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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바람과 먼지의 세상, 그 길 위에 서서

생일2

딸애의 생일 미역국을 끓이다 여행 떠난 아내 대신 딸의 생일 미역국을 끓이다 요즘 남편들은 아내의 생일에 미역국을 끓이는 게 ‘기본’이란다. 그런데 어쩌다 보니 그 ‘기본’도 못하고 살았다. 글쎄, 서툰 솜씨로 억지로 지어낸 음식이 제맛을 못 낼 게 뻔하다는 생각 때문이기도 했고 새삼스레 시류를 좇아가는 것도 마뜩잖아서였다. 난생 처음 미역국을 끓이다 배워서라도 해 볼까 물으면 아내는 단박에, ‘됐다, 마음만 있으면 된다’고 편하게 받아주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나는 선물을 하거나 얼마간의 돈을 넣은 봉투를 주는 걸로 그날을 넘겼고, 미역국은 딸애가 끓이곤 했다. 아내가 지난 월요일에 교회 일로 캄보디아로 떠나고 나서 일이 겹쳤다. 지역 농협에서 판매하는 김장용 배추를 사놓아야 했는데 그건 해마다 우리 내외가 새벽에 나가 함께 해 온.. 2020. 11. 22.
아내 생일에 생일에 아내는 손수 밥을 짓고 밥상을 차렸다 아내의 생일이다. 아내는 손수 끓인 미역국에다 엊저녁에 해 둔 밥으로 식탁을 차렸다. 그 식탁에 앉기가 좀 민망했다. 딸애는 뒤늦은 공부 때문에 해외에 머물고 있고, 아들 녀석은 서울에 있다. 그렇다고 아내의 생일이라고 내가 안 하던 밥을 지을 수는 없지 않은가. 생일날인데……, 미역국도 손수 끓여서 먹어야 하는구먼, 하고 내가 겸연쩍게 말하자, 아내는 심상하게 밥도 엊저녁 밥인데 뭘, 하고 대수롭잖게 받아넘겼다. “어쨌든, 당신 같은 사람을 내게 보내주어서 나는 참 행복했어. 당신이 태어나 주어서 정말 고마워.” “고마워요. 그렇게 말해 줘서…….” 예전 같으면 손발이 오그라들 수준의 아첨이지만, 나는 아주 천연덕스럽게 그런 말을 했다. 그리고 그 말을 하면.. 2020. 5. 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