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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바람과 먼지의 세상, 그 길 위에 서서

복사꽃3

복사꽃의 계절, 곳곳이 연분홍 ‘도화원(桃花源)’이다 *PC에서 ‘가로 이미지’는 클릭하면 큰 규격(1000×667픽셀)으로 볼 수 있음. 개화 시기가 일주일이나 일렀던 탓에 내 ‘꽃 삼월’은 좀 허무하게 막을 내린 느낌이다. 산수유, 매화, 살구, 명자꽃이 차례로 피어나 질 무렵에야 벚꽃이 슬슬 피기 시작하던 예년과 달리, 올해는 4월 들면서 벚꽃은 이미 파장으로 치달았기 때문이다. 벚꽃 파장에 곳곳에 분홍빛 도화원 먼 산에 희끗희끗 남은 흰 꽃 무리는 뒤늦게 피어난 산벚꽃이다. 이미 사람들을 꾀게 한 벚꽃 단지는 잎을 떨구고 빨간 꽃받침만 남아 허망한 절정의 뒤끝을 보여주고 있다. 그 쓸쓸한 틈새를 메우는 건 예년 같으면 이제 겨우 꽃망울을 터뜨릴 차례인 복사꽃이다. 벌써 꽃망울을 터뜨릴 준비가 되었나 싶은데, 하루 이틀 사이에 산책길 주변은 짙어지는 .. 2023. 4. 5.
벗의 도화원(桃花源), 그 연분홍 안개 의성 초전리 오막재를 찾아서 의성 탑리의 외진 시골 마을, 완만한 산자락에 조립주택과 황토방 하나씩 짓고 사는 친구가 제 복숭아밭에 복사꽃이 절정이라고 전해 왔다. 3월을 맞아 잔뜩 심란해져 있을 때, 안부를 물어온 친구에게 나는 복사꽃이 피면 알려달라고 부탁했었다. 금요일 퇴근해 집에 잠깐 들렀다가 바로 길을 떠났는데도 근처 시장 거리에서 만나 저녁을 먹고 초전리(草田里) 그의 집을 찾았을 때는 어둠 살이 내리고 있었다. 황토방 너머 그의 복숭아밭, 복사꽃은 부윰한 빛을 내면서 어둠 속에 아련하게 떠 있었다. 시간은 넉넉하니까……. 복사꽃을 만나는 일에 서두를 일은 없었다. 그의 황토방에서 우리는 밤늦게까지 술을 마셨다. 몇 병의 소주가 동나자, 그는 경기도 어느 지역에서 누룩으로 발효한 술을 증류시켜.. 2020. 4. 14.
봄나들이 - 초전리 ‘꽃 대궐’과 미성리 ‘그 여자’의 집 봄나들이, 의성 초전리와 군위 미성리 * 가로 사진은 누르면 더 큰 사진으로 볼 수 있음. 1. 의성군 금성면 초전(草田)리 복사꽃과 모과꽃 의성에 들어가 사는 친구 장(張)을 찾으러 가는 길 주변은 꽃 천지였다. 이미 구미엔 대부분 지고 있는 꽃들이 군위에서 친구 이(李)를 태우고 의성으로 가는 길 주변 들과 숲에는 한창이었다. 복사꽃이 그랬고, 산벚꽃이 그랬다. 위도의 차이가 개화 시기를 결정한 탓이었을 것이다. 어릴 적 즐겨 불렀던 동요 ‘고향의 봄’을 흥얼거리고 싶게 만드는 풍경들이었다. 연변의 풍경들은 이 7·5조 운율의 노래에서 ‘울긋불긋 꽃 대궐’을 실감하게 해 주는 것이다. 우리는 그 뜻을 가늠해 보지 않고 무심히 불러왔지만, 이원수가 ‘꽃 대궐’이라 쓴 이유가 거기 있음은 분명하다. 나의.. 2019. 4. 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