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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바람과 먼지의 세상, 그 길 위에 서서
이 풍진 세상에 /길 위에서

4·19 아침에

by 낮달2018 2021. 4.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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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9 혁명 마흔여덟 돌

 

 

4·19 혁명 마흔여덟 돌 기념일이다. 아침에 <한겨레> 최재봉 기자의 칼럼에서 민중가요 “진달래”에 관한 기사를 읽었다. 노찾사 4집에 실렸던 이 노래는 정운(丁芸) 이영도가 쓴 4·19 희생자들을 기린 시라고 한다. 그랬었구나. 시의 유래도 유래지만, 그 이영도가 청마 유치환이 “사랑했으므로 행복하였네라”고 노래한 그 여인이라니…….

 

초등학교 6학년 때였던가, 형이 사 온 청마의 서한집 <사랑했으므로 행복하였네라>(1967)로 나는 청마와 이영도를 만났다. 장정판의 책 케이스에 실린 시 ‘행복’을 외워버린 게 아마 그때쯤일 것이다. 그이가 이호우 시인과 오누이 사이란 걸 알았지만 정작 이호우를 그의 유명한 현대시조 ‘개화’로 만난 것은 이듬해 중학교에 입학하고서였다.

 

그러나 이영도는 내게 청마가 5천여 통의 편지로 플라토닉한 관계를 유지했던 여인으로만 기억한다. 정작 국어를 가르치면서도 나는 그이의 시조를 만날 기회가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인터넷 검색으로 정운의 현대시조 ‘진달래’를 내려받고, 진보넷에서 받은 노찾사의 목소리로 그 노래를 듣는다.

▲ 4·19 묘지
▲ 이시우

현대시처럼 구별로 배행(配行)한 시에서 시인은 혁명에서 희생된 꽃다운 젊은 넋에 대한 추모와 회한의 정서를 감각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간결한 표현으로 자신의 정감을 다스리며 인생을 관조하는 세계를 보여준다’라는 평가에 머리를 끄덕이게 하는 좋은 작품이다.

 

이시우 작가 ‘사월혁명상’ 수상

 

역시 <한겨레>에는 <민통선 평화기행>의 사진가 이시우가 제19회 사월혁명상을 받았다는 기사가 실렸다. 사월혁명회는 “이시우 씨가 보안법 폐지 운동과 통일 운동을 벌이다 구속돼 옥고를 겪는 등 4·19 혁명의 평화통일 정신을 계승하고 있다”라고 수상 이유를 설명했다고 한다. 이시우 작가는 “장엄하기보다 많은 사람이 즐겁게 참여하는 통일 운동을 벌이고 싶다.”라는 수상 소감을 밝혔다고.

 

마흔여덟 돌 장년이 된 사월혁명 기념일에, 통일 운동으로 옥고를 겪은 사진가의 사월혁명상 수상 소식은 반갑다. 그리고 혁명에서 스러져 간 젊은 넋을 기리는 비장한 노래를 새기면서 검역 주권 논란을 빚고 있는 한미 쇠고기 협상 타결 뉴스를 듣는 아침은 비감하기만 하다.

 

 

2008. 4. 19. 낮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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