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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풍진 세상에 /텃밭일기

[2021 텃밭 농사 ⑧] 고추 농사, 스무 근 수확 이루고 접었다

by 낮달2018 2021. 10.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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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 고추농사 기록, 스물두 근을 땄다

▲ 8월 30일의 텃밭. 이 사진이 온전히 홍고추를 매달고 있는 마지막 고추밭 사진이 되었다.

8월 중순에 고춧가루 9근을 건졌다는 얘기는 지난번에 썼다. 8월 24일에 새로 따 말린 고추를 빻아 3.8kg(6.5근)을 얻었다. 합해서 15.5근인데, 4.5근만 더 수확하면 작년과 같아진다며 우리는 흡족해했다. 다음날(8.25.)에 밭에 들러 갈라진 고추[열과(裂果)]를 따왔다. 그것도 잘만 말리면 얼마간 보탬이 되는 것이다. [관련 글 : 2021 텃밭 농사 ⑦ 세 차례 수확으로 고춧가루 아홉 근을 건지다]

 

올 고추 농사, 고춧가루 스물두 근을 이루다 

 

8월 30일에 이어 9월 8일에 사실상 마지막 수확을 했다. 여름이 막바지에 이르며 병충해가 온 밭에 번졌다. 이때 딴 고추를 말려서 빻으니 4근쯤 나왔다. 반 근이 모자라는 스무 근이 된 것이다. 이제 고추밭은 걷기 전까지 익은 성한 놈만 잘 가려서 말리면 두어 근은 나올 것이니 우리는 목표한 스무 근을 이룬 것이다.

 

지난해 150여 포기를 심어서 스무 근을 딴 데 비기면 그 반(84포기)쯤 심어서 같은 수확을 했다면 이 농사는 성공이다. 물론 전문 농사꾼의 농사와 비길 수는 없지만, 우리는 이 성취를 두고두고 되씹었다. 벗들에게도 자랑삼아 얼추 스무 근을 땄다고 말하곤 한 것은 자신들도 믿을 수 없는 수화이었기 때문이다.

▲ 여름내 마당에 돋아난 잡초를 뽑아내느라고 한동안 땀 좀 흘렸다. 빈 집의 관리는 그렇게 힘든 법이다.

9월 8일 수확한 다음 밭에 풀을 대충 매고, 마당에 돋아난 잡초를 뽑느라 땀깨나 흘렸다. 사람이 살지 않는 집이란 어쩔 수 없다. 일주일 한두 번 드나드는 게 고작이니, 마당이 한두 포기씩 돋아나기 시작한 풀은 금방 번져 버린다. 올라오는 대로 뽑아주면  관리가 안 되는 건 아니지만, 그게 말처럼 쉽지 않은 것이다.

 

텃밭 정리, 아직 성한 풋고추는 따내고

 

추석을 쇠고 난 9월 24일, 우리는 텃밭을 정리했다. 아내가 먼저 아직도 숱하게 달린 성한 풋고추를 따내면 내가 지지대를 뽑고, 쳐놓은 줄을 걷어내고 난 뒤 고춧대를 뽑아냈다. 나중에는 고춧대를 뽑아놓고 거기서 고추를 땄다. 달리기는 엄청 많이 달렸는데, 더는 익을 가능성이 없는 고추다. 그것도 상당 부분은 벌레 먹은 놈이고.

 

텃밭에 걷어내지 못한 멀칭 비닐은 다음에 와서 정리하기로 하고, 커다란 플라스틱 함지 세 개에 가득 고추를 담아서 가지고 왔다. 아까워서 버리지는 못하고, 이걸 다 어떻게 처리하냐고 아내는 걱정이 늘어졌다. 고추를 깨끗이 씻은 아내를 이를 크기별로 나눠서 담더니, 그중 우리가 먹을 거만 남기고 나머지는 지인에게 갖다주었다. 지인은 반색하고 받더라며 공연히 걱정했다고 쫑알댔다.

▲ 텃밭 정리. 고춧대를 뽑아내고 남은 멀칭 비닐은 다음에 걷어내기로 했다. 고춧대는 나중에 마르면 퇴비로 쓸 수 있을 것이다.

풋고추는 고추부각과 삭힘고추로

 

아내는 삭혀서 먹을 굵은 놈 얼마간을 뺀 나머지 고추를 반으로 쪼개 밀가루를 묻혀 쪘다. 그걸 다시 건조기에 넣어서 이틀 동안 말리니 아주 훌륭한 고추부각이 만들어졌다. 예전엔 통째로 쪘는데, 갈라서 쪄낸 부각이 훨씬 고소하고 먹기도 좋다며 그렇게 했다. 그렇게 해서 만든 고추부각 세 봉지는 내년까지 우리 집 반찬으로 두고두고 먹게 될 것이다. 좀 더 굵은 놈은 삭힘고추를 담갔다.

 

마저 말린 홍고추는 빻으니 3근 넘게 나왔다. 빻아 놓은 고춧가루와 합치면 스물두 근이 넘는다. 이로써 우리 집 올 고추 농사는 끝을 보았다. 올해는 고추 농사가 잘돼 고춧값이 지난해에 비기면 싸다. 지난 서너 달 동안 고추 농사를 짓는다고 모종 사고, 비료와 농약과 지지대를 사고, 말린다고 건조기까지 한 대 더 샀으니 이 비용도 만만찮다.

 

비용과 보람, 그 무게를 달 수는 없다

 

그렇게 든 비용은 사실상 고추를 사서 먹는 것과 진배없다. 거기에 몇 달 동안 노심초사한 걸 생각하면 농사는 지으나 마나다. 그러나 텃밭 농사란 그런 식으로 환산할 수는 없다. 비록 수지를 따지지는 못해도 그 농사를 짓는 동안 우리가 누린 기쁨과 보람이 얼마였던가 말이다.

 

아내는 내년에는 고추 농사를 한 해 걸러도 될 것 같다고 지레 손을 털었다. 그것도 좋다고 맞장구를 쳤지만, 이건 내년에 가 봐야 알 수 있는 일이다. 농사철이 다가오면 아내는 다시 슬슬 고추를 심어야 하나 마나를 고민하기 시작할 것이니 말이다.

 

 

2021. 10. 3. 낮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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