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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바람과 먼지의 세상, 그 길 위에 서서
이 풍진 세상에 /부음, 궂긴 소식들

[근조] 리영희 선생님의 부음에 부쳐

by 낮달2018 2020. 12.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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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9 ~ 2010. 12. 5.

▲ 고 리영희 선생(1929~2010)

리영희 선생께서 돌아가셨다. 며칠 전 정운현 선생의 블로그에서 문병 소식을 들으면서 병환이 매우 위중하다는 것을 알았는데 불과 며칠 새에 결국 세상을 버리신 것이다. 아침에 조반을 짓던 아내로부터 나는 선생의 부음을 들었다.

 

“이영희 선생이 돌아가셨대.”
“그래, 위중하시다더니 그만…….”

 

아침밥을 먹고 나서 인터넷에 들어갔더니 여기저기서 선생의 부음 관련 기사가 떠 있다. 많은 기사에서 선생을 ‘사상의 은사’라고 보도했던 프랑스 일간지 <르몽드>의 평가를 전하고 있다. 외국 언론의 평가지만 그것은 더하거나 뺄 필요가 없는, 선생의 삶과 사상이 이 나라의 젊은이들에게 끼친 가르침에 걸맞은 표현이다.

나는 선생을 존경하고 선생의 저작을 통해서 눈과 생각이 트이기는 했지만, 그를 내 ‘사상의 은사’라고 굳이 말하지는 못하겠다. 그의 저작이 끼친 영향력을 부정해서가 아니다. 선생의 삶에서 일관된 사상과 실천, 민족적 통찰력 앞에 굳이 무명의 독자에 불과한 자신의 삶을 비기는 것은 무례한 일이라 여기는 까닭이다.

 

서가를 둘러보면서 선생이 쓴 책을 뽑아내 보았다. <새는 좌우의 날개로 난다>와 <대화>는 어디에 있는지 찾지 못했다. <전환 시대의 논리>부터 <스핑크스의 코>까지 모두 7권이다. 문인도 아니면서 한 사람의 저작을 이처럼 갖게 되는 것도 선생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일지 모른다.

 

선생의 삶과 업적을 굳이 말하는 것도 사족이다. <경향>에서 길어온 선생의 ‘연보’를 붙인다. 고난의 우리 현대사와 겹치는 그의 삶에 바치는 우리의 경의는 무겁고 아프다. ‘지식인’으로 산다는 것이 어떤 것인가를 실천적 삶으로 보여준 위대한 ‘사상의 은사’ 리영희 선생의 명복을 빈다.

 

2010. 12. 5. 낮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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