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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 이야기] <한겨레> ‘매거진’ ‘ESC’의 알파벳

by 낮달2018 2019. 10.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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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파벳, 괄호 밖으로 나오다(3)

▲ 목요일에 발행되는 <한겨레> 매거진  ‘ESC’는 아예 아이템도 알파벳으로 표기하기 시작했다.

슬슬 나도 고리타분한 원칙론이나 되뇌는 ‘아재’ 대열에 합류하는가 싶다. 이 ‘글로벌’한 세상에 한글 타령이 무슨 소용일까만 한글 자리에 슬금슬금 엉덩이를 들이밀고 있는 알파벳이 한눈에 들어오니 하는 말이다. 워낙 세상이 그러하니 그걸 그렇다고 말하는 것도 민망스러울 지경이다.

 

<한겨레>도 변신해야 산다?

 

“‘알파벳, 괄호 밖으로 나오다”는 제목의 글을 두 편 썼다. 한 편은 2013년 10월[‘KB 국민은행’에서 ‘MG 새마을금고’까지]에, 또 한 편은 올 1월에 썼다.[<한겨레> ‘섹션’과 <JTBC> ‘뉴스룸’의 영자 타이틀 유감]

 

첫 번째 글은 주로 은행이나 기업의 이름을 영자로 표기하는 데 대한 문제 제기였고, 두 번째 글은 <제이티비시(JTBC)> ‘뉴스룸’의 꼭지 이름을 영자로 표기(비하인드 뉴스)하는 문제를 다루었다. 물론 그것으로 무슨 의미 있는 변화가 있으리라고는 기대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아무렇지도 않게 그걸 지나쳐 버릴 수가 없었다. 한가위나 설날 즈음해 ‘즐거운 명절 되세요’ 같은 엉터리 인사를 지적하는 글을 해마다 쓰고 있는 이유도 같다. 내 문제 제기가 사람들의 언어생활에 털끝만 한 영향도 줄 수 없다고 해도 어쩔 수 없는 일이다.

▲ 이번 주 주제는 ‘연’인데 대신 ‘kite’를 썼다.  나는 ‘연’을 ‘카이트’라고 한다는 걸 처음 알았다.
▲ 지난주는 ‘지리산’이었다. 5면에 걸쳐 ‘Jirisan’이 맨 위에 걸렸다. 한자 ‘智異山’을 대체한 것일까.

‘Jirisan’이 ‘智異山’을 대체하는가

 

지지난 주 목요일 <한겨레> 매거진 ‘이에스시(ESC)’를 받아들고 나는 입맛을 다셨다. 창간 때부터 구독하고 있는 신문이지만 요즘 <한겨레>를 읽으면서 가끔 내가 ‘아재’라는 사실을 확인하곤 한다. 원래 ‘이에스시’는 말랑말랑한 소재(아이템)를 다루는 잡지 형식이지만 요즘 다루는 소재의 감각은 우리 세대와 조금씩 멀어져 가는 듯해서다.

 

내가 입맛을 다신 이유는 소재 탓은 아니다. ‘이에스시(ESC)’ 제호는 커다란 영자다. 이걸 ‘이에스시’라고 쓰는 것은 과잉일 테니 그걸 알파벳으로 쓰는 걸 이해 못 할 바가 아니다. 사실 ‘이에스시(ESC)’야 우리가 컴퓨터를 쓰면서 일상적으로 만나는 자판 아닌가 말이다.

 

문제는 ‘이에스시’ 옆에 있는 ‘커버 스토리’(‘표지 이야기’는 어느덧 ‘커버 스토리’가 되었다.)의 주제 역시 굵직한 알파벳으로 표기되는 것이다. 지리산은 ‘Jirisan’, 연(鳶)은 ‘Kite’로 썼다. 첫 면만 그런가 했더니 이 주제 표지는 면마다 반복되고 있었다.

 

지리산은 ‘Jirisan’으로 쓰면 훨씬 더 멋있는 산이 되는 것일까. 연이라고 하면 모두가 알지만 그걸 ‘Kite’라고 쓰는 이유는 어디에 있는 걸까. 견문이 짧은 나는 연을 영어로 그리 쓰는 걸 처음 알았다. 정작 본문에서는 ‘카이트(kite, 연)’이라 쓰고, TV도 ‘티브이(TV)’로 고집스레 쓰고 있으니 <한겨레>의 표기 원칙이 바뀐 건 아닌 듯한데 이건 또 무슨 ‘생뚱’인지 알 수가 없다.

 

아! ‘Fun한’ 이야기, 사람…

 

6면과 7면은 각각 ‘Fun한 사람’, ‘Fun한 이야기’라는 표지가 붙어 있다. ‘Fun한 사람’의 꼭지 제목은 ‘김성일이 만난 완소 피플’이다. 그나마 ‘People’을 ‘피플’로 쓴 걸 다행스러워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그걸 공연히 그리 쓰지는 않았을 테니까 할 말은 있을 것이다. 그러나 한글로 쓰면 될 자리에 생뚱맞게 알파벳을 쓴 이유를 이해시키는 건 쉽지 않을 듯하다. 물론 이런 식으로 영자를 날것 그대로 쓰는 걸 무심히 보아 넘길 독자도 적지 않겠지만 말이다.

 

그걸 무심히 넘길 수 있을 만큼 보편화된 전 지구적 세계화를 고까워해야 하나, 아니면 거기 발맞추어 이 국제어를 일상에서 우리말처럼 쓰는 데 익숙해져야 하나. 이래저래 입맛이 쓰다.

 

 

2017. 9. 18. 낮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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