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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방에서 8년째… 이석기를 계속 가둬둘 건가

by 낮달2018 2021. 7.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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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기를 사면하는 건 정치적 다양성의 회복이다

▲ 지난 7월 1일 자 <한겨레> 1면 하단에 실린 이석기 전 의원 석방 탄원 광고 ⓒ 한겨레 지면 촬영

지난 7월 1일 자 <한겨레> 1면 하단에는 이석기 전 통합진보당 의원의 석방 탄원 광고가 실렸다. 7년 전, 9년 형을 선고받고 감옥에 간 이래 문재인 정부가 시행한 네 차례의 사면에서 제외됐던 이 전 의원을 오는 광복절 특사에서는 석방해 달라는 간절한 호소에 5대 종교 지도자와 각계각층의 시민들이 힘을 보탰다는 광고다.

 

2021년 현재, 이석기(61) 전 의원(아래 직함 생략)은 한 평짜리 독방에서 만 7년 10개월째 복역 중이다. 그와 관련자들이 실형을 선고받으면서 이들은 대중으로부터 격리됐고, 거의 완벽하게 잊힌 존재가 됐다. 그의 정치적 신념에는 동의하지 않지만, 나는 그를 내란 선동 혐의로 감옥에 보내고 통합진보당을 해산한 우리 사회의 협량(狹量)에는 동의할 수 없었다.

 

이석기 전 의원, 8년째 독방 복역 중

▲ 2014년 12월 19일 박한철 헌법재판소장(가운데)이 통합진보당에 대한 정당해산심판에서 판결문을 읽고 있다.

헌법재판소가 2013년 정부의 통합진보당에 대한 정당해산심판 청구를 인용함으로써 통합진보당이 해산된 것은 2014년 12월 19일이었다. 헌재는 재판관 8(인용) : 1(기각)의 의견으로, 피청구인 통합진보당을 해산하고 그 소속 국회의원은 의원직을 상실한다는 결정을 선고했다.

 

그로써, 민주노동당에 이어 13석의 의석을 확보하며 국회에 진출한 통합진보당은 불운하게도 위헌 정당해산제도에 따라 해산되는 첫 정당이 됐고 소속 의원 5인(분당의 결과)은 의원직을 잃었다. 열 달 전인 2월 17일에는 수원지방법원이 정당해산심판 청구 원인을 제공한 이석기 등에게 유죄를 선고했다.

 

1심 재판부는 이석기의 내란음모·내란 선동·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를 대부분 유죄로 인정해 징역 12년에 자격정지 10년을 선고하고 나머지 피고인들에게도 징역 4~7년을 선고했다. 이듬해 8월 서울고법의 항소심은 ‘음모’ 혐의는 증거 부족으로 인정하지 않고, ‘선동’ 혐의만 인정, 징역 9년에 자격정지 7년으로 감형했다. 이는 2015년 1월 대법원에서 확정됐다.

 

통합진보당 해산 4년 후, 나는 통합진보당 사태를 돌아보는 기사를 썼다. 헌재의 결정을 ‘자유민주주의 수호’라고 본 <중앙일보>와 ‘민주주의 저격’이라고 판단한 <한겨레>의 사설을 각각 소개했다(관련 기사 : 통합진보당 ‘정당 해산’, 그 이후 대한민국은 튼튼해졌습니까).

 

<한겨레>는 생각과 주장이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소수자를 배척하지 않는 것이 민주주의의 징표인데, 이 결정은 진보 소수 세력에 대한 축출 선언으로 ‘역사의 시계’를 되돌린 것으로 규정했다. 정당 해산은 ‘정당의 목적이나 활동’이 민주적 기본질서에 대한 ‘실질적’ 해악을 끼칠 ‘구체적’ 위험성이 있어야 가능하다.

 

그런데 헌재는 당 강령 등에선 그런 위험을 찾아내지 못했지만, ‘진정한 목적’이나 ‘숨은 목적’을 추정해보면 그런 위험이 있다고 주장하면서 해산을 결정했다. 이에 대해 <한겨레>는 헌재가 자신을 ‘자해’하면서 한국 ‘민주주의를 저격’한 것이라고 주장한 것이다.

 

보수와 진보를 떠나 민주주의를 삶과 사회의 원리로 이해하는 나도 여느 시민의 정서와 다르지 않게 이 결정을 이해했다. 헌재의 결정이 닭 잡는 데 소 잡는 칼을 휘둘렀지 않나 하는 안타까움과 함께, 주권자의 지지를 받아 등원한 정당과 그 소속 국회의원의 존재를 부정해 버린 데 대해선 결코 동의할 수 없었다.

 

나는 기사를 맺으면서 ‘민주적 기본 질서’를 보호하고, “실질적 해악을 끼치는 구체적 위험성을 제거”하고자 결정한 정당 해산과 의원직 상실이라는 극약 처방을 통해 이 나라 민주주의는 얼마나 튼튼하고 안전해졌나를 자문했었다.

 

내란 선동 사건 이후 3천 일, 나라는 얼마나 안전해졌나

 

3000여 일을 감옥에서 보내고 있는 이석기의 가족도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내긴 마찬가지였다. 2002년 그가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구속되자 국방부 합참정보본부 부이사관(3급)으로 재직하던 넷째 누나 경선씨는 기무사에서 참고인 조사를 받아야 했다. 일주일 동안 조사를 받은 뒤 지병을 얻은 그는 부당징계를 받고 이와 싸워 승소했지만, 다발성경화증으로 22년간 봉직해 온 국방부로 돌아가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다.

 

2013년 그가 구속되자, 구명운동에 나선 셋째 누나 경진씨는 촛불혁명으로 집권한 문재인 정부의 전향적 조치를 기대했다. 그러나 2017년 7월 8.15 특사를 앞두고 시작한 청와대 앞 1인 시위는 1000일이 넘도록 소득이 없었다. 문재인 정부에서 네 차례에 걸쳐 시행한 특별사면에 동생의 이름은 없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7월 희귀성 갑상선암의 발병으로 경진씨는 성대까지 제거했지만, 끝내 회생하지 못하고 올 3월에 눈을 감았다. 임종 전에 누나를 보려고 신청한 이석기의 일반 귀휴는 거부됐고, 누이의 부음에 ‘2박 3일 귀휴’를 받아 7년 만에 외출을 나온 그는 빈소를 지키다가 누이를 배웅해야 했다. 누이를 묻고 그는 대전교도소로 돌아갔지만, 장례일까지 청와대 앞 주차장에는 주인 잃은 누이의 승용차가 외로이 서 있었다고.

▲ 이석기 전 통합진보당 의원이 지난 2017년 11월 27일 오후 서울고법에서 열린 항소심 첫 공판에 출석하고자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 연합뉴스

나는 통합진보당(현재 진보당) 당원이거나 이석기의 지지자가 아니다. 한때 민주노동당을 후원한 적이 있었을 뿐, 나는 정치 상황을 눈여겨 보면서도 특정 정당을 일관되게 지지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이른바 ‘이석기 내란 선동 사건’은 “이석기가 통합진보당 경기도당 모임(2013년 5월, ‘RO회합’)에서 ‘한반도 전쟁에 대비해 국가 기간시설의 파괴를 위한 준비를 하자’는 등의 발언을 했다”라면서 그를 ‘내란음모’ 혐의로 고발한 사건이었다.

 

이 사실이 알려졌을 때만 해도 실소를 자아내는 ‘운동권의 시대착오적 만용’ 따위로 이해된 이 사건은 국정원에 의해 증폭됐다. 국정원은 지하 혁명 조직(Revolutionary Organization, RO)이 체제전복을 목적으로 합법·비합법, 폭력·비폭력적인 수단을 동원하여 이른바 ‘남한 공산주의 혁명’을 꾀한 사건으로 이석기 등을 검찰에 송치했다.

 

1980년대의 운동권 정파와 그 이론에 대한 내 이해는 보잘것없는 수준이다. 그러나 이석기와 동료들이 실천하고자 한 이념은 당시 이미 껍데기만 남았고, 모임에서의 그의 발언은 묵은 이론의 단순 복기에 그치는 것으로 나는 이해했다. 그것은 시대의 변화 앞에 무력해진 경직된 이념적 도그마가 어떻게 희화화될 수 있는가를 보여준 한 편의 촌극이었을 뿐이었다.

 

이석기 내란 선동 사건은 정파적 이념이 더는 인간의 의식을 규정하지 못하게 된 이념의 이완·쇠퇴기에 돌출함으로써 국민의 손가락질을 받았다. 내란 선동 혐의와 중형 선고도, 정당 해산 등 초유의 극약 처방도 그러한 시대적 분위기의 소산이 아니었나 싶다.

 

7년 10개월(형기의 87%) 복역 이 전 의원

 

2014년, <한겨레>가 사설에서 정당 해산을 인용한 헌재의 결정을 ‘사법사에 남은 큰 오점’이라 규정한 것은 “통합진보당 등이 대의 민주 체제의 구성원으로 존재한다는 것 자체가 한국 민주주의의 성취라고 할 수 있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었다. 따라서 그 해법은 ‘정당 해산’이 아니라, 대의 체제 속 주권자들의 선택에 맡겨져야 했다는 것이다.

 

이석기는 <경향신문> 인터뷰(2019.2.22.)를 통해 재판과정에서 숱한 말이 자신의 발언으로 둔갑했고 ‘RO’라는 지하 혁명조직도 사실이 아님이 입증됐다고 밝혔다. 그는 또 “내란음모 조작 사건은 박근혜 정권, 양승태 사법부, 부역한 언론이 있어 가능했던 사건임에도 90분 강연으로 (징역) 9년을 선고받았다”라고 주장하면서 재판의 공정성을 문제 삼고 있다.

 

실제로 그의 사건을 두고 전문가들은 “내란음모는 무죄라면서 그 일부인 발언만 유죄라는 건 잘못”이며, “음모가 무죄면 선동죄도 무죄가 되는 것이 맞고”, “내란선동죄는 그 적용 범위가 무한히 확장될 위험성이 있”으며, “제출된 음성 파일은 재판정에 와서야 봉인”되었고, “위법한 증거도 폭넓게 증거능력 인정했음”을 지적하고 있다(‘이석기 의원 내란음모 사건’ 피해자 한국 구명위원회 누리집).

 

이석기는 형기의 87%를 넘겨 이른바 ‘사면 요건’도 갖췄다. 구명위원회 등 시민단체들이 그의 즉각 사면·복권을 촉구하는 근거다. 석방 탄원은 미국의 카터 전 대통령, 제시 잭슨 목사, 놈 촘스키 엠아이티(MIT) 교수 등 세계 각국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올 광복절에는 이들의 탄원에 화답해 정부가 이석기 전 의원을 즉각 석방하기를 기대한다. 그것은 개인 이석기의 신체적 자유 회복에 그치지 않는다. 그것은 다양한 정치적 이념을 우리 사회가 품어내고 그것을 주권자 시민의 선택에 맡김으로써 우리 사회의 정치적 역량을 높이는 일의 출발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2021. 7. 8. 낮달

 

 

 

독방에서 8년째... 이석기를 계속 가둬둘 건가

[주장] 그를 사면하는 건 정치적 다양성의 회복이다

www.ohmynews.com

 

이석기 전 통합진보당 의원은 2021년 12월 24일 오전 10시에 대전교도소에서 석방되었다. 2013년 9월 5일에 내란음모죄 혐의 등으로 구속된 지 8년 3개월 20일 만이다. 2023년 5월 4일 만기 출소 예정이었던 이 전 의원은 징역 9년 8개월의 형기 중 86%가량 집행된 가운데 ‘가석방’된 것이다. [관련 기사 : 이석기 전 의원 8 3개월 20일 만에 가석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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