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아직 이른 산수유와 매화 꽃 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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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겨울은 추웠다고 하면, 사람들은 저마다의 기억과 경험에 따라 긍정하기도 하고, 부정하기도 할 것이다. 추웠다와 춥지 않았다를 가를 만한 기준이 없는 까닭이다. 그러나 평균 온도 비교보다 더 직접적인 인식은 몸이 기억하는 정도다. 그게 실제 현실과 다소 거리가 있다 하더라도 춥다고 느꼈다면 그 겨울은 추운 겨울이 될 수밖에 없다.
나는 객관적 수치 이전에 지난겨울은 적당히 추워서 겨울 같은 겨울이었다고 생각한다. 맨발 걷기를 멈춘 날이 7일이 넘었는데, 그건 대체로 낮 최고 온도가 영상 5도 미만이었다고 여기면 된다. 얼마 전에 만난 친구는 추웠다기보다 ‘긴 겨울’로 지난겨울을 기억하고 있었다. 봄이 왔다고 여겼는데, 꽃샘추위가 계속되면서 폭설까지 내린 게 지난 2월에서 3월까지 이어졌으니, 그게 오히려 더 지난겨울을 제대로 표현한 것인지 모른다.
지난해 산수유가 꽃망울을 터뜨린 게 2월 하순 들면서였다. 그리고 드물지만, 매화도 생강나무꽃도 피었으므로, 나는 2월의 마지막 날에 새로 만남 봄꽃 이야기를 쓸 수 있었다. [관련 글 : 봄, ‘너 이기고 돌아온 사람아’]
올해는 3월이 되어도 여전히 산수유는 꽃눈이 터지지 못하고 있었다. 산수유가 그러니 매화도 언감생심이다. 산수유 꽃눈이 부풀어 오르기 시작한 게 3월 5일쯤이었고, 그 눈이 터진 게 지난 12일이다. 그리고 어제는 외피를 뚫고 나온 ‘산수유 꽃나락’(박남준의 시) 같은 꽃잎이 부끄러운 듯 좀 더 많이 얼굴을 내밀었다. 오늘 오전에 찍은 사진은 거기서 좀 더 나아갔다. 그러나 아직 왕관 같은 아름다운 꽃의 모습을 보기에는 이르다.
어제 운동을 다녀오는 길에 동네 전자 공장 뜰에 있는 핀 매화를 만났다. 거제 지심도에서 만난 매화 이래, 구미에서는 처음이었다. 아직 꽃눈을 틔우지 못한 놈 가운데 꽃은 몇 송이에 지나지 않았다. 돌아오는 길, 동네 카페 옆 산비탈에 청매와 백매도 피어 있었다. 물론 핀 놈은 몇 되지 않았지만. 결국 봄은 기정사실이 되어가고 있다.
지난해 연말, 윤석열의 12·3 비상계엄, 내란 이후 석 달이 지났고, 새해 3월, 다시 봄이 돌아왔지만, 아직 제대로 된 봄은 이르지 못했다.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 당(唐)나라의 시인 동방규(東方虯)가 쓴 소군원(昭君怨)이라는 詩에 나오는 구절 그래도, 봄은 왔으나 봄 같지 않은 세월이다.
창궐하는 극우의 맹동(盲動)과 뒤집힌 세계관의 혼돈 속에서 2025년의 한국은 위태롭게 서 있다. 헌재의 탄핵 평결이 하루라도 빨리 이루어져야 하는 이유다. 늦어도 다음 주에는 윤석열의 탄핵이 인용되기를 기대한다. 그 반대의 끔찍한 경우는 상상하지 말자. 내란 종식의 첫 단추로 어리석고 무도한 권력자 윤석열의 탄핵이 오는 봄을 서둘러 맞이할 것이니 말이다.
2025. 3. 15. 낮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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