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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바람과 먼지의 세상, 그 길 위에 서서

표준국어대사전7

동생의 남편, ‘제부’인가, ‘박 서방’인가 동생의 남편, 뭐라고 부르는 게 좋은가 아내의 지인이 장인상을 당했다. 이를 처음 알리는 이가 ‘빙부(聘父)상’이라 전하자, 사람들은 헷갈렸던 모양이다. 사람들이 그게 무슨 뜻이냐고 물어대자 그예 아내도 미심쩍어졌던 것 같다. 국어를 가르치는 남편에게 응원을 청했다. “빙부라면 장인을 가리키는 거 아니우?” “왜 아니야. ‘빙장(聘丈)’하고 같이 쓰는 말이지.” “그런데, 왜 사람들은 하나같이 그걸 모른대?” “일상에서 잘 안 쓰는 말이니 그렇지, 뭐.” 경상도 지역(경상도 전역인지 경북 남부지방에 한정된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에선 장인, 장모의 높임말로 ‘빙장어른, 빙모님’을 썼다. 내 두 분 자형도 마찬가지였다. 물론 옛날이야기다. 요즘이야, 장인, 장모보다 더 가까운 ‘아버님, 어머님’도 거리낌 .. 2021. 9. 20.
바른 말글 쓰기의 든든한 ‘도우미’들 바른 말글쓰기를 돕는 안내자들 * 10년도 전의 글이어서 예를 든 사이트의 화면은 지금 조금씩 달라졌다. 그러나 기본적인 사항은 변함이 없으니, 도우미로서의 구실을 여전히 다하고 있다. 어쩌다 블로그를 열고 잡문 나부랭이를 끼적이다 보니 어느새 거기 쓴 글이 사백 편이 넘었다. ‘글 보관함’을 살펴보니 거의 이틀에 한 편꼴로 무언가를 썼다. 굳이 그걸 의식한 것은 아닌데도 꾸준히 글을 쓴 게 자신도 잘 믿어지지 않는다. 글을 쓸 때, 나는 직업이 직업인지라, 비문(非文), 맞춤법, 띄어쓰기 등에 각별한 신경을 기울인다. 명색이 나라말을 가르치는 이가 잘못된 글을 쓰는 것은 민망한 일인 까닭이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예전에는 무심했던 부분도 밝히 보고, 모호한 부분은 반드시 확인하는 버릇이 붙었다. 그러.. 2021. 7. 23.
어떤 <국어사전>을 쓰십니까? 이야기 대체로 사람들은 국어사전을 잘 이용하지 않는다. 워낙 이 나라에선 대접받는 언어라 어릴 때부터 부득이 끼고 살 수밖에 없는 영어사전과는 경우가 다르다. 그게 ‘쉬운 모국어’라서가 아니라 그거 잘못 써서 타박 들을 일이 잘 없어서 그렇다. 영어 철자 하나를 빼먹은 것은 ‘쪽팔리는’ 일이지만 맞춤법이나 띄어쓰기에 어긋나는 걸 아무도 부끄럽게 여기지 않기 때문이다. 집집이 보급판 ‘국어사전’이 한 권씩 있던 시절이 있었다. 일부러 국어사전을 사는 일은 드물었으니 그건 물론 초중등학교 졸업식에서 타온 상품이기 쉬웠다. 그런데 영어사전과는 달리 그건 서가에 장식용으로 꽂혀 있다가 누렇게 바래져 가곤 했다. 과 국어사전을 그래도 가끔 뒤적였던 나는 국어를 가르치는 교사가 되었다. 한동안은 사전을 들고 수업에.. 2021. 5. 29.
‘배춧잎’과 ‘양반다리’가 <표준국어대사전>에 없었다고? ’17 4/4분기 정보 수정 국립국어원이 ‘2017년 4분기 정보 수정 주요 내용’을 공개했다. 새로 사전에 올린 말인 ‘표제어 추가’가 6개, ‘품사와 뜻풀이 추가’가 9개, 그밖에 ‘표제어·뜻풀이·문법 정보·용례 수정과 삭제’가 15개 등 모두 30개다. 새로 추가된 표제어는 접미사 ‘-궂다’와 부사 ‘금쪽같이’, 동사 ‘기반하다’, ‘배춧잎’, ‘양반다리’, ‘합격점’ 같은 명사 등이다. ‘-궂다’는 “(일부 명사나 어근 뒤에 붙어) ‘그러한 상태가 심함’의 뜻을 더하고 형용사를 만드는 접미사”다. ‘심술궂다/앙살궂다/왁살궂다’ 등에 쓰이는 이 접사는 과 달리 에는 ‘표제어’로 올라 있지 않았던 말이다. 나머지 부사와 동사, 명사들은 좀 새삼스럽다. 무슨 말인가 하니 누구나 “아, 저 말들이 사전에.. 2021. 3. 18.
‘굳은살’은 ‘배지’ 않고 ‘박인다’ ‘배’는 건 알, 굳은살은 ‘박이다’ 어제 용산역 광장에 ‘강제 징용 노동자상’을 공개하는 제막식이 열렸다. 이 노동자상은 일제강점기 일본에 끌려가 노역을 살다 억울하게 희생된 강제징용 노동자들을 기리고자 그들이 끌려가기 직전의 집결지인 용산역에 세워진 것이다.[관련 기사 : 일제 강제노동 집결지에 세워진 빼빼 마른 노동자상] ‘갈비뼈가 드러날 정도로 빼빼 마른 노동자가 오른쪽 손으론 곡괭이를 들고 다른 손으론 햇빛을 가리고 서 있는 모습’의 이 동상은 ‘오랜 시간 탄광에서 일하다 밖으로 나왔을 때 눈이 부셔 햇빛을 가리는 노동자의 모습을 본뜬 것’이라고 한다. 강제 징용과 징병은 근로정신대, 일본군 ‘위안부’ 문제와 함께 청산하지 못한 식민지 시기 역사의 일부다. 뒤늦었지만 이 노동자상의 건립이 강제 .. 2021. 3. 17.
‘수입산’도 ‘해독약’도 없다…<표준국어대사전>의 배신 [서평] 한글날에 읽어보는 박일환의 570돌 한글날이다. 때를 맞아 신문, 방송 등 매체들은 저마다 심각하게 ‘한글’을 소환한다. 한 해 내내 무심히 잊고 지내다가 문득 그 존재를 발견이라도 한 것처럼 매체마다 ‘한글’에 대한 이야기가 풍성해지는 것이다. 새삼 한글의 가치를 확인하고, 잘못 쓰이고 있는 말글을 돌아보고, 우리말 상식과 맞춤법도 불러내기도 한다. 그러나 한글날 주간을 즈음하여야 관련 기사를 쏟아내는 이런 보도 형태는 결국 평소에 한글이 받아온 나라 글자의 지위에 걸맞지 않은 홀대를 반증할 뿐이다. 새삼 과학성과 합리성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세계 최고의 문자’라고 강변해 보았자 영어에 밀리고 치이는 현실에서 그 울림은 공허할 뿐이다. 국어사전을 잘 이용하지 않는 것도 그런 현실에서 비롯.. 2020. 10. 9.
‘치사율’과 ‘치명률’ 지시적 개념, 언어도 진화한다? ‘코로나19’의 습격으로 바야흐로 사람들은 생활을 빼앗겨 버린 듯하다. 나들이는커녕 이웃을 만나 안부를 나누는 단순한 일상도 삼가면서 숨죽인 시간도 한 달이 훌쩍 지났다. 날마다 늘어나는 확진자와 사망자 숫자를 안타깝게 세면서 언제쯤 이 보이지 않는 적이 물러갈 것인가를 모두 조마조마하게 지켜보고 있다. 지난 18일 오후, 대구·경북지역에서 확진자 5명이 숨지면서 국내 사망자는 91명으로 늘었다. 천 명을 넘긴 이탈리아에 비겨 다행이라고 자위할 수도 없는 형편이다. 보도는 코로나19의 국내 치명률이 1%에 근접하고 있다고 전한다. 그간 듣지 못한 낯선 개념이었지만, 나는 ‘치명률(致命率)’이 ‘치사율(致死率)’을 달리 표현하는 낱말이라는 걸 단박에 알아챘다. 아, 문맹률(.. 2020. 3.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