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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노래의 울림, 멕시코 민요 제비

by 낮달2018 2018. 12.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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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 민요 ‘제비’, 카테리나 발란테와 냇킹 콜, 혹은 조영남

시방 슈퍼 태풍 ‘제비(Jebi)’가 일본을 강타했다는 소식이다. 제비는 2018년 발생한 태풍 중 가장 강할 뿐 아니라 일본에 상륙한 태풍으로도 25년 만에 가장 강한 태풍이란다. 제비는 우리나라에서 제출한 이름으로 말 그대로 참새목 제비과의 여름 철새를 이른다.

 

제비는 우리 일상에서 가장 친숙한 조류 가운데 하나다. 우리는 시골에서 처마 밑에 진흙으로 만든 둥지를 만들고 살던 제비를 이웃하고 자랐다. 삼월 삼짇날에 강남에서 돌아온 제비는 중양절(重陽節)인 9월 9일에 날씨가 따뜻한 강남으로 돌아간다. ‘제비 오는 날’인 삼월 삼짇날이 길한 날로 여기는 것은 본격적인 봄의 시작을 알리기 때문이다.

 

제비, 혹은 이별의 상징, 멕시코 민요

 

인간과 친숙한 새여서 제비는 문학에도 등장한다. 제비는 오스카 와일드의 동화 <행복한 왕자>에서는 왕자를 도와서 가난한 사람들을 돕다가 얼어 죽지만, 우리 판소리계 소설인 <흥부전>에서는 마음 착한 흥부를 돕고 마음 나쁜 놀부를 벌하는 존재로 묘사된다.

 

제비는 날개 끝이 가늘어 빠른 비행에 유리하다. 제비는 2500km의 거리를 단 5일 만에 날아갈 수 있는데 이는 하루에 500km의 거리를 날아가는 셈이다. 철새를 가리켜 ‘지구상에서 가장 위대한 여행자’라고 하는 이유다.

 

제비가 낮게 날면 비가 온다고 하는데, 이는 습기 때문에 몸이 무거워진 곤충을 잡아먹기 위해 제비가 낮게 날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탈리아에서는 제비가 낮게 나는 것을 이별의 상징으로 본다. 비가 내리는 것이 이별을 뜻하고, 제비가 낮게 나는 것은 곧 비가 올 전조라고 보기 때문이다.

 

멕시코에서도 제비는 이별의 상징인데, 멕시코 민요 중 라는 노래가 대표적인 이별의 노래다. 우리나라에는 해방 이후 국내 주둔 멕시코계 미군들이 흥얼대던 노래를 1960년대에 미8군 무대에서 노래하던 조영남이 번안하여 불러 크게 히트했다.

 

멕시코 민요인 는 20세기 초 스페인의 프랑코 독재 정권(1937~1975)을 반대해서 멕시코로 망명한 스페인 문인과 예술인들이 고향인 스페인을 생각하면서 만든 시구에 곡을 붙여 만든 노래라고 한다.

제비는 때가 되면 고향으로 돌아가지만, 망명자들은 고향이 있어도 돌아갈 수 없었다. 이에 망명자들은 자신의 처지를 제비에 비겨 망향의 그리움과 이별을 노래했던 것이다. 1956년, 이 곡을 처음 부른 가수는 ‘카테리나 발렌테(Caterina Valente, 1931~)’.

 

프랑스 파리에서 태어난 발렌테는 영어·불어·독어·스페인어·이탈리아어·러시아어까지 6개국어를 구사하며 11개의 언어로 노래한 가수였다. 제비는 고향을 떠나온 유럽의 수많은 이민자의 사랑을 받으며 멕시코의 민요로 자리 잡았다.

 

그 뒤, 이 노래는 냇 킹 콜((Nat King Cole), 훌리오 이글레시아스(Julio Iglesias), 나나 무스쿠리(Nana Mouskouri), 플라시도 도밍고(Plácido Domingo) 등 세계적인 가수들이 불러 오늘날에는 세계적인 라틴 팝의 고전이 되었다.

 

조영남의 번안곡, 그리고 냇 킹 콜의 목소리

 

스페인어로 된 원곡의 가사는 인터넷에서 소개하는 글마다 제각기 다르다. 어떤 번역이 가장 원곡에 가까운지를 판단할 능력이 전혀 없으니 생략한다. 오랫동안 조영남의 노래로 들으면서 익힌 번안 가사로도 족할 듯하다. 번안 가사는 망국의 한이나 망명자의 망향 정서와는 달리 ‘이별’을 노래한다.

 

*제비 듣기  https://www.youtube.com/watch?v=D1s9bvJqqfE

조영남의 목소리로 처음 이 노래를 만나게 된 건 아마 1990년대 중반이었던 듯싶다. 노래를 익혀 흥얼대다가 시골 고교에서 야영을 가서 아이들 성화로 이 노랠 불렀던 기억이 아련하다. 조영남의 목소리에 익숙해선지 역시 나는 남자 목소리가 귀에 익고, 그중에서도 냇 킹 콜의 목소리가 제일 마음에 든다.

 

우리 세대는 가사를 음미하는 세대다. 노랫가락도 가락이지만, 노랫말이 주는 울림에 더 쉽게 흔들리는 ‘쉰 세대’다. ‘잊지 못할 내 님이여’ 하는 노래의 절정에서 어떤 까마득한 기억의 저편을 떠올리기도 하니 말이다. 정말 내게 ‘잊지 못할 님’의 기억이 있기나 했던가.

 

 

2018. 9. 5. 낮달

 

참고

· 라틴 음악으로 배우는 스페니시 제비 La Golondrina , 라디오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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