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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풍진 세상에 /미디어 리포트

MBC 뉴스데스크가 달라졌다

by 낮달2018 2019. 3.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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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데스크, 방송 시간 앞당기고 분량도 85분으로

▲ MBC 뉴스데스크는 지난 18일부터 방송시간을 7시 30분으로 당기고, 분량도 85분으로 늘리는 변화를 단행했다.

그저께 오랜만에 엠비시(MBC) ‘뉴스데스크를 시청했다. 글쎄, 모르긴 해도 4, 5년 만이 아닌가 싶다. 이명박·박근혜 정권 때 <문화방송>은 회복이 되지 못할 것 같다고 느낄 만큼 망가졌다. 그러나 적폐 청산의 시간에 구성원들은 분투를 거듭했던 모양이다.

 

박근혜 탄핵 이후, MBC 뉴스를 전혀 보지 않은 것은 아니다. 잠깐씩 스쳐 지나가면서 보는데, 어쩐지 힘에 겨워 보였다. 오히려 새 맛을 보여 준 건 에스비에스(SBS)였다. 다소 의욕이 넘치는 게 아슬아슬해 보일 때도 있긴 했지만.

 

지난 수년간 대부분의 진보 시청자들은 제이티비시(JTBC) 옮겨왔고 거기 아주 인이 박였다. 기존 뉴스의 포맷을 버리고 핵심 사안들 중심으로 심층 보도하는 뉴스룸의 진행방식에 길이 든 거였다. 그런데 케이비에스(KBS)MBC는 기존의 방식을 답습하고 있으니 경쟁이 되지 않았던 게다.

 

첫날, 우연히 MBC를 틀었다가 채널을 고정했다

 

그저께 JTBC 뉴스룸을 기다리던 740분께 채널을 돌렸는데 그 시간에 웬일로 뉴스데스크가 방송 중이었다. 채널을 돌리지 않은 것은 바뀐 진행방식이 새롭게 느껴져서였던 것 같다. 전국 초등학교의 부실 석면 관리실태를 고발하는 엉터리 석면 지도와 영상을 통해 보여준 어린이집의 아동학대 언제까지도 새로웠다.

 

리포트에 그치지 않고 이를 심층 취재한 현장 기자를 스튜디오 불러내 추가 질의응답을 하는 형식은 JTBC에서 본 듯하면서도 좀 달랐다. 왕종명 앵커는 장자연 리스트의 목격자인 배우를 스튜디오에 초대해 생방송 인터뷰를 진행했는데 의욕이 넘쳤던 것일까. 준비되지 않은 질문을 하는구나 싶더니 문제 인물의 실명을 공개해 달라고 압박하는 모습을 보이고 만 것이다.

 

저건 또 뭐야, 앵커의 의욕 과잉이 문제가 되겠다 싶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다음날 그는 꽤 세게 욕을 먹었고, 결국 다음날 뉴스데스크에서 이를 사과해야 했다. 공교롭게도 내가 본 뉴스데스크가 730분으로 앞당긴 뉴스데스크 첫 시간이었던 모양이다.

 

진행시간도 85분으로 늘이고 심층성을 강화했다는데, 일단 내가 끝까지 채널을 돌리지 않은 것은 그 때문일 것이다. 사실 40분 남짓한 MBCSBS 뉴스는 30분이 지나면 지역 뉴스로 넘어가기 때문에 대부분 지역 시청자들도 채널을 돌려 버린다. 그러니 사실상 이들 뉴스 시간은 30분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730분에 시작해 855분에 마치는 새 뉴스데스크는 일단 충분한 방송 시간을 확보하고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기본적으로 뉴스 진행방식은 JTBC의 그것과 좀 비슷해 보였지만, 그보다 훨씬 역동적인 느낌이 있었다.

 

여러 해 동안 손석희 앵커가 진행하는 JTBC 뉴스룸에 시청자들은 익숙해져 있지만, 뉴스룸의 진행방식이 최상의 것은 아니다. 손석희가 주는 안정감과 신뢰감은 달리 말하면 시간이 지날수록 그 익숙함이 권태감으로 이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역동적이고 심층적 뉴스를 기대한다

 

안나경이 손석희와 함께 번갈아 뉴스를 진행하지만, JTBC 뉴스룸은 그가 손석희를 보조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그런데 MBC 뉴스데스크에서 왕종명과 함께 뉴스를 진행하는 이재은의 모습은 JTBC의 그것보다 훨씬 더 독자적이고 활발해 보였다. 그가 왕종명과의 나이 차가 많지 않아 보여서일까.

▲ 언론노조의 파업투쟁( 2017.10.23.)

어쨌든 그저께 시청한 MBC 뉴스는 당분간은 뉴스데스크를 시청해도 괜찮겠다는 생각을 하게 해주었다. 다수의 채널에서 모두 제각각 특성 있는 뉴스를 진행하는 방송 상황은 시청자들에겐 그보다 더 좋을 수 없는 일이다.

 

우리 세대는 이른바 땡전뉴스와 같은 관제 뉴스만 보다가 방송 민주화 투쟁 이후의 방송 뉴스 세례를 받았다. 그러나 보수 정권이 재집권하면서 민주주의언론 자유는 퇴행을 거듭해 왔다. 박근혜 탄핵 이후 언론은 지금 새롭게 재편되는 과정에 있는 듯하다.

 

어용 방송의 오명을 씻고자 공중파는 물론, 뉴스 전문 케이블 방송도 새롭게 붓끝을 벼리는 중이다. ‘종일 편파방송이라는 비아냥을 들었던 종편도 유료방송의 의무송출 채널에서 제외하는 종편 의무송출 폐지이후의 생존을 모색해야 하는 상황에 맞닥뜨렸다.

 

방송 환경이 바뀌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퇴행적 언론관으로 자신들의 계급과 정파적 이해에 봉사하는 일부 언론이 여전히 전파를 쏘고 있는 게 현실이다. 그러나 망가질 대로 망가졌다가 다시 예전의 ‘MBC 뉴스를 꿈꾸는 뉴스데스크에 대한 기대를 버릴 수 없는 것은 공정하고 진실한 언론이야말로 민주주의의 전제이기 때문이다.

 

 

2019. 3. 21. 낮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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