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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풍진 세상에 /미디어 리포트

<오마이뉴스> ‘로마자 제호’를 다시 생각한다

by 낮달2018 2020. 10.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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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한글 제호 없이 ‘영자 제호’를 쓰고 있는 <오마이뉴스>

▲ 한글날에만 '한글 제호'를 썼던 <오마이뉴스>는 다음날 영자로 되돌아갔다. (10.10. 지면 갈무리 )

<오마이뉴스>가 한글을 쓰지 않고 로마자로만 ‘ohmynews’라 표기하는 문제에 대한 논란은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우리 말글살이에 대한 이런저런 발언을 계속해 오면서도 나는 이 문제에 관한 한 별로 정색한 기억이 없다. <오마이뉴스>뿐 아니라, 진보를 표방하는 인터넷 언론 가운데서 로마자로 제호를 쓰는 데가 한두 군데가 아니었던 탓도 있고, 이미 태어난 지 10년이 훨씬 넘었으니 어떤 형식으로든 대중의 용인을 받은 것으로 봐도 무방하지 않겠냐는 속내가 작용했을 수도 있다.

 

로마자 ‘제호’, 혹은 ‘부끄러움’

 

567돌 한글날을 맞으면서 나는 “‘KB’에서 ‘MG’까지- 알파벳, 괄호 밖으로 나오다”라는 글을 썼다. 기업과 은행권에 분 ‘로마자 로고 쓰기’ 추세를 살피며 그런 흐름 속에 숨은, 주류 언어인 영어에 대한 짝사랑을 돌아본 것이었다. 그 글에 ‘루어투어’라는 아이디를 쓰는 독자가 <오마이뉴스>의 영자 제호를 정면으로 짚은 댓글을 달아주었다.

 

외래어 혹은 외국어의 우리말 표기에 대해 한 마디. 표기상 “ohmynews”와 “오마이뉴스”는 전혀 차원이 다른 말이다. 우리말 신문인 <오마이뉴스>가 굳이 ‘ohmynews’라는 표기를 고집하는 이유를 알 수 없다. 독자에 대한 우롱이거나 우리말에 대한 무개념의 소치다. 외국어를 사용했다는 점에서가 아니라 표기를 외국어 날것으로 썼기 때문이다. 표기만큼은 우리말로 해야 한다. 왜 제호를 “오마이뉴스”로 표기하지 못하나. ‘ohmynews’는 지난 십수 년 동안 자신의 제호 표기에 대해 단 한 번도 고민해 본 적이 없었다는 방증이다. 언론사로서 부끄러움을 알아야 한다.

 

무심코 넘어가다가 마지막 문장에 걸렸다. 나는 이 분의 말대로 <오마이뉴스>가 로마자를 고집하는 이유를 알 수 없긴 하지만, 그게 ‘독자에 대한 우롱’이라거나 ‘우리말에 대한 무개념의 소치’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나 <오마이뉴스>가 ‘지난 십수 년 동안 자신의 제호 표기에 대해 단 한 번도 고민해 본 적이 없었다’라는 부분은 충분히 경청할 만한 지적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그런 생각은 자연스럽게 ‘우리말로 우리 사회의 소식을 전하는 우리말 신문’인 <오마이뉴스>가 그런 고민을 하지 않은 것은 ‘부끄러운 일’이라 한 것은 온당한 지적이라고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한국에서 발행되는 한국어 신문은 마땅히 한글로 제호를 쓰는 게 옳다는 주장에 굳이 따로 근거를 동원해야 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 그것은 ‘국어는 한글이다.’라는 진술만큼이나 상식적인 일이기 때문이다.

 

현재 이른바 진보언론으로 분류되는 인터넷 신문 가운데 영자 제호를 쓰고 있는 곳은 <뷰스앤뉴스>와 <레디앙> 정도다. 역시 로마자 제호를 쓰고 있는 <동아닷컴>이나 <조선닷컴>은 논외로 치기로 한다. 아직도 종이신문에 ‘한자 제호’를 쓰고 있는 <조선일보>, <동아일보>와 같은 보수지들과 이들을 단순 비교할 수는 없을 터이니 말이다.

 

<프레시안>의 선택은 ‘올바르다’

 

역시 로마자로 제호를 써 왔던 <프레시안>은 협동조합 형태로 지배구조를 바꾸면서 한글 제호를 쓰기 시작했다. 이는 ‘주식회사’에서 ‘협동조합’으로의 지배구조 변화만큼이나 친대중적인 변신 같아 보인다. 한글이 작은 활자의 로마자를 감싸고 있는 새 <프레시안> 로고는 로마자 로고를 부담스럽게 여겼던 사람들을 충분히 설득하고도 남음이 있을 듯하다.

 

태어난 지 13년, 이제 사람으로 치면 청소년기에 접어드는 <오마이뉴스>는 태어날 때부터 우리말이 아닌 영어식 제호 때문에 이런저런 입길에 올랐던 모양이다. 오연호 대표는 ‘백기완 선생도 아쉬움을 표했다’라고 회고했지만 <오마이뉴스>는 지난 13년 동안 초지일관 영자로 제호를 표기해 왔다.

 

앞서 밝혔듯 나는 <오마이뉴스>가 독자를 우롱하거나 ‘우리말에 대한 개념이 없다’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진보를 표방하는 다른 언론과 마찬가지로 한글에 대한 <오마이뉴스>의 관점은 나름 진보적이고 민주적이다. 기사를 ‘오름, 으뜸, 버금, 잉걸, 생나무’ 등 순우리말로 분류하고 ‘편집자 주’를 다소 생뚱맞긴 하지만 ‘편집자말’이라고 쓰는 것은 <오마이뉴스> 식의 ‘우리말 쓰기’와 사랑이다.

 

신문 이름을 영어식으로 쓰는 데 시비를 걸 일은 없겠다. 우리말 형식의 제호가 바람직하겠지만 시대가 시대인 만큼 그걸 굳이 강요할 일은 아닐 것이기 때문이다. 또 ‘오, 나의 뉴스’쯤으로 해석될 제호 ‘오마이뉴스’는 독자와의 거리를 얼마간 줄이는 구실을 했을 수도 있지 않을까 싶다.

 

그러나 ‘오마이뉴스’라고 한글로 쓰는 것과 ‘ohmynews’라고 알파벳으로 표기하는 것은 전혀 다르다. ‘ohmynews’를 읽을 수 있는 사람들은 예의 제호를 ‘오마이뉴스’라는 우리말로 옮긴 뒤 기억과 지각에 갈무리하는 것일 뿐 ‘ohmynews’로 그것을 기억하는 것은 결코 아니기 때문이다.

▲ 협동조합으로 바뀐 <프레시안>은 한글제호를 쓰기 시작했다. (10월 10일 자 지면 갈무리)

정말 지난 13년 동안 <오마이뉴스>는 이 제호의 표기 문제를 고민하지 않았던 것일까. 10년이 넘도록 로마자 제호를 써 오면서도 그걸 고민하지 않았을 리는 없다. 만에 하나, 그게 사실이라면 <오마이뉴스>는 언론으로서 아무 고민 없이 외국 문자로 제호를 표기해 온 사실을 부끄러워해야 마땅하다.

 

그게 사실이 아니라고 해도 결과는 크게 다르지 않다. 제호의 표기 문제가 내부 구성원들 사이에 논의되는 과정을 거쳤다면, 그것은 일회적이었는가. 아니면 지속적인 문제 제기였던가 하는 문제가 남는다. 그것이 일회적 문제 제기에 그쳤다면 이 논의의 의미를 이해하지 못한 것으로 여길 수밖에 없고, 지속적인 논의를 거쳤는데도 아직도 결론을 내지 못한 것이라면 그 논의의 치열성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제호 문제, ‘대중적 논의’가 필요하다

 

▲ <한겨레> 21면(2012.10.10.)

나는 정말 궁금하다. 이런저런 논의에도 불구하고 오롯이 로마자 ‘ohmynews’를 고집하는 이는 대표인가, 아니면 게릴라 본부장인가, 아니면 기자, 직원 등 구성원 모두의 합의인가. 이 문제에 대한 답을 구하는 것은 전적으로 내부 구성원들의 몫이다.

 

진실로 치열한 내부 논의를 거쳐 결정된 것이라면 독자들은 아쉽지만, 그것을 온전히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고 나는 생각한다. 그러나 구성원들의 중의를 모으지도, 독자들의 요구와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하면서도 어정쩡하게 십수 년 동안 로마자 제호를 써 온 것이라면 이제는 ‘대중적인’ 논의가 펼 때가 되지 않았나 싶다.

 

‘대중적’이라 함은 내부 구성원은 물론이고 시민기자까지 포함하는, 확대된 논의 단위가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오마이뉴스> 13년은 비단 임직원 등 창립 구성원들뿐 아니라, 수십에서 수천 편의 기사-잉걸에서 오름까지-로 그 시간과 기록을 아로새겨 온 시민기자들의 것이기도 하니까 말이다.

 

나는 창간 때부터 <한겨레>를 받고 있다. 시절이 워낙 그러하니 천하의 <한겨레>도 영어식 제목을 쓰는 등 훼절(?) 혐의에서 자유롭지 않다. 그러나 아직도 <한겨레>의 기사 본문에서 영어는 괄호 속에 묶여 있다. 쉽게 써도 무방할 방송사 이름조차 깐깐하게 우리말로 먼저 쓰고 로마자는 괄호 속에 가두는 것이다. 다소 미련스러워 보이지만, 그게 우리 말글에 대한 <한겨레>의 일관된 ‘개념(!)’이다.

 

독자들이 <한겨레>를 신뢰한다는 것은 바로 그 같은 일관된 태도에 대한 믿음이라고 보는 게 마땅하다. 독자는 단지 보도의 공정성이나 진보적 관점에만 기울어지지 않는다. 사소하게 느낄 수도 있는 원칙을 눅진하게 지켜나가는 품새에다 더 높은 점수를 주는 것이다.

 

<오마이뉴스>에 가끔 기사를 쓰고 블로그를 꾸려가면서 나는 이 매체에 적잖은 빚을 지고 있는 사람이다. 무엇보다도 비록 한정된 글쓰기이긴 하지만 그걸로 자신의 삶을 돌아볼 수 있게 되었으니 말이다. 하여 이 두서없는 글은 <오마이뉴스>에 바치는 관심과 애정의 일부라고 여겨 주면 좋겠다.

 

온라인으로 시작했지만, 종이신문을 제치고 손꼽을 만한 영향력의 매체로 성장한 <오마이뉴스>의 저력은 깊고도 넓다. 독자 대중은 그 저력이, 제호와 관련된 저간의 논의들이 <오마이뉴스> 주체들의 고민을 통해 제 물길을 찾아가는 원천임을 믿어 의심치 않을 것이다. 시민기자 수만 명과 ‘함께하는’ 대중적 진보언론으로 발전해 갈 <오마이뉴스>를 그려보는 것도 그런 믿음에서 비롯함은 두말할 나위가 없겠다.

 

 

2013. 10. 10. 낮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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