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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바람과 먼지의 세상, 그 길 위에 서서

역사6

‘용의 해’, 혹은 역사에 대한 희망 2012년, 임진년 새해를 맞으며 진짜 임진년 새해가 밝았다. 해에다 간지(干支)를 붙이는 것은 오랜 태음력의 관습이다. 그러나 언젠가부터 우리는 태양력에 이 태음력의 간지를 미리 써 버린다. 양력 새해를 맞으면서 앞당겨 음력 간지로 이런저런 이야기를 엮는 것이다. 올해는 임진(壬辰)년, 용의 핸데 아홉 번째 천간(天干)에 해당하는 ‘임(壬)’의 색이 ‘흑’이어서 ‘흑룡’의 해란다. 흑룡은 비바람의 조화를 부리는 상서로운 짐승, 나라의 극성스러운 어머니들은 이왕 낳는 아이를 흑룡의 해에 맞추어 나으려고 온갖 꾀를 부리기도 하는 것이다. 일제 강점기에는 말할 것도 없는 일이었지만 1948년 단독정부 수립 이래 이 나라는 수천 년 동안 지내온 ‘설날’을 공식 명절에서 제외해 버렸다. 이른바 ‘왜놈 설’이 공.. 2022. 1. 24.
6·2 지방선거(2010), ‘민심과 선택’ 2010년 지방선거 이야기 지방선거일 아침은 여느 아침과 다르지 않았다. 임시 공휴일이어서 투표를 마치면 남아도는 시간이 쏠쏠하다는 것을 빼면 말이다. 우리 가족은 10시 반쯤에 인근의 투표소를 다녀왔다. 딸애 말마따나 ‘투표하지 않아도 도움이 될’ 노인들만 우글대고 있지 않은가 싶었는데 뜻밖에 투표소는 한산했다. 투표하러 온 유권자보다 작지 않은 공간에 종사자들 수가 훨씬 많았다. 한 번에 넉 장씩 두 차례나 투표지를 받아서 기표하는 데 걸린 시간은 불과 이삼 분에 지나지 않았다. 기표소 안에서 투표용지를 펴 놓으니 기도 안 찼다. 정말 아무리 들여다봐도 찍을 만한 데가 없었다. 6·2 선거, ‘국민의 승리’ 우리 가족은 미리 합의한 대로 기초와 광역 자치단체 의회 비례대표를 뽑는 정당 투표지에만 여물.. 2021. 6. 5.
문재인 헌정 광고, ‘못다 한 꿈의 성찰’ 문재인 헌정 광고에 담긴 주권자의 꿈 정치인에 대한 광고가 시작된 것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때부터인 듯하다. 그의 비극적인 죽음이 불러일으킨 슬픔이 전국으로 확산하면서 장례를 전후해 지지자와 일반 국민이 진보 일간지 등에 추모 광고를 내기 시작한 것이다. [관련 글 바로 가기] 이들 광고의 주체는 주로 시민들이었다. 베이스볼파크와 MLB파크 회원들, 82cook, 사진을 사랑하는 사람들, DVD 프라임 등의 동호인 모임이 주축이 된 이들 시민이 마련한 광고는 기왕의 정치광고와는 다른 매우 감성적이고 세련된 언술로 대중에게 다가갔다. “당신이 다시 태어나 바보 대통령이 또 한 번 된다면, 나는 다시 태어나 그 나라의 행복한 국민이 되겠습니다.” 고인이 다시 태어나 ‘바보 대통령’이 된다면 그 나라의 .. 2021. 1. 11.
‘역사’를 거부하는가 - 5·18의 수난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을 5·18 기념식 의전에서 뺀 정부 서른세 돌을 맞는 5·18광주민중항쟁이 수난을 겪고 있다. 반역사, 몰역사적 극우세력의 준동이 일상화된 가운데 수구 종합편성채널조차 비열한 방식으로 5·18에 대한 폄훼와 왜곡에 가담했다. 끝내는 정부에서도 행사위원회의 요구를 거부하고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을 5·18 기념식 의전에서 빼기에 이르렀다. 정부는 민주화운동의 상징인 ‘임을 위한 행진곡’에 공식 기념곡에 준하는 지위를 부여하지 않기로 했다는데 그 이유가 거의 만화 수준이다. 국가보훈처는 “‘임을 위한 행진곡’은 일부 노동·진보단체에서 민중 의례 시 애국가 대신 부르는 노래이며 정부 기념식에서 참석자들이 일어나 주먹을 쥐고 흔들며 노래를 부르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의견 등이 제기돼.. 2020. 5. 16.
[근조] 고문 없는 세상에서 편히 쉬시라 김근태 전 의원, 2011년 12월 30일 김근태 전 의원이 세상을 떠났다. 어제저녁 YTN에서 오보가 떴을 때 아내와 아이들이 숙연히 애도하는 걸 보면서 그가 남긴 자취가 적지 않다는 사실을 문득 깨달았다. 그렇다. 그는 풍운아였음에도 시대가 품어주지 못한 이다. 나는 그를 개인적으로 전혀 알지 못한다. 내가 아는 것은 매체를 통해 알려진 그의 이미지에 그치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나는 그의 모습에서 인간적 겸손과 진정성을 느끼곤 했다. 나는 그가 고통스럽게 지나온 7, 80년대의 민주화 투쟁과 무관하지만, 80년대의 끄트머리에서 교육 민주화 운동의 말석에 참여한 것을 통해 그에게 동지적 연대를 강하게 의식하고 있었다. 지난 총선에서 그가 도봉구에서 낙선했을 때, 나는 내가 모욕받은 듯한 치욕을 느.. 2019. 12. 30.
노인들 - 세대의 순환, 혹은 역사 2011년 설 특집으로 텔레비전에서 방영한 다큐멘터리 을 다시 시청했다. 무려 8년 전의 프로그램인데, 출연한 노인들의 곡절과 사연들이 훨씬 더 아프게 다가왔다. 그때 50대였던 내가 60대 중반, 동병상련의 감정을 피할 수 없게 한 나이가 노인들을 바라보는 내 눈길을 훨씬 더 부드럽게 바꾸어놓은 것이다. 단순히 노화나 죽음에 대한 개인적 두려움이나 연민만은 아니다. 시간이, 더 본질적인 인간의 생로병사를 나의 문제로 돌아볼 수 있게 해 준 것은 부인할 수 없다. 그리고 그것이 피할 수 없는 인간의 삶의 일부라는 사실도 접어주지 않으면 안 된다. 8년, 그들 중 또 몇몇은 이 세상 사람이 아닐 것이다. 어쩌면 얼굴을 비친 80대 이상의 노인들은 일찌감치 세상을 떴을지도 모르겠다. 그동안 내 주변의 친지,.. 2019. 9.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