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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바람과 먼지의 세상, 그 길 위에 서서
이 풍진 세상에 /길 위에서

‘티스토리’ 블로그를 열면서

by 낮달2018 2018. 10.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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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마이뉴스 블로그에서의 마지막으로 올린 글

전혀 예상치 못한 일이었다. 지난 2006년 12월에 첫 글을 쓴 이래, 거의 12년 동안 지켜온 블로그 ‘이 풍진 세상에’를 부득이 헐지 않으면 안 되기에 이른 것은. <오마이뉴스>에서 올해로 블로그 서비스를 종료한다는 것을 공지하였을 때도 나는 무심히 쓴 글의 퇴고에 골몰하고 있었다.

 

이웃 블로거가 ‘이사’를 가야 하지 않느냐고 물었을 때도 ‘웬 이사?’라고 반문했으니 이래저래 상황 변화에 어둡고 아둔했던 셈이다. 자의가 아니라, 이사를 가든 아예 둥지를 헐어 버리든 양자택일을 해야 하는 상황에 몰렸다는 걸 받아들이는 게 쉽지 않았다.

 

둥지라고 했지만 12년 동안 쓴 글이 모두 1700편이 넘고, 누적 조회 수가 10만이 모자란 1300만인 살림의 덩치가 만만찮았다. 이참에 작정하고 둥지를 헐어 버리는 것도 한 방법이었지만 이런저런 삶의 장면들을 바라보며 주절대는 공간을 아예 없애는 것도 그랬다.

 

그런데 이 살림을 끌고 어디로 갈 것인가. <다음>이나 <네이버>를 생각했지만, <다음>에는 비공개 블로그 하나를 운영하고 있으니 불가, <네이버>는 내키지 않았고, 결국 <티스토리>로 결정. 초대장을 받아 여는 게 성가셔 22일까지 기다렸다.

 

22일 오후 늦게 ‘이 풍진 세상에’라는 이름의 블로그를 열었다. 글쎄, 티스토리는 여러 가지가 낯설다. 시험 삼아, 오마이뉴스 블로그(오블)에 올린 최근 글 한 편을 옮겨왔다. 스킨이나 다른 여러 가지 설정을 이것저것 해 봐도 쉽지가 않다. 워낙 짧은 밑천 탓이니 받아들일 수밖에.

 

오블에 쓴 글 가운데 800여 편이 기사가 되는 행운을 누렸다. 기사로 송고해 채택된 글이 200편이 채 안 되는 것에 비기면 거의 네 배 수준이다. 그러나 오블 서비스 종료로 이는 다 ‘좋았던 옛날’이 되고 말았다. <오마이뉴스> 글쓰기는 이번 달 말로 종료된다. 연말이면 블로그도 사라진다.

 

새 둥지에선 블로그 글보다 기사로 <오마이뉴스>에 실린 글을 옮겨와 꾸려갈 작정이다. 글을 쓰다가 옛글과 이을(링크) 일이 있으면 그것도 새로 올리는 방식으로 유지할까 싶다. 처음 블로그를 열 때와 같은 설렘은 없다. 이웃과 부지런히 교유하던 10여 년 전이 그립긴 하지만.

 

조회 수에 신경 쓸 일도 없을 듯하다. 오블의 둥지를 찾아주었던 독자들이 여기도 옮아와 줄까. 그러길 바라지만 그러지 않더라도 실망하지 않을 것이다. 꽤 화려한 꾸미기 기능을 가진 티스토리에 하나씩 적응하는 과정을 천천히 즐겨가면서 오블이 사라지는 순간까지 지켜볼 일이다.

 

 

2018. 10. 23. 낮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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