 싸움을 이어가고 있다.

 

 

▲ 원불교 김성애 교무. 오랜만에 온 그는 시민들과 연대하기 때문에 희망의 끈을 결코 놓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진 수요집회는 소성리 대책위와 김천시민대책위 위원장인 이석주 소성리 이장과 박태정 김천시 농소면 노곡리 이장, 원불교 김성애 교무의 발언과 '향수'의 가수 이동원씨의 공연 등이 이어졌다. 시골 마을의 이장으로, 원불교 교무로 살아오다 몇 해째 정부를 상대로 싸우고 있는 이들은 그러나 지친 기색은 보이지 않았다.

 

주민들이 원하는 것은 '평화로운 일상'으로 돌아가는 것

 

이석주 이장은 "소성리 사드 문제가 불거졌을 때 달려온 정당마다 해결을 약속했으나 아무 것도 이루어지지 않았다"면서 "그것을 정치인들의 '표 구걸'이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정치인에 대한 실망과 배신감을 굳이 숨기지 않았다.

 

박태정 이장은 기자회견에서 "사드 문제에 관한 자주적 결정을 미루고 있는 우리나라가 '주권국가'"고 물으면서 사드 배치에 대한 정부의 행보를 비판했다. 그는 "아무도 '보상'을 원하지 않는다"고 말하면서 다음과 같이 덧붙였다.

 

우리는 사드배치가 결정되지 않았던 오로지 평화로운 일상으로 돌아가길 원합니다. 사드도 군인도 철조망도 없는 평온한 달마산을 오르고 싶습니다.


김천시 농소면 노곡리는 성주 사드 기지 북쪽 바로 아래, 기지로부터 직선거리로 1km 내외의 거리에 있는 동네다. 소성리와 마찬가지로 노곡리는 사드배치의 직접적 피해 당사자다. 이들이 원하는 것은 '사드 이전'의 평화로운 일상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민주노총과 민중당 등 연대단체의 연대사가 이어지는 가운데, 등장한 가수 이동원씨는 그 특유의 중후한 목소리로 좌중을 압도했다. 그는 정지용의 시 '향수'를 불렀는데 그 노랫말의 여운이 남달랐다.

 

▲ "향수"의 가수 이동원 씨가 소성리를 찾아 노래를 불러주었다. 그의 노래는 평화를 빼앗긴 마을의 상황을 환기해 주었다.

 

그의 목소리는 마을회관 주변의 익어가고 있는 가을 풍경 속으로 아주 편안히 스며드는 것 같았다. 노래는, 시인의 노랫말은 마치 사드 기지로 말미암아 소성리가 잃어가고 있는 것들을 하나씩 환기해 주는 듯했다.

 

넓은 벌 동쪽 끝으로 / 옛이야기 지줄대는 실개천이 휘돌아 나가고,

얼룩백이 황소가 / 해설피 금빛 게으른 울음을 우는 곳,

-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 리야.

 

질화로에 재가 식어지면 / 비인 밭에 밤바람 소리 말을 달리고

엷은 졸음에 겨운 늙으신 아버지가 / 짚베개를 돋아 고이시는 곳

-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 리야.

 

▲ 깊어진 가을 소성리. 마을회관 앞에 걸린 펼침막에는 "우리는 평화와 상생을 간절히 원합니다."라고 씌어 있었다.

 

 

▲ 소성리 마을 풍경. 울타리에 걸린 펼침막만 아니라면 소성리는 이 땅 여느 시골과 다르지 않은 평화로운 동네였을 것이다.

 

 

시인이 노래한 '고향'은 소성리의 노인들, 집회 때마다 어렵사리 몸을 가누어 맨 앞자리에 앉아서 자기 몫을 다하는 노인들에게 사드 기지가 들어오기 전의 마을은 바로 그런 곳이었을 것이다. 그들은 가난하지만 정직하게 살아왔던 오랜 세월을 떠올리면서 달마산에 배치된 최신 무기체제가 마을의 평화를 위협하리라는 걸 본능으로 알아챘다.

 

수요집회는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경북지부에서 모금한 투쟁기금을 전달하고, '사드 정식 배치 북핵, 미사일 방어'라 적힌 펼침막을 끌어내리는 퍼포먼스로 끝났다. 집회장 한쪽에서 100회 집회 기념으로 떡 대신 준비해 구워내는 호떡을 맛보면서 참가자들은 서둘러 인사를 나누고 귀로에 올랐다.

 

▲ 집회는 ‘사드 정식 배치...’ 펼침막을 끌어내리며 마무리되었다. 왼쪽부터 박태정 위원장과 임순분 부녀회장, 김성애 교무.

 

 

▲ 100회째 수요집회를 기념하여 마을에서는 떡 대신 호떡을 구워서 참가자들에게 제공했다.

 

 

소성리를 떠나기 전에 집회장 주변을 한 바퀴 돌았다. 마을회관 뒤편, 평화롭게 저물고 있는 마을에도 가을이 깊숙이 내려와 있었다. 마을 곳곳에 걸린 펼침막과 깃발 따위만 아니라면 이 땅 어느 골짜기에서도 만날 수 있는 평범한 시골 마을에 당도한 가을은 그러나 조금 외로워 보였다.

 

소성리 수요집회는 하루바삐 끝나야 한다

 

날이 갈수록 사람들의 관심은 멀어지고, 자신들의 싸움이 잊히고 있다는 걸 마을 사람들은 알고 있을 것이다. 그래도 그들이 좌절하지 않고, 싸움을 멈추지 않는 것은 그것 외에 다른 방법이 없어서만은 아니다. 무엇보다도 그들은 자신들의 소박한 소망과 요구가 정당하다는 걸 믿고 있어서일 터이다. 그 정당성이 사람들의 연대를 끌어낸 힘이란 것도 알고 있기 때문일 것이었다.

 

▲ 마을 곳곳에 걸린 펼침막들. 마지막 펼침막 "사드는 개뿔...평화면 된다"는 마을 사람들의 지치지 않는 낙관주의를 닮았다.

 

 

김천시 남면을 거쳐 돌아오는 한적한 길을 선택해 소성리를 막 벗어나는 지점에 걸린 마지막 펼침막 앞에 차를 세우고 나는 잠깐 거기 머물렀다. 마지막 펼침막에서 건네는 마을사람들의 일갈은 바로 정부와 기약 없는 싸움을 벌이고 있는 소성리와 노곡리 사람들이 제시한 단순 명료한 해법이었다.

 

"사드는 개뿔평화면 된다."

 

정대협의 수요집회는 20년을 넘기고도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그러나 소성리의 수요집회는 달라야 한다. 사드 임시 배치의 명분이 남북과 북미 정상회담, 그리고 이어진 한반도 평화 논의를 계기로 사라졌다는 소성리의 믿음이 온당하다면 수요집회는 바삐 끝나야 한다.

 

그 모든 것의 원상회복, 달마산 아래 오순도순 살아왔던 소성리와 노곡리 사람들이 사드가 배치되기 이전의 상태로 되돌릴 수 있는 유일한 힘은 '평화'와 그것에 대한 우리의 믿음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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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2

  • 도피정사 2018.11.02 17:27

    담소화락에 엄벙덤벙 주색잡기에 침몰하기 전 성주 소성리에 가 봐야 할 텐데. 이 풍진 세상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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