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청1 슬픔’과 ‘분노’를 넘어 ‘여성성’으로 황석영 장편소설 황석영의 소설을 읽는 것은 기쁨이면서 고통이다. 마치 잘 벼루어진 끌이나 대패로 미끈하게 다듬어 놓은 얼개와 짜임을 만나는 것이 기쁨이라면, 그것들이 냉혹할 만큼 사실적으로 저며내는 이 땅의 사람 살이의 모습들은 둔감해진 정수리를 날카롭게 베는 듯한 고통으로 다가온다. 70년대 이후 내내 진보적 문학 진영을 짓눌렀던 화두였던 ‘리얼리즘’을 황석영만큼 건조하게 천착해 온 작가가 또 있을까. 파란과 격동의 20세기 말의 문학적 연대기인 을 거쳐 이데올로기의 광기와 그 덫에 걸린 한 시대를 조감한 을 거쳐 그는 이제 고대사회의 인신공희(人身供犧)라는 제의적 공간과 불교적 환생의 세계에 침잠해 있던 심청을 냉혹한 근대화 시대의 저잣거리로 끌어낸 듯하다. 이 소설이 “자본주의 세계체제의 본격화와 .. 2020. 5. 25.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