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토크] 독립운동가, 청춘의 초상
‘난생처음’이라고 말하려다가 생각하니, ‘북 토크(book talk)’란 건 누구에게나 생소한 행사다. 그게 책을 냈다고 해서 반드시 거치게 되는 과정은 아니니까 말이다. ‘아래아 한글’에서는 출판기념회를 뜻하는 ‘북 콘서트(book concert)’는 일본어에서 온 단어이며, ‘북 토크’는 ‘책이야기마당’으로 순화해 쓰라고 알려준다.
구글에서 검색하니 에이아이(AI)가 ‘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행사’라고 한다. 십여 년 전에 선배 교사의 출판기념회 몇 년 전, 전북 부안에서 열린 벗의 출판기념회에 가서 잠깐 이야기한 것 외에 나는 비슷한 행사에 거의 가 보지 못했다.
6년 전, 첫 책 <부역자들, 친일 문인의 민낯>을 냈을 때, 지역의 시민단체 민족문제연구소 구미지회의 동료들이 북토크를 열자고 제의했지만, 나는 망설이지 않고 거절했다. 따로 독자가 있지도 않을뿐더러 아는 이들을 불러 모으는 모임이 될 게 뻔한데, 공연히 지인들을 성가시게 할 일은 없다는 생각에서였다.
이번에도 그런 행사는 전혀 염두에 두지 않았었는데, 올해 새로 지회장으로 뽑힌 정규환 목사님의 제의를 거절하지 못했다. 책의 성격도 그러하니 두루 알리는 게 좋지 않겠느냐는 뜻이었다. 서점과 의논하여 날을 잡고 하는 일을 전부 목사님이 몸소 하신 듯하다.
준비 없이 나가서 시간만 때울 수는 없는 노릇이라, 한글 프레젠테이션을 만들고, 어떻게 행사를 진행할지를 고민했다. 전체적으로 보면 책을 내게 된 동기나 소회를 나누고, ‘가깝고도 먼 이웃’이라는 일본과의 불편한 관계를 돌아보고, 식민지 과거사 청산 등에 관해서 이야기하려 한다.
장소는 시내 삼일문고(http://samilbooks.kr/)다. 2017년에 문을 연 구미에선 가장 규모가 큰 책방으로, 적지 않은 문화 행사, 정기적 북 토크 등을 열어서 지역 문화의 사랑방 구실을 다하고 있는 서점이다. 수년 전에 구미 출신 박도 작가의 북토크 행사 때 찾은 이후, 거의 걸음을 하지 못했다.
몇 년 만에 대중들 앞에서 이야기할 기회인데, 덤벙대지 않고, 차분하게 행사를 꾸려갈 수 있기를 바라면서, 준비한 자료들을 챙기고 있다.
2025. 3. 8. 낮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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