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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 사람 서울 나들이 ④]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전람회

by 낮달2018 2022. 12.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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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의 모습. ⓒ 국립현대미술관
▲ 우리가 서울관에서 관람한 두 개의 전시 팸플릿

지난 7월 21일 나는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 예약해 피부과 진료를 받았다. 오전 9시 진료를 마치고 나오니 10시가 채 되지 않았다. 연차를 내고 나온 아들아이와 함께 병원을 나서니 추적추적 여름비가 내리고 있었다. 약국에 가서 약을 받아 나오자, 아이가 국립현대미술관에 가보자고 제의했다.

 

그간, 서울에 들를 때마다 우리는 서울과 주변의 명소를 찾곤 했다. 5월에는 가족들 모두가 강화도 일원을 들렀고, 국립수목원과 리움미술관을 돌아보았다. 국립박물관과 역사박물관은 이전에 둘러보았지만, 정작 리움도, 간송미술관도 가보지 못한 나는 아이를 앞세우고 거기 들른 것이다.[관련 글 : 성공회에서 강화도에 한옥 성당을 지은 뜻은 / 우리나라 3대 전나무 숲길, 국립수목원에도 있다]

 

서울 나들이와 미술관 찾기

 

수도 서울은 대한민국의 정치·경제·사회·문화·교육·과학기술 등 모든 영역의 중심이 되는 도시다. 일찍이 소설가 김승옥이 ‘서울은 모든 욕망의 집결지’라고 일갈(단편소설 ‘서울 1964년 겨울’)한 이유다. 서울에는 왕조시대의 궁궐이 남아 있고, 모든 문화예술을 집약하는 시설들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것이다.

 

서울을 돌아보는 방법은 명동이나 강남 등 중심가를 찾거나, 고궁과 박물관, 미술관 따위를 찾는 등의 방식으로 이루어질 수 있다. 거기 무슨 선후나 차례 같은 게 있을 턱이 없다. 나는 말로만 듣는 미술관을 찾아, 서울이 보유한 문화 자산을 곁눈질이나마 해 보겠다고 생각한 것이다.

▲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의 규모를 짐작게 하는 시설들. 전시회를 한 바퀴 도는 데만 한 시간이 넘게 걸렸다.

국립현대미술관은 현재 4관에서 5관 체제로 간다

 

세차게 쏟아지는 비를 피해 택시를 타고,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앞에서 내렸다. 나는  경로우대로 무료 입장하여 아이를 따라 전시장 여러 곳을 주마간산 격으로 둘러보았다. 나는 겉보기와는 달리 미술관의 규모에 놀랐다. 미술관은 전시동과 교육동을 비롯하여 디지털정보실, 멀티프로젝트홀, 영화관 등 다양한 시설을 갖춘 복합문화예술센터라고 했다.

 

건축가 민현준이 설계한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은 ‘문화의 거리’ 삼청로에 2013년 11월 개관하였다. 서울관 부지는 조선시대 소격서, 종친부, 규장각, 사간원이 있던 자리로서 한국 전쟁 후에는 국군수도통합병원, 기무사 등이 있었던 곳이라고 한다.

 

국립현대미술관은 1969년 10월 경복궁에서 개관한 이래 1973년에는 덕수궁 석조전으로 청사를 이전하였고, 1986년 과천관, 1998년 12월 덕수궁미술관, 2013년 11월 서울관, 2018년 12월에는 청주관을 개관했다. 2019년에 개관 50주년을 맞이한 현대미술관은 2026년 상반기 대전관이 개관하면 서울관, 과천관, 덕수궁관, 청주관의 4관 체제가 5관 체제로 바뀌게 된단다.

▲ 히토 슈타이얼의 데이터의 바다 전시회 입구.
▲ 〈Hell Yeah We Fuck Die〉(2016)은 라이트 박스 의자 설치물과 바리케이드를 연상시키는 금속구조물, 그리고 4편의 영상으로 구성됐다.
▲ 작품들은 영상으로 이루어지되, 그것을 관람하는 사람들을 위한 편의 시설까지도 포함하는 듯했다.

전시 1  <히토 슈타이얼-데이터의 바다>

 

서울관 2, 3, 4전시실과 프로젝트 갤러리에서는 <히토 슈타이얼-데이터의 바다>(4.29.~9.18.)가, 5전시실에서는 <나너의 기억> 전(4.8.~8.7.)이 열리고 있었다. 히토 슈타이얼은 디지털 기술, 글로벌 자본주의, 팬데믹 상황과 연관된 오늘날 가장 첨예한 사회, 문화적 현상을 영상 작업과 저술 활동으로 탐구해 오고 있는 동시대 가장 영향력 있는 독일의 미디어 작가란다.(전시 팸플릿 안내문, 이하도 같음)

 

전시의 부제 ‘데이터의 바다’는 슈타이얼의 논문 ‘데이터의 바다 : 아포페니아와 패턴(오) 인식’(2016)에서 인용한 것으로 오늘날의 데이터 사회를 성찰적으로 바라보고자 하는 전시 의도를 함축하고 있다고. 그러나 미술관을 ‘구경’하러 온 사람에게 그런 전시의 본질과 내용을 받아들이기 쉽지 않다.

 

나는 인상적인 장면 앞에서 사진을 찍고, 아이를 따라 전시장 곳곳을 옮겨 다녔다. 반드시 전문적인 식견이 없어도 전시된 작품이 주는 인상으로 그게 대충 무엇을 말하고 있는지는 어렴풋이 가늠할 수 있었다. 그게 미술이 인간에게 수용, 소구되는 가장 기초적인 형식일 터이다. 

▲ 나너의 기억 전시회의 작품들. 찍긴 했는데, 작품의 내용을 갈무리하지 못했다.
▲뮌_오디토리움2022
▲양정욱_피곤은 언제나 꿈과함께

전시 2  <나너의 기억>

 

워낙 여럿인 전시실을 돌아다니는 일도 만만치 않았다. 나중에 발바닥이 아프기 시작할 즈음에 제5전시실의 <나너의 기억>을 관람했다. <나너의 기억>은 급변하는 사회 시스템에서 무엇을 어떻게 기억할 것인지 질문을 던지는 전시다.(팸플릿 안내, 아래 같음)

 

전시는 자산과 타자의 기억이 혼재되고 중첩되는 현상을 들여다보면서 개인의 기억을 점유하는 주체는 누구이고, 어떤 기준에 따라 정보가 기억되고 망각되는지를 고찰하며 시작된다. 나아가 과거의 수만은 정보가 선택·편집되어 형성된 현재의 기억은 어떤 방식으로 드러나고 있는지 등을 질문한다.

 

한 바퀴 전시실을 다 돌아본 게 한 시간 반쯤 되었을까. 전시 관람을 하면서 느끼는 것은 한결같이 ‘미리 공부를 좀 하고 왔으면 좋았을걸’이다. 최소한 기본적 정보만이라도 훑어보고 왔더라면 작가나 작품의 의도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었을 터에서다. 그러나 후회는 늘 늦고, 전시회를 다시 찾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아쉽지만, 수도 서울의 한복판에 있는 국립현대미술관을 둘러보고 비록 주마간산 격이지만, 전시 작품을 일별한 기회를 가졌다는 걸 위안 삼으며 우리는 미술관을 나섰다. 미술 전람회라면 지역에서 구상 회화밖에 관람하지 못한 시골 사람으로선 오랜만에 눈 호강을 넘치게 한 셈이었다.

 

 

2022. 12. 30. 낮달

 

[시골 사람 서울 나들이 ①] 난생처음 국립극장에 옛 연극을 보러 가다

[시골 사람 서울 나들이 ②] 국립현대미술관에서 모네와 피카소를 만나다

[시골 사람 서울 나들이 ③] 시화호와 대부도의 낙조

[시골 사람 서울 나들이 ⑤] 덕수궁, 망국과 격변의 시대를 지켜보다

[시골 사람 서울 나들이 ⑥] 창경궁, 한때 ()’이었던 궁궐, 왕실 가족사도 애잔하다

[시골 사람 서울 나들이 ⑦] 창덕궁, ‘비원을 품은 유네스코 세계유산

[시골 사람 서울 나들이 ⑧] 고난의 근대사 간직한 조선 제일의 법궁 경복궁(景福宮)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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