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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풍진 세상에 /풍경

2025, 봄꽃의 봄

by 낮달2018 2025. 3. 15.

[사진아직 이른 산수유와 매화 꽃 소식

*PC에서 ‘가로 이미지’는 클릭하면 큰 규격(1000×667픽셀)으로 볼 수 있음.

▲ 오늘 오전 빗속에 찍은 우리 아파트 화단의 산수유. 이제 외피를 깨고 완전히 피어나고 있다. (3.15.)
▲ 우리 동네 카페 뒤 산등성이에 피어난 청매. 아직 피어난 꽃송이는 몇 되지 않는다. (3.14.)

지난겨울은 추웠다고 하면, 사람들은 저마다의 기억과 경험에 따라 긍정하기도 하고, 부정하기도 할 것이다. 추웠다와 춥지 않았다를 가를 만한 기준이 없는 까닭이다. 그러나 평균 온도 비교보다 더 직접적인 인식은 몸이 기억하는 정도다. 그게 실제 현실과 다소 거리가 있다 하더라도 춥다고 느꼈다면 그 겨울은 추운 겨울이 될 수밖에 없다.

 

나는 객관적 수치 이전에 지난겨울은 적당히 추워서 겨울 같은 겨울이었다고 생각한다. 맨발 걷기를 멈춘 날이 7일이 넘었는데, 그건 대체로 낮 최고 온도가 영상 5도 미만이었다고 여기면 된다. 얼마 전에 만난 친구는 추웠다기보다 ‘긴 겨울’로 지난겨울을 기억하고 있었다. 봄이 왔다고 여겼는데, 꽃샘추위가 계속되면서 폭설까지 내린 게 지난 2월에서 3월까지 이어졌으니, 그게 오히려 더 지난겨울을 제대로 표현한 것인지 모른다.

 

지난해 산수유가 꽃망울을 터뜨린 게 2월 하순 들면서였다. 그리고 드물지만, 매화도 생강나무꽃도 피었으므로, 나는 2월의 마지막 날에 새로 만남 봄꽃 이야기를 쓸 수 있었다. [관련 글 : , ‘너 이기고 돌아온 사람아]

▲ 지난 3월 12일에 찍은 산수유와 백목련(맨 아래)의 꽃눈. 산수유 꽃망울은 외피를 겨우 뚫고 나왔으나, 백목련은 아직이다.나오지 못하고 있다.

올해는 3월이 되어도 여전히 산수유는 꽃눈이 터지지 못하고 있었다. 산수유가 그러니 매화도 언감생심이다. 산수유 꽃눈이 부풀어 오르기 시작한 게 3월 5일쯤이었고, 그 눈이 터진 게 지난 12일이다. 그리고 어제는 외피를 뚫고 나온 ‘산수유 꽃나락’(박남준의 시) 같은 꽃잎이 부끄러운 듯 좀 더 많이 얼굴을 내밀었다. 오늘 오전에 찍은 사진은 거기서 좀 더 나아갔다. 그러나 아직 왕관 같은 아름다운 꽃의 모습을 보기에는 이르다.

 

어제 운동을 다녀오는 길에 동네 전자 공장 뜰에 있는 핀 매화를 만났다. 거제 지심도에서 만난 매화 이래, 구미에서는 처음이었다. 아직 꽃눈을 틔우지 못한 놈 가운데 꽃은 몇 송이에 지나지 않았다. 돌아오는 길, 동네 카페 옆 산비탈에 청매와 백매도 피어 있었다. 물론 핀 놈은 몇 되지 않았지만. 결국 봄은 기정사실이 되어가고 있다.

▲ 백매도 꽃을 피웠다. (3월 14일, 이하 같음)
▲ 청매의 꽃눈이 개화를 기다리고 있다.
▲ 꽃을 피운 청매. 매화 꽃잎은 작지만 매우 단아하다.
▲백매는 아직 꽃을 피운 꽃눈이 몇 되지 않는다.
▲ 청매의 가지에 개화를 기다리는 꽃눈이 매달려 있다.
▲ 이틀 전보다 조금 더 많이 얼굴을 내민 산수유 꽃망울(3.14)

지난해 연말, 윤석열의 12·3 비상계엄, 내란 이후 석 달이 지났고, 새해 3월, 다시 봄이 돌아왔지만, 아직 제대로 된 봄은 이르지 못했다.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 당(唐)나라의 시인 동방규(東方虯)가 쓴 소군원(昭君怨)이라는 詩에 나오는 구절 그래도, 봄은 왔으나 봄 같지 않은 세월이다.

 

창궐하는 극우의 맹동(盲動)과 뒤집힌 세계관의 혼돈 속에서 2025년의 한국은 위태롭게 서 있다. 헌재의 탄핵 평결이 하루라도 빨리 이루어져야 하는 이유다. 늦어도 다음 주에는 윤석열의 탄핵이 인용되기를 기대한다. 그 반대의 끔찍한 경우는 상상하지 말자. 내란 종식의 첫 단추로 어리석고 무도한 권력자 윤석열의 탄핵이 오는 봄을 서둘러 맞이할 것이니 말이다.

▲ 오늘 아침에 찍은 산수유. 박남준 시인은 이를 '햇나락 같다'고 했다.
▲ 3월 16일에 찍은 산수유

 

2025. 3. 15. 낮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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