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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바람과 먼지의 세상, 그 길 위에 서서

이사2

‘손 없는 날’과 ‘택일’ ‘손 없는 날’을 찾아 택일하는 민속 신앙 지난 설날에 장모님을 뵈러 처가에 들렀다. 안방 벽에 걸린 지역 농협에서 나누어 준 커다란 달력을 들여다보다가 나는 빙그레 웃었다. 그림도 없이 글자만 커다랗게 박힌 재미없는 달력에 아주 친절하게 ‘손 없는 날’ 표시가 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이사할 때마다 가끔은 들었던 얘기다. 굳이 ‘손 없는 날’을 선택하면 비용이 훨씬 더 드는 데다가 예약이 차 있어 날을 받기조차 어렵다는 얘기 말이다. 정작 사람들은 무심하게 시간 내기가 적당한 토요일을 선택했는데 그게 하필이면 손 없는 날과 겹치기도 한다. 이제 그런 민속도 쇠퇴해 가고 있긴 하지만 여전히 그걸 따지는 사람들도 적지만은 않다. 농협에서 아예 달력을 만들 때 ‘손 없는 날’을 박아서 만든 건 말하자면 그런 .. 2021. 2. 20.
좁지만 편안했던 ‘내 인생의 첫 집’을 떠나며 복직하여 마련한 24평 작은 집을 떠나며 내일모레면 이 도시를 떠난다. 2월 중순쯤에 나올 전보 명령에 앞서 서둘러 이사를 하는 것은 집을 산 이가 하루라도 빨리 집을 비워주기를 원했기 때문이다. 1월 말까지 수업이 남아 있고 2월 초에도 며칠 간 근무를 해야 하지만 부득이한 일이다. 아침에 아파트 앞 이발소에 가서 마지막 머리를 깎았다. “여기 한 십 년쯤 다녔지요?” 하고 물었더니 늙수그레한 이발사는 “벌써 그렇게 됐나요?” 하고 되묻는다. 예천에서 여기로 옮아온 게 1997년이다. 그해 7월에 준공검사를 앞두고 시공업체의 부도로 어수선한 가운데 우리는 예천 서본리의 오래된 국민주택을 떠나 난생처음 내 명의의 아파트에 들었다. 좁지만 편안했던 ‘내 인생의 첫 집’ 식구들 모두 행복하게 새집에 입주했다.. 2019. 12.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