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용사의 명령형과 청유형 활용, 안 되지만 ‘현실’…
형용사는 명령형, 청유형 활용이 불가
유튜브에 가면 영상이 끝날 때쯤 나오는 인사로 ‘건강하고 행복하세요’가 적지 않다. ‘건강하다’와 ‘행복하다’는 형용사다. 형용사는 ‘상태나 성질’을 드러내는 품사이므로 ‘명령형’ 활용을 할 수 없다. 그러니 ‘건강하세요’나 ‘행복하세요’는 어법에 어긋나는 표현이다. ‘청유형’ 활용도 마찬가지로 안 된다.
명령형과 청유형 활용은 동사에서만 가능하다. 명령형은 동사 어간에 명령형 어미 ‘-아라/-어라’를 붙여서, 청유형은 동사 어간에 청유형 어미 ‘-자’를 붙여서 만든다. 아래 예문 (1)·(2)는 각각 동사여서 명령문과 청유문이 만들어졌다. 그러나 (3)·(4)의 ‘예쁘다’와 ‘성실하다’는 형용사인데 명령형과 청유형 활용을 한 것이어서 비문(비문법적인 문장)이다.
(1) 어쨌든 열심히 살아라.
(2) 주말에 모여서 테니스를 치자.
(3)*영희야, 이제부터는 예뻐라.(*는 비문 표시)
(4)*앞으로는 성실하여라.
동사와 형용사를 구별하는 방법으로 절대적인 것은 아니지만, 대체로 다음과 같은 방식이 널리 쓰인다.
(1) 현재 시제 선어말 어미(‘-는-/-ㄴ-’)를 붙일 수 있으면 동사, 그렇지 않으면 형용사다.
(2) 현재 관형사형 전성어미(‘-는’)를 붙일 수 있으면 동사, 그렇지 않으면 형용사다.
(3) 의도형 연결어미 ‘-려’와 목적형 연결어미 ‘-러’는 동사에만 붙는다.
(5) 명령형 종결어미 ‘-아라/-어라’, 청유형 종결어미 ‘-자’는 동사에만 붙일 수 있다.
그러나 실제로 동사와 형용사의 구분이 애매한 경우도 적지 않다.
(1) 젊다(나이가 적고 혈기가 왕성하다) : 어떤 성질, 상태를 정태적으로 표시하기 때문에 형용사로 분류
(2) 늙다(나이가 많아지다) : 주체의 움직임을 과정적, 동태적으로 표시하기 때문에 동사로 분류
(3) ‘있다, 없다’는 때로는 형용사에 일치하는 활용형을, 때로는 동사와 일치하는 활용형을 보여 준다. ‘있어라’, ‘없자’는 안 되지만, ‘있는, 없는’는 가능한 것이다. 그러나 학교 문법에서는 이를 형용사로 분류한다.
(4) ‘이다’는 서술격 조사로 분류하는데 다른 조사와 달리 활용하며(이니, 이고, 이어서, 이므로……) 체언과 용언의 명사형에 붙어 주어를 설명하는 서술어가 되게 한다.
(5) ‘아니다’는 활용의 모습만 ‘이다’와 같을 뿐, 자립성을 띠고 있어 형용사로 분류한다.
다시 ‘건강하세요’와 ‘행복하세요’로 돌아가 보자. 얼핏 들으면 맞는 것처럼 보이지만, 형용사에 명령형 어미를 결합한 것이어서 어법에 어긋난 문장이다. 그러나 이러한 표현이 일상적으로 쓰이고 있어서 ‘기원이나 소망’을 나타내는 표현으로 보는 의견도 있다.
그냥 어법에 어긋나니 틀렸다고 단정하는 것으로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는 말이다. 그렇다고 해서 더는 비문이라고 지적하지 않고, 예외적 표현으로 유연하게 처리할 수도 있는 문제인지는 모르겠다. 참 어려운 문제다.
2024. 10. 19. 낮달
'이 풍진 세상에 > 가겨 찻집' 카테고리의 다른 글
‘미장이’와 ‘멋쟁이’를 가르는 기준, ‘수공업적 기술자’ 여부 (0) | 2025.02.01 |
---|---|
[가겨 찻집] ‘걸맞는·알맞는’은 없다, ‘걸맞은·알맞은’이 있을 뿐! (1) | 2024.10.30 |
다시 ‘문해력’ 논란에 대한 국어학자의 조언 (7) | 2024.10.09 |
[573돌 한글날] 한글날 아침, 국어교사는 마음 겹다 (17) | 2024.10.09 |
‘심심하다’ 모르면 ‘문해력’이 낮다? 관건은 ‘어휘력’! (10) | 2024.10.08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