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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바람과 먼지의 세상, 그 길 위에 서서

교유2

좋은 이웃, 혹은 제자들(1) 이웃이 된 제자들(1) 한 5년쯤 될까. 교직에 들어 한동안은 ‘제자’라는 표현을 쓰지 않았다. 어쩐지 ‘제자’라는 말을 올리는 게 민망해서였다. ‘제자’라는 말의 상대어는 당연히 ‘스승’이다. 그런데 아이들을 ‘제자’라고 말하려면 내가 ‘스승’이 되어야 하는데 그럴 자신이 통 없었던 까닭이다. 그런데 교사들 대부분은 그런 자격지심과 무관한 일상어로 이 낱말을 쓴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무심히 제자를 입에 올리기 시작했다. 더 정확히 말하면 자신의 예사롭지 않은 자격지심이 멀쩡한 동료를 능멸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깨달으면서다. ‘스승과 제자, 혹은 교사와 학생’ 사이 그래도 ‘스승’을 입에 올리는 것은 서른 해를 훌쩍 넘긴 지금도 여전히 쉽지 않다. 모든 교사에게 ‘스승의 날’은 언제나 부담스러워 피하고.. 2019. 3. 17.
세월, ‘청년’에서 ‘초로(初老)’로 20대 청년에서 60대 초로가 되는 세월 고교 때부터 절친했던 벗이 부친상을 입었다는 소식을 나는 다른 친구를 통해 들었다. 스무 살 어름엔 날마다 어울렸던 친구였는데 30년도 전에 교단에 서면서 대구를 떠나 도내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는 바람에 만남이 뜸해졌다. 그를 언제 마지막으로 보았던가, 헤아려 보니 그가 모친을 여의었던 4년 전이었다. 퇴근시간대를 피해 4시쯤 출발하여 다섯 시쯤에 대구의료원 장례식장에 닿았다. 호실을 확인하지 않고 승강기부터 타고 3층에 올라 두리번거리는데, 검정 양복 차림의 상주 하나가 낯이 익었다. 동안의 온순했던 아이, 어느새 50줄이 된 벗의 동생이었다. 그는 날 알아보고는 무척 반가워했다. 조문에서 확인하는 ‘세월’ 이내 친구가 쫓아 나왔는데…, 4년 전의 모습이 아니었다.. 2019. 3. 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