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성리 8차 범국면평화행동 스케치
어제(7.7.) 경북 성주군 초전면 소성리 진밭교 앞에서 베풀어진 ‘제8차 소성리 불법 사드 철거 범국민 평화 행동’에 참여했다. 집회는 지난 4월 21일 제7차 범국민행동 이후 두 달 만이고, 개인적으로는 6차 행동(2017. 12. 2.)에 참여한 뒤 7개월여 만이다. [관련 글 : 소성리, 2017년 겨울-“사드 뽑고 평화 심자”]
남북·북미정상회담 이후, “남북미 평화의 시대, 사드 뽑아 완성하자”
그간, 나라 안팎으로 적지 않은 변화가 있었다. 4월 7차 행동 전후로 소성리에서 국방부가 사드 기지에 공사 장비와 자재를 들이려다가 주민·시민단체와 경찰 간에 두어 차례 충돌이 있었다. 4월 27일에는 남북 정상회담이 열려 역사적인 ‘판문점 선언’이 발표되었다.
회담 취소 등의 ‘밀당’ 끝에 6월 12일에 북미정상회담이 싱가포르에서 성공리에 개최되었다. 이행과 속도 문제가 남긴 했지만 한반도 비핵화 문제는 어쨌든 출구를 찾은 셈이다. 소성리 8차 행동의 구호가 “평화 온다 사드 가라”이고, 소성리 사드철회 성주주민대책위원회가 든 펼침막에 “남·북·미 평화의 시대 사드 뽑아 완성하자”가 쓰인 이유다.
소성리 사드의 직접 영향권에 있다는 김천시 율곡동 혁신도시와 농소면 노곡리를 거쳐 소성리로 가는 한적한 길 주변에는 ‘사드 반대’ 펼침막들이 이어져 있었다. 소성리가 가까워지자 주변 길섶에 경찰 버스가 여러 대 주차해 있었다.
보건지소 앞에 차를 대고 회관 쪽으로 올라가는데, 경찰관 하나가 집회 장소가 멀다, 차를 타고 가도 된다, 주차할 데는 넉넉하다고 알려주었다. 차를 마을 입구에 댄 것은 주차할 장소가 마땅치 않으리라고 여겼기 때문이다. 그런데, 경찰의 친절은 나쁘지 않으나 어쩐지 그게 서글프게 느껴졌다.
범국민행동 초기에만 해도 차 댈 장소가 없어서 마을 주변은 난리였다. 대형 버스뿐 아니라, 전국 곳곳에서 온 승용차들로 마을 주변에는 빠끔한 데가 없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소성리는 사람들의 관심에서 멀어지기 시작했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면서 사드 배치가 불가피한 것으로 이해하는 시민이 늘었고, 남북 간 화해를 위한 노력이 이어지면서 이 문제가 물꼬를 찾을 수 있으리라는 기대도 한몫을 했을 수 있었다. 경찰의 친절은 어쩌면 그런 상황에서 오는 당국의 여유를 드러내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정작 소성리 주민과 사드 배치 반대 운동을 벌여온 시민단체로서는 그런 상황이 오히려 임시 배치된 사드를 철거해야 할 당위라고 믿는다. 이날 참여한 800여 참가자들이 결의문에서 “한미 당국이 사드 철수를 선언해 6·12 북미정상회담의 성공으로 이어가길 바란다”라고 밝힌 것도 그래서였다.
한낮인데도 선선한 날씨의 부조를 받아 본 집회는 진밭교 앞에서 3시부터 공연을 곁들여 두 시간 가까이 진행되었다. 경찰은 평화집회란 점을 고려해 집회 현장에 경찰관을 배치하지 않았다. 실제 행사장 입구에서 주차 안내를 했던 경찰은 집회 장소 주변에는 보이지 않았다.
“평화의 시대, 전쟁 무기 사드는 안 어울려!”
집회를 마치고 참가자들은 소성리 주민과 원불교 성직자들을 앞세우고 사드 기지 정문까지 행진했다. 펼침막을 펴들고 참가자들은 “평화협정 시작에 맞춰 사드 배치를 중단하라”고 외치면서 1.3km 거리의 오르막길을 올랐다.
사드 기지 100m 전방, 경계근무 중인 경찰 앞에는 날마다 기지 앞에 와서 사드 철거를 외쳐온 소성리의 할머니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할머니들은 “70년 만에 맞는 남북 화해의 시대, 전쟁 무기 사드는 정말 안 어울려!”라고 쓰인 펼침막을 들고 있었다.
집회 마무리는 사드 기지 정문 앞에서 진밭교까지 현수막 100여 장으로 ‘사드’, ‘냉전’, ‘대결’이라고 적힌 팻말을 옮겨 미국으로 반송하는 퍼포먼스였다. 남북 평화가, 북미 수교가 이루어지면 사드를 철거하고 냉전과 대결의 시대는 끝날 수 있을까.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가 깨어버린 평화로운 농촌 마을 소성리와 주민들의 소박한 일상의 행복은 오직 사드의 철수로만 회복될 수 있다. 그 시간이 언제쯤일지, 어디쯤 오고 있는지를 생각해보면서 나는 소성리를 떠났다.
2018. 7. 8. 낮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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