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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 선수 ‘진갑용’은 ‘진감뇽’인가, ‘진가뵹’인가?

by 낮달2018 2021. 5.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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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매한 ‘사람 이름 읽기’에 대하여

▲ 인명 읽기는 일반적 발음이 있긴 하지만, 본인의 선택이 우선시되는 듯하다.

프로야구단 삼성의 주전 포수 진갑용의 이름은 중계 캐스터 또는 해설자에 따라 달리 불린다. 어떤 사람은 [진가뵹]으로 또 어떤 이는 [진감뇽]으로 부르는데 대체로 [진감뇽]이라 부르는 사람의 수가 더 많아 보인다.

 

[진감뇽]인가, [진가뵹]인가

 

‘진갑용’을 [진감뇽]으로 읽는 이유는 표준발음법 7장(음의 첨가) 29항의 발음법을 따른 것으로 볼 수 있다. 표준발음법 29항은 “합성어 및 파생어에서, 앞 단어나 접두사의 끝이 자음이고 뒤 단어나 접미사의 첫음절이 ‘이, 야, 여, 요, 유’인 경우에는, ‘ㄴ’ 음을 첨가하여 [니, 냐, 녀, 뇨, 뉴]로 발음한다.”로 되어 있다. ‘솜이불’이 [솜ː니불]로, ‘맨입’이 [맨닙]으로, ‘색연필’이 [생년필]로, ‘영업용’이 [영엄뇽]으로 발음되는 근거가 바로 이 29항이다.

 

그러나 이 조항에도 예외는 있다. “‘이죽이죽’이나 ‘검열’, ‘금융’ 같은 낱말은 ‘ㄴ’ 음을 첨가하여 발음하되, 표기대로 발음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즉 ‘이죽-이죽’은 [이중니죽]과 [이주기죽]으로, ‘검열’은 [검ː녈]과 [거ː멸], ‘금융’은 [금늉]과 [그뮹]으로 발음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규정을 적용하면 ‘진갑용’은 [진가뵹]으로도 [진감뇽]으로도 발음하는 게 가능하다.

 

국어를 가르치고 있는 동기 중에 ‘박육규’라는 친구가 있다. 이 친구의 이름을 부르는 방식은 사람마다 제각각이었다. [바귝뀨]로 부르는 이와 [방뉵뀨]로 부르는 이로 갈린 것이다. 마침 학교장까지 포함한 국어과 교사들이 모여서 논의 끝에 내린 결론은 [바귝뀨]였다. [방뉵뀨]로 부를 까닭을 찾지 못한 것이다.

 

국립국어원의 ‘온라인 가나다’에는 ‘진갑용’의 발음을 묻는 질문에 대한 답이 올라 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표준발음법에 인명의 발음에 대한 규정은 없지만, [진가뵹]이 더 일반적인 발음이라는 것이다.

 

답변 제목: 인명의 발음

작성자 온라인 가나다

답변일자 2011.01.05.

 

안녕하십니까?

 

표준발음법에서는 인명에 나타나는 발음에 대해 규정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다만 일반적인 발음 규정을 적용하면, 사람 이름 ‘진갑용’은 연음하여 [진가뵹]으로 발음하고, 말씀하신 것처럼 ‘ㄴ’이 첨가된 뒤 ‘ㅂ’이 유성음화한 발음인 [진감뇽]으로 발음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ㄴ’첨가 현상은 ’검열[검ː녈/거ː멸], 금융[금늉/그뮹]‘에서처럼 필연적인 것이 아닌 수의적인 현상이므로, [진가뵹]으로 발음하는 것이 좀 더 일반적인 것으로 보입니다.

 

이 답변의 핵심은 ‘ㄴ첨가’가 필연적 현상이 아니라 수의적(일어날 수도 일어나지 않을 수도 있는) 현상이라는 것이다. ‘급여(給與)’나 ‘급유(給油)’를 [금녀], [금뉴]라 발음하는 이가 없는 것과 같은 이치다. 결국 이름을 제대로 불러주려면 역시 [진감뇽]보다는 [진가뵹]으로 부르는 게 좋겠다.

 

‘ㄴ첨가’는 수의적 현상, [진감뇽]보다는 [진가뵹]

 

어제저녁의 야구 중계방송에서 캐스터가 이러한 발음의 혼란을 지적하며 ‘진갑용’의 ‘용’자가 ‘용 룡(龍)’자라고 얘기하는 걸 들었다. 만약 진갑용 선수가 자기 이름을 ‘진갑룡’이라고 쓰면 [진감뇽]으로 읽어야 한다. 우리말의 두음법칙에 따라 어두에 올 때 용으로 읽어서 그렇지 원래 ‘龍’자는 소릿값이 ‘룡’이기 때문이다.

 

당연히 2음절에 오는 ‘용’자는 ‘룡’으로 읽는 게 맞다. 그러나 이름은 그 고유성을 존중하는 뜻에서 본인이 어떻게 쓰느냐에 따른다. ‘열(烈)’자는 ‘열, 렬’로 각각 읽을 수 있지만, 사람에 따라 ‘선동열’, ‘최병렬’ 등으로 쓰는 것이다. 쌍용그룹의 ‘쌍용’도 원래 단어로는 ‘쌍룡(雙龍)’이 맞지만, 이 회사에선 ‘쌍용’으로 쓰는 것이다.

 

본인 정체성의 표지이기도 한 이름이 사람마다 제각각 다르게 불리는 것은 본인에게도 그리 유쾌하지는 않을 것이다. 글쎄, 진갑용 선수는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방식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알 수 없다. 그러나 스스로 자기 이름의 발음을 알리는 일도 때론 필요할지도 모르겠다.

▲ 표준발음법

 

2011. 5. 21. 낮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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