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입 기초생활수급자 생활지원비도 수능 성적 6등급 이상만 지급
아침에 <한겨레>를 읽다가 눈이 튀어나오는 줄 알았다. 오늘 자 <한겨레> 8면에 실린 기사 제목은 “수능성적 낮다고 ‘빈곤층 생활비’ 끊겠다니…”다. 교과부가 대학에 입학한 기초수급자에게 지원하는 200만 원의 생활지원비는 ‘수능 3개 영역에서 6등급(전체 9등급) 이상 받아야 한다’는 조건을 달았다. 세 과목 모두 상위 77% 안에 들어야 생활비 지원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기초생활수급자 생활지원비는 정부가 ‘취업 후 학자금 상환제’를 도입하면서 기초생활수급자 무상장학금(연간 450만 원) 혜택을 전액 삭감하고, 기초생활수급자도 일반 학생과 마찬가지로 학자금 대출 이자를 연 5.8% 수준에서 부담하도록 한데 따른 제도다. 대신 이들에게는 생활지원비 명목으로 연 200만을 무상 지급하는 것이다.
새 제도가 도입되면서 1~3분위의 학생들에겐 4%포인트, 4~5분위 학생에겐 1.5%포인트의 이자 감경 혜택도 모두 사라졌다. 결국 새 제도는 기존의 혜택을 거의 반 토막을 낸 셈이다. 결국 200만 원 무상 지급은 ‘없어지는 혜택’을 대체하는 성격으로 보는 게 맞다. 그런데 여기에다 난데없는 ‘조건’을 건 것이다.
안민석 민주당 의원의 비판이 설득력을 있는 것은 그래서다. 안 의원은 “저소득층 대학생에 대한 기초생활비 지원은 교육복지 차원에서 이뤄지는 것인 만큼 성적에 제한을 두는 것은 상식에 맞지 않는다.”라며 “가정형편이 극히 어려운 학생들에게 한 학기에 100만 원 남짓인 생활비까지 수능 성적을 구실로 삼아 제한을 두는 것은 모자라는 복지예산을 아끼려 내놓은 편법”이라고 비판한 것이다.
안진걸 참여연대 민생희망팀장은 “고교 졸업 성적의 일부인 수능을 기준으로 생활비 지원마저 제한하는 것은 어이없는 일”이라며 “저소득 계층일수록 수능 성적이 낮게 나오는 현실을 무시한 처사로, 정부에 저소득층 지원 의지가 있는지 의심스럽다”라고 비판했다.
교과부라고 할 말이 없는 건 아니다. 교과부에서는 “대학 재학생에게 ‘12학점 이상 이수하고 시(C)학점 이상 받아야 한다.’라는 조건이 붙는데, 신입생에게는 이런 조건을 붙일 수 없어 형평성 차원에서 내건 조건”이라고 해명한다. 그러나 ‘형평성’이라는 건 그리 쉽게 아무 데나 붙이는 건 아니다.
길게 말할 것도 없다. ‘공부 못 하면 굶으라는 게냐?’라는 항변 앞에서 교과부는 별로 할 말이 없을 터이다. 아이들의 성적이 부모의 소득, 직업 등 부차적인 변수의 결과라는 것은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그런데 교과부의 조치는 이 부분에 대한 고려가 전혀 없다. 더 중요한 것은 이 제도를 시행하는 교과부 생각 속에 과연 ‘복지’라는 개념이 있기나 할까 싶은 것이다.
현 정부 들어 4대강 예산을 덮어쓰면서 그 유탄을 맞지 않은 예산이 하나둘이 아니지만, 정말 복지 예산이나 결식 지원 예산 등이 뭉텅 잘리는 걸 보는 건 여간 씁쓸한 것이 아니다. 종부세를 유명무실하게 만들어 버리거나 부자 감세에는 과감하던 정부가 왜 저소득층 지원 같은 복지 예산 앞에서는 손이 오그라드는지는 모를 일이다.
최근 엎치락뒤치락하고 있는 경기도 교육청과 도 의회의 공방도 상식적으로 이해되지 않은 일이긴 마찬가지다. 전체 무상 급식은 단순한 저소득층 지원을 넘어서 실질적인 의무교육으로 가는 과정이다. 지원마다 생색을 내면서 아이들 가슴에 멍을 심는 일은 없는 것 아닌가.
상식은 아주 간단하다. 그런데 거기 입각하여 시정을 펼치는 게 왜 그리 어려운지는 알 수 없다. ‘어륀지 파동’에서 드러나듯 상식에 반하는 것들을 정책이랍시고 내놓는 건 이 정부의 전매특허 같다. ‘설마’ 싶은 ‘무식한 짓’을 서슴없이 하는 것도 이 정부의 특장(?) 중 하나이니 말이다.
어이없어하는 동료 교사들의 반문이다.
“중식 지원도 ‘성적순 따라서 하겠다’고는 안 할라나?”
2009. 12. 19. 낮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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