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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람, 국민권익위원회 전현희 위원장

by 낮달2018 2023. 6.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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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신의 임무와 활동에 대한 이해와 자부심으로 그는 ‘표적감사’에서 승리했다

▲ 국민권익위원회  전현희 위원장. 그는 이른바 감사원의 '표적감사'와 맞서 승리했다. 국민권익위원회 사진.

현 정부 들어 이른바 정권의 ‘돌격대’ 노릇을 마다하지 않은 감사원이 지난 10개월 동안 ‘탈탈 털었으나’ 결과는 전현희 국민권익위원장의 한판승으로 끝난 듯하다. 지난 6월 9일 감사원이 발표한 감사 결과는 “전 위원장과 권익위를 대상으로 한 제보 내용 13건 가운데 전 위원장 개인에 대해서는 갑질로 징계 처분을 받은 직원의 선처를 바란다는 내용의 탄원서를 낸 건에 관해서만 주의 조처”를 한 것이다. [관련 기사 : 전현희 10개월 감사 ‘맹탕’…“국민 관심”이라며 ‘불문 사안’ 공개 뒤끝

 

이른바 ‘표적감사’와 맞서온 10개월, 그가 이겼다

 

이번 감사 배경과 관련, 전 위원장은 “대통령부터 집권 여당의 실세들이 끊임없이 사퇴를 종용하고 있는 와중에 갑자기 유병호 감사원 사무총장이 권익위원장에게 묵과할 수 없는 심각한 비위의 제보가 있다고 하여 감사가 시작된 것”이라며, “장관급 기관장에 대해서 복무 기강을 감사하는 것은 사상 유례가 없고 사실상 제가 처음으로 알고 있다”라고 밝혔다.(6월 12일 아침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무려 열 달 동안이나 그것도 여러 차례 감사 기간을 연장해서 온갖 사안을 다 들여다보았으나, 감사원은 ‘빈손’을 털 수밖에 없었다는 얘기다. 그간 텔레비전 뉴스에서 본, 마치 점령군처럼 씩씩하게 이 감사를 시작한 감사원의 ‘실세’ 사무총장의 기세등등한 모습이 기억에 새롭다.

 

감사의 목적은 그가 밝혔듯 정부가 바뀌었으니 전임 정부에서 임명된 권익위원장은 사퇴하라는 압박이었다. 그는 부패방지권익위법에 임기와 기관의 독립성이 규정되어 있으니 그걸 지키고자 했을 뿐이지만, 국무회의에도 참석하지 못하고 “정치적 중립·독립기관인 감사원의 사퇴 압박”에 시달렸다. 본인이야 고통을 감수하겠지만, 자신으로 말미암아 직원 수십 명이 감사를 받고 힘들어하는 점을 못 견뎌 했다.

 

그런 심리적 압박과 맞서 온 지난 10개월의 지루한 싸움 끝에 감사위원회는 전 위원장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그는 <CBS> 인터뷰에서 “직원에게 생일날 집에서 미역국 먹을 것을 강요했다, 라디오 방송에 직원 출연을 강요해서 허위 발언하게 했다, 그리고 감사 방해, 자료 제출 불응 또 SNS에 법적인 문제를 올린 행위, 탄원서에 서명한 것, 그리고 마지막으로 근무 기강 미준수 등 8가지 모두가 허위 조작”이라고 주장했다. [관련 기사 : 전현희 “사퇴 압박 표적 감사 희생양…법적 책임 묻겠다”

 

이러한 주장이 사실로 확인되는 데는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지금까지 일관되게 그가 밝힌 내용은 사실로 입증될 것으로 보인다. 전임 정부에서 임명된 독립기관장 중에서 방송통신위원장은 기소를 이유로 임기 두 달을 남기고 면직되었다. 그리고 표적 감사를 통해서 자진 사퇴를 압박해 왔으나, 전 위원장은 아주 단호하게 여기 맞서 온 것이다.

 

전현희 국민권익위원장이 감사에 맞서 온 과정을 뉴스로 지켜보면서 나는 전현희라는 사람을 새롭게 바라보게 되었다. 본인의 발언은 물론이거니와 일거수일투족이 고스란히 드러날 수밖에 없는 정치인에게 관심을 기울이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거, 괜찮은 사람인데 싶다가도 어느새 말을 바꾸고, 부적절한 행동이나 선택으로 주권자를 당황하게 하는 정치인이 좀 많은가 말이다.

 

이번 감사를 전후한 대응을 바라보기 전에만 해도 나는 전현희를 드물게 치과의사로 일하다가 사법시험을 거쳐 변호사가 되었고, 2016년 20대 총선에서 강남 지역에서 당선한 이라는 정도로만 알고 있었다. 그에게서 받은 인상은 의사와 변호사, 하나 하기도 힘든 ‘사’ 자 자격(면허)을 2개나 가진 이를 바라보는 우리 사회의 시선에서 벗어나지 않은 것이었다. 

 

인터넷으로 확인해 보니 전현희 권익위원장은 1964년 경남 통영에서 태어났다. 부산 데레사여고를 나와 서울대 치대를 졸업, 치과의사로 활동하다가 변호사가 됐다. 치과의사의 사법시험 합격은 우리나라에서 최초였다. 2003년 혈액제제로 에이즈에 집단 감염된 환자 가족을 설득해 소송에 들어가 2011년 대법원에서 최종 승소했으니 의사 출신의 변호사로 차별성을 분명히 보인 듯하다.

 

24년 만에 강남에서 야당 후보로 당선

 

제18대(2008) 총선에서 통합민주당 비례대표 국회의원으로 입성하였다. 2012년 제19대 총선에서 강남(을) 지역구에 민주통합당 공천을 신청했으나 경선에서 정동영 전 의원에게 패배했다. 다른 지역에 공천되었으나 포기하고 강남 을에 남았다.

 

2016년 제20대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 강남(을) 후보로 출마하여 현역인 새누리당 김종훈 후보를 6천여 표 차로 꺾고 당선하여 재선 의원이 됐다. 이는 야당 후보로는 14대 총선(1992) 홍사덕 이후 24년 만에 강남(을) 지역구에 당선한 것이었다.

 

강남(을) 지역구는 19대 총선에서 3선 의원에 통일부 장관, 열린우리당 당내 최대 계파 수장, 대선에 출마한 바 있는 정동영이 참패했던 곳이었다. 그러나 득표율 51.5%, 득표율 차 7.1%의 승리는 그때까지 8년 이상 지역구를 관리하면서 자신의 정치적 진정성을 증명한 것이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전현희는 2020년 4월, 21대 총선에서 4선 이력의 미래통합당 박진(51,762표, 50.94%) 후보와 겨뤄 47,157표(46.41%)를 얻었지만, 4,605표(40.53%) 차로 낙선했다. 같은 해 6월, 문재인 대통령은 그를 장관급 국민권익위원회 위원장으로 임명했다.

 

선전한 패자에 대한 위로 차원이라고 여길 수도 있는 임명이었지만, 이후 전현희 위원장의 권익위는 자기 소임을 다한 것으로 보인다. 그는 놀라운 열의로 발로 뛰면서 자기 직분을 수행했다. “민원 해결 주무 부처라 현장을 많이 다니는데 운동화가 편해서 항상 신는다. 국민권익위원장이 된 뒤 운동화만 다섯 켤레째다”라고 말하는 그는 이번 6월 말에 임기가 끝난다. [관련 기사 : 전현희 “정권의 총체적 압박, 내가 표적이면 나만 괴롭혀라”]

▲ 전현희 권익위원장은 한결같은 진지하고 진정성 있는 태도로 감사에 맞서 자신의 결백을 증명했다. <한겨례> 사진

나는 그의 의원 시절의 활동에 대해서 아는 게 없다. 의사나 변호사 활동도 프로필에 나온 것 이상을 알지 못한다. 내가 그를 주목하게 된 것은 전적으로 10개월간 감사원의 ‘표적 감사’와 맞서는 과정에서 보인 그의 침착하고 진정성 있는 항변과 언행이 다르지 않은 자기 활동에 대한 자부와 자신감을 엿보았기 때문이다.

 

쉽게 흔들리지 않고 결기를 안으로 삭이며 권력에 맞서온 지난 10달

 

그는 쉽게 흔들리지 않고 자신의 소신을 지키고자 하는 결기를 안으로 삭이는 진지한 모습을 보여주는 사람이다. 말씨도 매끄러운 능변이 아니라, 느리지만 진정성 넘치며, 논리적 맥락으로 주어진 의미와 그 본질을 분명하게 드러낸다. 처음 만나는 이라도 그가 하는 말이 진실이거나 진실에 가까울 것이라고 여길 수밖에 없게 하는 어떤 믿음을 알게 모르게 뿜어내는 것이다.

 

물론 그것은 그의 단순한 언변의 결과가 아니다. 그것은 더 깊고 더 본질적인 자기 임무에 대한 명확한 이해, 그리고 그것을 빈틈없이 수행하는 과정과 그 결과에 대한 강력한 자신감과 긍지로 말미암은 것이다. 이는 끊임없이 이어지는 감사원의 감사가 거세어질수록 더 확신에 가까워지곤 했다.

 

그리고 그것은 자기 목표에 대한 명확한 인식과 업무 수행에 대한 자신감으로 그가 충만해 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사람들은 그가 공정하고 합리적으로 일을 수행하며, 그 과정에서 어떤 위법도 범칙도 없으리라는 믿음을 자연스럽게 갖게 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번 감사가 끝나면서 그가 단호한 태도로 법적 조치를 언급하는 것은 그가 일관된 태도로 이 감사에 임했고, 그 과정에서 자기에게 어떤 위법도 비리도 없었다는 강력한 자신감의 결과다. 그것은 그의 진정성을 받아들이고 그의 소신을 응원했던 사람들이 스스럼없이 이 결과를 받아들이게 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나는 무엇보다도 그가 고립무원의 상태에서도 평정을 잃지 않은 것도 높이 평가한다. 그를 신뢰한 권익위 직원들을 빼면, 사실상 모든 보수언론이 일방적으로 부정적 보도로 일관하고, 집권당의 공격과 모욕이 이어지고, 현 정부에서 임명한 부위원장들의 노골적인 적대시 가운데서도 그는 흔들리지 않고 이 ‘불문’의 감사 결과까지 온 것이다.

 

그는 1년 넘게 집권당의 노골적인 사퇴 압박에 맞서면서 자신의 임기를 지키고 이제 곧 명예롭게 퇴진할 것이다. 그가 권익위원장으로서 자기 직위와 업무를 지켜낸 데 대해서 진짜 응원이 필요하다. 그는 비록 총선에서 아쉽게 패배했지만, 권익위에서 자기 능력을 말없이 발휘했다. 그게 그가 더불어민주당의 혁신위원장 하마평에도 오른 이유일 터이다.

 

그는 내년 총선에서 다시 오래 지켜온 강남(을) 지역구로 돌아가 다시 3선에 도전하게 될지, 아니면 민변의 변호사로 돌아가게 될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어떤 선택을 하든 나는 그가 지켜온 단단한 원칙과 그것을 위한 자신의 태도를 바꾸지 않으리라는 걸 믿는다. 개인적 이해 앞에서 너무 손쉽게 자신의 선택과 태도를 바꾸는 뭇 정치인들 대신 그를 응원하는 이유다.

 

 

2023. 6. 20. 낮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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