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시사 기획 쌈> ‘대통령 취임 1년-남은 4년의 길’(2009.2.24.)
24일 밤 우연히 채널을 돌리는데 KBS의 ‘시사 기획 쌈’이 잡혔다. 방송된 내용은 ‘대통령 취임 1년-남은 4년의 길’이다. 채널을 돌려 버리려고 하다가 얼마나 망가지고 있는가 싶어서 ‘짬짬이’ 들여다보았다. 50분 가까운 분량인데, 낯 간지러운 내용의 연속이라 참고 채널을 고정하기가 쉽지 않았던 까닭이다.
‘혹시나’ 한 것은 결코 아닌데 ‘역시나’였다고 하면 진부한 표현인가. 70년대와 80년대, 밤 10시가 넘으면 느닷없이 시작하던 관제 프로그램 ‘보도 특집’의 재림(?)이라고 하면 지나칠까. 남자 해설자의 초성 좋은 해설은 감미로웠고, 시종 나긋나긋하게 프로그램을 진행한 여자 아나운서도 예의범절이 깍듯했다.
프로그램은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의 취임 1주년 회견을 보여주고 이명박 대통령의 1주년 공식회견은 없었다는 내용으로 시작된다. 그게 이명박 대통령이 전직 대통령과 구별되는 차별성을 드러내려는 의도였던 것은 아니었던 것 같은데, 뭔가 뜬금없다는 느낌을 지울 수는 없었다.
이어지는 화면은 용산 참사 희생자 추모 집회였다. ‘대통령 취임 1년, 시민단체들은 지금 길거리에 있습니다.’라는 해설과 촛불 이후, 대통령의 ‘뼈저린 반성’으로 시작하는 ‘대국민 사과’ 화면까지는 그나마 심상한 흐름이었다. 그러나 그런 ‘심상함’은 딱 거기까지였다.
- 집권 2년 차를 맞는 이명박 대통령의 발길은 바쁘게 현장으로 향하고 있습니다.
- 예전과는 달리 확신에 차 있습니다.
- 지난 1년의 국정운영 경험을 통해 청와대가 얻은 교훈은 무엇일까요.
- 각종 정책을 충분히 알리지 못해 혼선이 있었다는 생각…….
- 변화를 아우르는 노력이 부족했다는 평가입니다.
그간 내가 봐왔던 ‘시사 기획 쌈’이 어떤 프로그램이었던가 하는 생각에 나는 좀 헷갈렸던 것 같다. 이날 프로그램은 거의 대통령의 홍보 동영상이라고 해도 무방할 만한 내용으로 채워졌다. 중간중간에 따오는 관계자 인터뷰와 아나운서의 여론조사 결과 설명을 빼면 대부분 대통령의 현장 방문이나 라디오 연설, 대통령과의 원탁 대화, 국정 연설 등을 부지런히 소개하되, 정작 관점은 청와대의 그것을 아주 자연스레 따라가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마치 대통령과 청와대, 여당인 한나라당의 동정을 보도하면서 이를 홍보하고 있는 듯하기도 했다. 간간이 야당 대표나 비판적 인사들의 인터뷰를 인용하긴 했지만 그건 양념 이상은 아니었던 것 같다. 프로그램은 은근히 ‘중립성’을 강조하고 있는 듯 보였지만, 오히려 그것에 치여 비판적 관점은 숨어버린 형국이었다.
- 행동하는 보수단체들이 온몸을 던져 이명박 대통령을 지지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 앞으로 남은 임기 동안 대통령에게서 무엇을 기대하는가.
- 이명박 대통령 장로님을 민족의 지도자로 세우신 아버지. 장로님을 지켜주시고 지혜와 명철로 인도하여 주시옵소서.
- 이들의 기도에는 국가권력은 하나님으로부터 나온다는 믿음과 지지가 담겨 있습니다.
프로그램의 백미는 이명박 대통령을 지지하는 보수세력의 동정과 인터뷰 등이었다. 반핵반김국민협의회 운영위원장의 인터뷰에 이어서 소망교회 예배의 기도문을 자막까지 곁들여 보도했다. ‘대통령을 위한 기도시민연대’라는 이름의 단체의 기도회와 함께 ‘MB님, 힘내세요! 할렐루야’ 구호를 외치는 신도들을 보여주기도 했다.
정작 현 정부에 비판적인 시민단체나 지식인의 목소리는 미미했다. 이명박 정부의 실정과 관련된 내용은 거의 언급되지 않았다. 용산 참사는 물론이거니와 미네르바 구속, MB 입법의 문제점 따위도 찾아볼 수 없었다. 오히려 대통령의 즐겨 쓰는 ‘법과 질서’에 대한 내용은 차고 넘쳤다.
- 요즘 청와대에선 ‘실용’이란 말 대신 ‘법과 원칙’이라는 말이 자주 들립니다.
- 8번째 라디오 연설에서 8분 30초 연설하는 동안 원칙이란 말을 무려 17번이나 언급했습니다.
대통령이 농산물 시장에 가서 할머니에게 목도리를 주는 미담 화면도 빠지지 않았다. 여러 번 방송되어 눈에 익은 이 장면에서 해설은 정서적 호소력이 넘친다.
- 집권 2년 차, 이명박 대통령이 맞닥뜨린 현실입니다.
한마디로 타이틀 백에 깔리는 ‘뉴스와 이슈(news & issue)’, ‘심층 보고(In-depth report)’ 따위의 글귀가 무색한 시간이었다. 이명박 정부가 단숨에 30년 전의 권위주의 시대 정치문화로 회귀·퇴행했다면 KBS도 꼼짝없이 ‘정권의 방송’으로 동반 퇴행한 시간이었다. 어이가 없어서 쓴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관련 글 : 19세기 ‘모니퇴르’, 그리고 ‘KBS’]
쓴웃음을 지었던 사람이 한둘은 아니었던 모양이다. 오늘 KBS ‘시사 기획 쌈’의 시청자 게시판에 들어갔더니 KBS를 성토하는 시청자들의 성난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었다.
- 부끄러운 줄 알아라, 이 사람들아!
- 쌈…방송을 배추 쌈해서 MB 입으로…
- KBS야, 명박이가 수신료 올려준다니 그렇게 고맙디?
- 수신료 아까워요
- MB 종교방송으로 광고해라.
- 명박이 1주년 기념 애널 서킹 쑈입니까?
- 쌈 제작진분들 힘내세요 ^^ (야유성)
그러나 KBS 제작진들은 썩 태연하기만 하다. <프레시안> 보도를 보니 담당 팀장은 “공영방송다운 중립적 프로그램”이라고 주장했다고 한다. 또 “KBS 심의실에서는 오히려 ‘너무 MB를 비판하는 거 아니냐’라는 반응이 나왔다”라고도 항변했다고 한다.
25일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에서는 고흥길 위원장이 미디어법을 기습적으로 직권 상정했다고 한다. 이에 따라 언론노조는 26일 아침부터 입법 저지 총파업에 들어간다고 선언했다. 방송계 한쪽에서는 비장한 출사표를 던지고 있는데, 70년대식 보도 특집이나 재현하는 KBS에서 2009년 2월은 여전히 태평성대다. 더는 할 말이 없다.
2009. 2. 25. 낮달
● 그날의 댓글들
10년도 전의 이야기지만, 그날의 댓글들은 생생하게 당시의 현장감을 지니고 있다.
▪yeewoonghan 2009/02/26 10:48
나는 KBS 신임 사장이 들어오구, 그리고 ,kbs직원들이 이러 ㄴ낙하산을 받아 들이는 순간부터 kbs시청을 끊었다.
우리 모두 KBS 시청료 강제 징수 거부 운동을 해야만 한다.
▪희망지킴이 2009/02/26 14:23
어떤 방법이 있을까요? 구체적인 방법이 있으면 말씀좀 해주세요..미치겠어요 저넘들 때문에..
▪이상우 2009/02/26 10:54
요새도 개병쉰 보는 사람있어요?...
▪거니리 2009/02/26 10:55
'남은 4년의 길'이란 문구에 기분이 아득합니다.
몰염치, 몰상식 1년
암담, 참담, 낙담 4년
우리집이 2년전에 테레비를 없앴는데
내 눈과 귀만 호강하나요?
그러면 4년뒤에는?
▪낮달 2009/02/26 18:40
요즘 티브이 없앤 집이 더러 있구먼.
그것도 괜찮은 선택이긴 해...
KBS노조는 논의만 하다 볼일 다 보는 모양.
타 언론사가 파업에 들어갔는데, 또 논의 운운하고 말 모양이네. 더 이상 기대할 게 없는 거 같아...
▪청산이 날 부르거든 2009/02/26 11:10
프로그램은 보지 못했는데 프레시안에서 기사를 읽었습니다.
스스로도 낯뜨거울 거 같은데 천연덕스럽게 방송을 하는 거 보면
그야말로 정도 걷기를 포기한 모양입니다.
국정홍보처로 바뀐 모양이지요?
▪이병희 2009/02/26 11:10
대통령도 문제/ 집권당도 문제/ 야당도 문제/ 국민들도 문제/ 이 나라는 어디가 끝이란 말인가.
청와대,국회의사당 어느 하나 국민들의 목소리에는 귀 기울기지 않는 어처구니 없는 대한민국
정말 mb과 한나라당의 끝을 보고 싶다, 4년기다렸다가 어떤 평가가 내려질지...
노무현 전 대통령을 욕했던 한나라당은 욕했던 사람들 보다 잘하는게 무엇인가? 어거지 부리기?
국익이라는 이름 앞에 국민들을 조롱하고 있는 당신들은 역사의 심파을 받을것이다.
▪연필소년 2009/02/26 11:18
어이없는 일이군요. 좋은 글 담아가서 이웃들과 나눠보겠습니다.
▪참나 2009/02/26 11:28
니들은 그러면 외국으로 떠나 살기싫으면 꼭 서울살면서 mb반대해야 잘난것처럼 생각해ㅉㅉㅉ 니들이 지방내려와서 조사해바바 표본집단 많이 해가지고 참나 반대하는 새퀴들 촛불집회 바바 울산 대구 부산 서울반에 반에 반 만큼 모였냐?ㅉㅉㅉ 생각이 없어 꼭 지 보고싶은것만 본다니까 그러면 한국뜨라고 나도 좀 이런 불순분자들 좀 걸러진 세상에 있으면 좋겠다 꼬으면 메일 study_lsy@naver.com
▪ㅋㅋㅋ 2009/02/27 09:54
ㅎㅎㅎ 반에 반?
서울인구 반에 반만큼 모여사는 도시가 얼마나 된다고??
거기다 지방에서 서울로 올라가서 집회한단 생각은 안드나?
지네집 문앞에서 말을해두 무시하는데 지방에서 집회한들 콧방귀나 낄까??
국민들은 너처럼 이정도 생각도 안할거같아?
하여튼 2MB나... 그 추종자들이나.. 천상 2MB를 못넘겨요..
▪허허 2009/02/26 13:25
이나라는 끝났어. 참나야,
니 진짜 참나다...진짜..
차라리 전화번호를 대든가,,
돈많은 부모아들자식이구나,,딱보니
▪ㅎㅎㅎ 2009/02/26 13:27
아주 지랄을 하고 자빠졌구나. 주구도 아닌 광주구 똥깨들같으니...
▪플라치도 2009/02/26 13:58
저는 못봤는데 어제 아내가 그러더군요. 엠비어천가를 부르더라고...
남은 4년이 까마득합니다.
▪낮달 2009/02/26 18:42
그런데 문제는 그걸 만든 KBS 사람들은 그게 중립이라고 믿기 시작하면 자기 최면에 홀딱 빠지고 만다는 데 있지요. 나중에는 아마 신념마저 갖게 될지도 모르지요.^^
▪박상만 2009/02/26 14:42
아직도 KBS 시청하는분들이 계시는군요.
작년말 부터는 KBS 시청 안합니다.그런데 아쉬운건,시청료를 마냥 가져가는군요.
lmg 2009/02/26 15:50
KBS... 정말 가지가지 하네요.
정 끊고, 안본지 오래됐지만...
어떻게 몇달사이에 그리 개같이 되어버렸는지...
▪김영무 2009/02/26 15:58
어떻게 저런 여론조사가 나오는지?
다 친정부 기관에서 조작한 여론조사라고 본다
왜냐면 여론조사를 한 기관들이 친정부기관들이더라
대한민국 2009/02/26 18:18
댓글 볼때마다 정말 자증나 죽겠내
그렇게 남욕할 시간 있으면 책이나 읽으세요
우리나라 국민이 뽑은 대통령인데 대통령한테 말하는 싸가지들은 ... ㅉㅉ
▪너나잘하세요 2009/02/26 20:43
그렇게 짜증내면서 까지 댓글보는 이유는?? 그렇게 짜증나면 책이나 읽으세요.
네티즌한테 말하는 싸가지 하고는...ㅉㅉ
▪kdchoi 2009/02/26 23:10
어떤 일이 잘 못되면, 대통령(이명박)이 잘 못한 것인가? 보좌진이 잘못 보필한 것인가? 대통령과 보좌비서관의 구조적 시스템이 잘 못된 것인가?를 심각하게 생각할 필요가 있습니다.
▪김정호 2009/02/26 18:23
MB 및 한나라당 특히 유인촌 . 부모팔아 자식산다고들 하는데 지금하는 행동이 자식들의 앞날을 걱정하고 하는짓거리들인지 ...천벌을 받을것같아 불쌍하기까지 하네....
▪이종성 2009/02/26 20:32
우리나라엔 대통령이 2명 이구먼 ..형제끼리 작살내시요...이것 보시요 대통령은 왕이 아니요, 국민이 뽑은 머슴인데 국민은 대통령을 함부로 할수 있는것이요, 정부관료나 공무원은 대통령에게 함부로 할수 없지만 똑바로 알고 하시요, tv등에서 용어도 잘못되었소 국민들앞에서 대통령께서 머 이런용어는 잘못된것이요, 국민이 주권자인데 그런 막말이 어데있소 그건 못배운 무식자들이나 하는 소리지 [대통령이] 머 이렇게 하는것이 맞는 말이요.
▪콩나물대제국 2009/02/26 22:20
늘 그랬었던것 같지만 요즘처럼 언론이 어떤 목적에 의해 이용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그저 있는 사실들을 정확하게 전해주는 역활은 기본일것 같은데 말입니다.
▪낮달 2009/02/27 08:13
급전직하 라는 낱말이 무색할 지경입니다. 요즘 KBS의 보도행태는 꼼짝없이 5공시대로 돌아간 것처럼 보입니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언론이 권력과 야합하는 것은 가장 비극적인 일이 아닌가 싶습니다...
▪탱이 2009/02/27 00:03
하여튼 천하에 부도덕한 자를 대통령으로 뽑은 고통이 뼈에 사뭇칠 것입니다.
▪낮달 2009/02/27 08:14
정말, 그렇습니다. 그러나 이 학습효과는 얼마나 갈지요...
▪닭모가지 비틀면 죽는다. 2009/02/27 03:01
그래서 새벽은 검푸르도록 피토하며 시럽게 동틀다가 죽었는가? 낯은 새멀겋게 희멀도록 부시며 눈을 쳐다 볼 수가 없을 정도로 한 손으로 하늘을 가리는가>? 밤엔 뭐할려고>>>>?
▪난떠난다 2009/02/27 03:26
더러버서 간다
▪난세... 2009/02/27 09:26
정말... 요즘은 난세가 따로 없네요 --;;;;; 아무리 동뜨기 직전 새벽이 가장 어둡다지만 이러다간 동뜨는걸 못보고 죽을듯...
▪후후..제목이.. 2009/02/27 09:30
쌈이지 않습니까?? 쌈싸먹으라고 개소리라고 ㅡㅡㅋ
▪케이비에스 2009/02/27 11:24
케이비에스 뉴스 안본지가 꽤 됐지요...
쌈을 잠깐 보다 바로 채널 돌렸는데... 정말 너무하더군요..
▪woodam 2009/02/27 17:49
지당하신 말씀이요. kbs 안보는지도 꽤돤듯 싶군요.
더럽고 민망해서 눈쌀을 찌푸리게 되지요. 어쩌다 세상이 이지경이 되였는지-.
한심하고 슬플 뿐입니다. 지금 시간은 자정은 넘은듯하니 곧 새벽이 열리지 않겠는지요.
참고 희망을 잃지 맙시다. 모두의 건투를 빕니다.
▪해를그리며 2009/02/27 17:52
낮달선생생님 어떻게 여기에 이렇게도 많이 쓰레기같은 댓글들이 달렸지요?
선생님도 이제 유명세를 치르시나 봅니다. ㅎ
KBS의 프로를 끝까지 다 보시다니... 저는 집에 TV가 없는 고로 그런 유혹조차 없지만
저런 정신건강에 무척이나 좋지 않은 프로를 끝까지 보셨다니...
선생님의 내공의 깊이를 다시 한번 느낍니다 ^^
▪낮달 2009/03/01 09:33
그렇게 새기니 그럴 듯해 보입니다.^^
글쎄, KBS의 전락은 가슴 아프네요. 권력 앞에 그렇게 맥없이 무너지는 언론을 보면 이번 미디어법의 저지가 정말 중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ekcc12 2009/03/01 13:38
아~ $$욕나온다.
증오와 분노 쌈 기획하고 방송한 놈 역겹고 악하다.
더러운 독사색끼.
'이 풍진 세상에 > 미디어 리포트'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성지가 된 ‘The JoongAng’, ‘순례자’로 붐비는 까닭 (0) | 2022.07.18 |
---|---|
<뉴스타파> ‘시즌 3’ 시작하다 (0) | 2022.03.03 |
19세기 ‘모니퇴르’, 그리고 ‘KBS’ (0) | 2022.02.18 |
<한겨레>가 미우니 그 독자들도 밉다? (0) | 2022.01.23 |
<오마이뉴스> 뉴스게릴라 15년, 그리고 글쓰기 (2) | 2022.01.10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