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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바람과 먼지의 세상, 그 길 위에 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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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에 익어가는 것들, 혹은 ‘화해와 평화’

by 낮달2018 2020. 6.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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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익어가는 꽃과 열매, 그리고 남북의 화해

▲ 울긋불긋 꽃 대궐의 시기는 가고 장미꽃도 지고 있다. 그리고 산 아래 논에는 모내기가 얼추 끝났다.

6월, 익어가는 것들

 

6월이다. 한동안 다투어 피어나던 꽃들도 고비를 맞았다. 찔레에 이어 온 동네를 붉게 물들이던 장미꽃이 아마 동네에서 만난 마지막 봄꽃이 아닌가 싶다. 어느 날 불타오르기 시작한 장미는 내가 사는 아파트에서 시작하여 인근 공립 중학교, 그리고 산 아래 이어지는 주택가 담장으로 번져갔다.

 

· 동네 한 바퀴-매화 지고 앵두, 살구꽃까지

 

동네 한 바퀴-매화 지고 앵두, 살구꽃까지

이미 곁에 당도한 봄을 주절댄 게 지난 15일이다. 그리고 다시 보름이 지난 3월의 막바지, 이제 꽃은 난만(爛漫)하다. 산으로 가는 길모퉁이 조그만 교회 앞에 서 있던 나무의 꽃봉오리가 벙글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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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네 한 바퀴 ② 살구와 명자 지고 사과꽃 피다

 

동네 한 바퀴 ② 살구와 명자 지고 사과꽃 피다

동네에 핀 꽃을 둘러보면서 쓴 첫 번째 글에서 ‘우리 동네 꽃 지도’ 어쩌고 하면서 건방을 떨었다. 그게 ‘건방’이란 걸 알게 된 것 이즘 들어서다. 늘 다니던 길 대신 다른 골목으로 들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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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꽃의 목숨은 그리 길지 않다. 어느 날부턴가 꽃은 시들고, 한 장 한 장 꽃잎을 떨구고 마침내 스러진다. 여전히 장미꽃 행렬은 이어지지만, 어느 날부터 활기를 잃고 어두워지더니 이미 꽃잎이 떨어져 별 모양이 된 꽃받침과 동서(同棲)하고 있다.

 

그리고 가마골로 가는 구불구불한 길 주변에 모내기를 끝낸 논이 시나브로 늘어나기 시작했다. 어느덧 계절은 여름으로 치닫고 있는 것이다. 계절과 함께 지난봄에 꽃을 피웠던 나무들은 크고 작은 열매를 맺으며 시방 익어가고 있다.

▲ 동네와 산에서 익어가고 있는 열매들. 위에서부터 앵두, 꽃사과, 사과, 석류, 호두, 감이다.

산행길에서 내가 만나는 열매들은 차례대로 앵두, 사과, 꽃사과, 석류, 호두, 감, 살구, 맹감(청미래덩굴 열매), 포도, 매실, 꽃사과. 산수유 등이다. 어떤 것은 거의 다 익었고, 어떤 거는 이제 겨우 열매를 맺기 시작한 것들이다.

 

6월, 계절이 여름으로 접어드는 시기니 나무들이 열매를 맺기 시작한 건 당연한 일이다. 세상의 변화나 인간의 삶과 무관하게 식물들은 자신의 한살이를 살고 있을 뿐이다. 그런데도 그들의 성장이 남다르게 다가오는 것은 지난겨울부터 그들을 지켜보아 왔기 때문이다.

▲ 위에서부터 살구, 맹감(청미래덩굴 열매), 포도, 매실, 꽃사과(다른 종류다), 산수유 열매.

총알구멍의 침묵-평화도 익어간다

 

“지금 익어가는 것은 물기 많은 과실만이 아니다.

지금 익어가는 것은 저 깜깜한 총알구멍의 침묵이다.”

 

이는 산행을 마칠 때마다 내 입에서 맴도는 시구다. 아마 4·19 혁명 이후에 발표된 시라고 기억되는데, 안타깝게도 기억은 거기까지다. 스무 살 무렵에 읽은 그 시는 누가 썼는지, 제목이 무엇이었는지도 모른다. 인터넷을 검색해 봐도 찾을 길이 없다.

▲정전협정과 판문점선언은 공교롭게도 같은 27일에 이루어졌다. 1953년부터 꼭 777개월 만이다.

오늘, 역사적인 북미정상회담이 ‘완전 비핵화·안보보장’ 4개 항을 합의하고 막을 내렸다. 어떤 일정과 방식으로 한국전쟁의 종전선언과 평화선언이 이어질지는 알 수 없다. 공교롭게도 6월은 68년 전, 한국전쟁(1950~1953)이 일어난 달이다. 아마 그래서 익어가는 과실들을 바라볼 때마다 저 40년도 전에 읽은 시구가 떠올랐을 것이다.

 

익어가는 총알구멍의 침묵. 이미 지난 4월 27일에 판문점선언을 통하여 남북 정상은 ‘한반도의 항구적이며 공고한 평화체제 구축’을 선언한 바 있었다. 쉬 믿어지지 않지만, 남북 화해와 평화의 시대가 지금 눈 앞에 펼쳐지고 있고, 우리는 그 시대를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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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6. 12. 낮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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