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미 태조산 도리사 느티나무 터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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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만난, 도리사로 가는 길의 느티나무 가로수 터널
유명한 추어탕집을 찾으러 가다가 도리사로 진입하는 길목에 조성된 느티나무 가로수길을 다시 만났다. 여러 차례 다녀본 길이라, 거기 느티나무 가로수가 아치형의 터널을 만든다는 사실은 진작에 알고 있었다. 그러나 때는 7월 초, 한여름으로 치닫는 시기, 무성한 잎으로 연출하는 터널을 지나는 마음은 여느 때와 같지 않았다.
들어가면서는 연신 감탄만 하다가 추어탕집에서 점심을 먹고 돌아 나오면서는 아내에게 운전대를 맡기고 나는 중간에 여러 차례 차에서 내려 느티나무 가로수 터널을 렌즈에 담았다. 느티나무 가로수가 연출하는 여름 풍경을 일러 ‘느티나무 터널’이라 부르는 것은 과장이나 미화라고 할 수 없다.
가로수 터널은 이제 전국 곳곳의 아름다운 가로수 길을 달리 이르는 이름이기도 하여서, 산림청에서 지정하는 ‘아름다운 가로수 길’이나 ‘우수 관리 가로수 길’ 등으로 기려지기도 한다. 가로수 터널의 대표적 명소는 6km에 달하는 고목들이 장관을 이루는 충북 청주 플라타너스 가로수길, 메타세쿼이아가 웅장하게 늘어선 전남 담양 메타세쿼이아길 등이 유명하다.

산림청이 지정한 ‘아름다운 가로수 길’
구글의 에이아이(AI) 제미나이에게 물으니, 경북의 유명 가로수 길로 도리사 느티나무 터널 말고도, 김천의 조각공원길 왕벚·메타세쿼이아길과 영주시 서원로 왕벚·이팝나무 터널을 꼽아준다. 김천의 가로수 길은 ‘우수 관리 가로수길’로, 영주의 가로수길은 ‘명품 가로수길’로 지정되기도 했단다.
가로수라 하면 내 기억은 유·소년 시절, 신작로 주변에 끝없이 이어지던 버드나무를 떠올린다. 포장이 되지 않은 신작로에는 도로 유실을 방지하기 위한 굵직한 자갈을 깔아놓았고, 우리가 ‘질닦이’라고 부른 인부들이 도로를 보수하곤 했다. 비가 와 파인 웅덩이에 고인 흙탕물은 가로지르며 ‘제무시(GMC)’라고 불린 대형트럭이 지나갈 때마다 행인들은 물을 뒤집어쓰곤 했다.
그건 근대화 이전의 미개발 시대, 시골길의 전형적인 풍경이었다. 일정한 간격으로 심어진 버드나무 가로수가 조금씩 사라지기 시작한 것은 무성해진 잎이 만드는 그늘이 길가의 전답의 농사에 지장을 준다는 게 알려지고 나서였다. 전기가 들어와 마을 앞에 세워진 가로등이 여름이면 불을 끄기 시작한 것도 같은 이유에서였다.
도회의 중학교로 진학하면서 은행나무, 양버즘나무(플라타너스), 느티나무 등으로 구성된 도시의 가로수를 만날 수 있었다. 그러나 은행나무는 냄새, 플라타너스는 낙엽 등의 민원으로 점차 줄어들고 요즘은 경관 조성에 도움이 되는 벚나무와 이팝나무 등으로 바뀌는 추세다.
이팝나무 가로수는 구미에 옮겨오면서 처음 만났다. 봄이면 하얀 꽃이 피는 데다가, 꽃가루 문제도 없어서 도심지 가로수로 급부상한 이팝나무는 우리 동네 일원의 봄을 하얗게 밝혀주는 가로수다. 가로수 관리 예산은 그루당 6천 원에 불과하지만, 가로수는 온도를 평균 2.6~6.8℃ 낮은 온도를 나타내고, 습도도 평균 9~23%가 높다. 가로수 한 그루는 15평형 에어컨 7대를 10시간 동안 가동하고 하루 4명이 마실 수 있는 산소를 공급하는 것과 같아서 가로수를 가리켜 ‘도심 녹색 댐’이라고 비유한다고 하는 것도 그때 처음 알았다. [관련 글 : 이팝나무, ‘가로수’의 진화]
해동 최초 가람? 통일신라 때 창건된 절로 추정
도리사(桃李寺)는 경상북도 구미시 해평면의 냉산(冷山)에 자리 잡은 고찰이다. 정확한 창건 연대는 알 수 없으나 이 절이 신라 최초의 사찰이라고 전해지고 있다. 도리사 앞 2km 지점의 도로, 그러니까 느티나무 터널의 시작 지점 도로 위에 세운 일주문에는 ‘해동 최초 가람 성지 태조산 도리사’란 현판이 걸려 있는 이유다.

그러나 냉정히 상고해 보건대, ‘해동 최초 가람(절)’이라는 믿을 만한 역사적 근거가 있지는 않다. 불교의 전래 순서도 고구려, 백제, 신라 순인 데다가, 불교가 가장 늦게 공인된 지역이 신라가 아니던가 말이다. 도리사 창건에 대하여 전하는 가장 이른 자료는 1530년(중종 25)에 편찬된 『신증동국여지승람(新增東國輿地勝覽)』로, 삼국시대 신라 눌지왕 때 묵호자(墨胡子)와 모습이 비슷한 아도라는 승려가 이 지역이 겨울인데도 꽃이 만발한 것을 보고는 절을 세웠다는 이야기를 수록하고 있다.
그러나 <민족문화대백과사전>에서는 “아도(阿道)가 실제 도리사를 세웠다기보다 통일신라에 이르러 아도를 추모하여 건립되면서, 이 사찰의 권위를 부여하고자 지역에서 전해 오는 아도 설화와 연관 지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도리사 경내 화엄 석탑은 고려시대 유물로 알려졌지만, 정확한 건립 연대는 확인되지 않았다.
태조산(太祖山, 691.6m)은 선산의 진산인 비봉산의 동쪽 줄기에 해당하는 산으로 원래 이름은 냉산(冷山)이다. 고려 태조 왕건이 이 산에 어가(御駕)를 두어 숭신산성을 쌓고 후백제 견훤과 전투를 벌인 데서 유래된 이름이다.
도리사는 인근 직지사의 말사였지만, 1977년 극락전 뒤의 부도를 보수하다가 신라시대의 금동육각사리함이 발견되었다. 사리함에서 둥근 콩알만 한 석가모니의 진신사리가 나왔는데, 우리나라에서 발견된 것 중 가장 아름다운 모습의 사리로 평가되고 있다. 사리함과 사리는 국보로 지정되어 사리함은 직지사 성보박물관에 위탁 소장하고 사리는 1987년에 조성한 도리사 적멸보궁(寂滅寶宮) 불탑에 봉안되어 있다. [관련 글 : 도리사, 드는 이 편안히 품어주니 ‘최초 가람’ 아닌들 어떠랴]





예사롭지 않은 도리사 가는 길
여느 가로수 터널과 달리 도리사 가는 길의 느티나무 가로수 터널은 그 종착지가 절집이다. 그래서일까, 산사로 드는 꼬불꼬불한 도로 양쪽에 무성하게 자란 잎사귀로 이루는 아치형의 터널이 예사로이 느껴지지 않는다. 승려들이 머물며 예불하는 공간인 절집은 깨달음을 향해 나아가는 수행의 공간이자 모든 번뇌를 녹여내는 치유의 장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도리사 가는 길의 가로수 터널은 느티나무가 중심이다. 그러나 절이 가까워질수록, 간간이 벚나무도 섞여 있다. 본격적으로 산사로 오르는 길목에는 단풍나무도 줄을 잇는다. 느티나무 단풍은 그리 아름답다고 할 수는 없지만, 도리사 일원의 단풍은 2009년 도리사를 처음으로 찾았을 때의 기억 속에 여전히 불타고 있다. [관련 글 : 그 산사의 단풍, 이미 마음속에 불타고 있었네]




2026. 7. 3. 낮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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