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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게’와 ‘갈께’, 어느 게 맞나?

by 낮달2018 2020. 8.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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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미 ‘ㄹ게’ 는 ‘된소리’로 나도 ‘예사소리’로 적는다

▲ 요즘은 공중파에서도 맞춤법에 어긋난 표현이 간간이 눈에 띈다. ⓒ KBS(2.5.) 화면 갈무리

요즘 텔레비전을 보다 보면 공중파보다는 케이블 방송 쪽의 자막이 훨씬 바르다고 생각하게 될 때가 종종 있다. 공중파의 경우, 뉴스나 예능 프로그램 화면의 자막에서 띄어쓰기는 물론이고 맞춤법에 어긋나는 표현들이 드문드문 눈에 띄지만, 케이블 방송의 영화 자막은 뜻밖에도 띄어쓰기는 물론이거니와 맞춤법이 매우 정확하기 때문이다.

 

물론 시간상으로 촉박하게 준비되는 뉴스 화면과 여유를 갖고 만드는 영화 자막을 비교하는 것은 온당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요즘 지상파 방송에서 이 같은 현상이 더 자주 눈에 띄는 까닭은 무엇일까. 특정 방송사에서 방송사고가 잦은 게 예사로이 보이지 않는 것도 그것 때문이다.

 

지난 2월 5일 밤에 방송된 <한국방송(KBS)> ‘9시 뉴스’에서 확인한 자막의 오류도 비슷한 예 중의 하나다. ‘불러 볼게’를 ‘불러 볼께’로 잘못 표기한 경운데, 직업이 직업인지라 이게 단박에 눈에 들어왔다. 텔레비전을 시청하면서도 늘 자막에 오류가 없나 살피는 것은 거의 습관이다. 무심하게 ‘틀렸구나’ 하고 넘어가면 되지만 공중파 방송이라면 그게 그리 쉽지 않다.

 

맞춤법 제53항

 

‘볼게/볼께’ 가운데 맞는 표기는 ‘볼게’다. 발음이 된소리[볼께]로 나는 것은 ‘볼까’와 마찬가지다. 그런데도 표기를 ‘예사소리(ㄱ)’로 하는 근거는 한글맞춤법 제53항의 규정이다. [아래 보기 참조]

 

아래 예문은 ‘예사소리’로 표기하는 경우다. ‘ㄴ, ㄹ, ㅁ, ㅇ’ 받침 뒤에서 나는 된소리는 다음 음절의 첫소리를 된소리로 적도록 한 규정에 따른다면 마땅히 된소리로 발음해야 한다.

 

제5항 한 단어 안에서 뚜렷한 까닭 없이 나는 된소리는 다음 음절의 첫소리를 된소리로 적는다.

2. ‘ㄴ, ㄹ, ㅁ, ㅇ’ 받침 뒤에서 나는 된소리

산뜻하다                         잔뜩                       살짝                                 훨씬

담뿍                                 움찔                       몽땅                                 엉뚱하다

 

그러나 의문형이 아닌 어미의 경우는 ‘-(으)ㄹ’과 어울려 쓰이는 일정한 조건이 있을 뿐만 아니라, ‘-(으)ㄹ걸, -(으)ㄹ지’의 경우는 ‘-(으)ㄴ걸, -는지’와 연관성이 있다. 따라서 서로 연관성이 있는 어미들의 표기를 통일한다는 점에서 예사소리로 적을 필요가 있는 것이다.

 

즉 ‘-(으)ㄹ걸’이나 ‘-(으)ㄹ지’는 각각 [-껄]과 [-찌]로 발음되지만 ‘-(으)ㄴ걸’이나 ‘-는지’의 경우에는 [-ㄴ껄]이나 [-는찌]처럼 발음되지 않는다는 얘기다. 그러므로 전자는 ‘된소리’로 표기하고 후자는 예사소리로 표기하면 혼란스러우니 ‘표기 통일’의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된소리 표기, ‘의문형 여부’로 가른다

 

반면에, 의문형 어미의 경우 다르다. ‘(스)ㅂ니까, -(으)리까’와 같은 어미는 받침 ‘ㄹ’ 뒤가 아닌 환경에서도 항상 된소리 [까]로 발음된다. 이 때문에 표기의 일관성을 유지하기 위해서 된소리로 적을 필요가 있는 것이다.

 

간단하게 줄이자. 의문형 어미의 경우에만 된소리로 표기하고 그렇지 않은 경우는 발음과 상관없이 예사소리로 표기한다는 게 한글맞춤법 제53항의 규정이다. 일상적으로 쓰는 표현이니 조금만 유념하면 바르게 쓸 수 있다. 문제는 ‘조금만 유의’다. 공중파의 자막 표기 역시 ‘조금만 유의’하면 시청자들의 말글살이의 본이 될 수 있음은 두말할 필요도 없겠다.

 

2020. 8. 13. 낮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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