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미시 구포동 다온숲의 수국정원을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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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에 ‘구미 수국’을 검색하면 뜨는 이름이 ‘다온 숲’이다. 여러 차례 눈에 익힌 이름인데, 정작 거기가 어딘지는 알아보려고 하지 않았다. 나는 옥계 어디쯤이라고 넘겨짚고 있었는데, 어제 아내와 함께 내비게이션의 안내를 받아 도착하니 구포동이었다.
사람들이 만든 새말, ‘다온’이 쓰인 구미의 도시 숲 ‘다온 숲’
구미의 신시가지라고 할 수 있는 옥계동은 초고층 아파트가 밀집한 동네다. 중앙고속도로를 타거나 안동으로 가는 지름길을 가면서 지나는 동네일 뿐, 거기서 머물러본 적이 없는 나는 거기 근로자종합복지회관이 있는 곳이라고만 알고 있다.
‘다온숲’이라는 그럴듯한 이름이라, 나는 ‘다온’이 무슨 뜻인지도 검색해 봤다. 구글 에이아이(AI)는 “‘다온’은 ‘좋은 모든 일이 다 온다’라는 뜻을 가진 순우리말”이라고 알려주었다. 그러나 굳이 국어사전을 펴보지 않아도 그게 사람들이 급조해 쓰는 말이라는 건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다.
인터넷으로 검색해 보면 세종특별자치시에도 ‘세종 다온숲’이라는 곳이 있다. 민간에서 운영하는 세종 유일의 힐링 파크란 설명이 따라붙었다. 어떤 경로로 만들어져 쓰이고 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이 신조어는 나름대로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음이 틀림없다.








2023년에 도심 숲으로 개장한 ‘구미 다온숲’은 원래 쓰레기매립장이었다. 1988년 매립지 승인이 났고, 2년 뒤 면적 12만 3천여 ㎡로 건립되어 청소차 약 35대가 하루 평균 약 170톤의 생활 쓰레기를 실어 날랐다고 한다. 산업화·도시화 이후 급격하게 증가한 도시의 생활 쓰레기를 감당한 지 10여 년, 1998년에 인근 주민들은 더는 참지 못하고 일어섰다. 악취와 먼지에 견디다 못한 주민들은 도로에 바리케이드를 치고 청소차의 출입을 막는 등 강력한 집단행동에 나선 것이었다.
이에 구미시는 꽃과 나무를 심고, 잔디밭을 조성하고, 가스 포집관과 침출수 차집(遮集 : 막아서 모음) 시설 등을 갖추는 등 많은 노력을 기울이며 주민을 달랬다. 그리고 2007년, 쓰레기매립장은 17년간 232만여㎥의 쓰레기를 묻고 매립 사용이 종료됐다.
구미시는 2022년 ‘다온숲 수국정원 조성 사업’에 착수하며 2년에 걸쳐 17종, 1만 4천여 송이의 수국을 심으며 첫 삽을 떴다. 3년 뒤, 1만 7천여 송이를 추가로 심으며 현재는 매지컬 블루벨(Magical Bluebell), 루비레드, 하이오션 등 희귀 품종을 포함한 총 43종, 3만 1,900송이의 수국이 대규모 군락을 이루고 있다.
서울 난지도의 변신을 벤치마킹한 다온숲은 소셜미디어(SNS)를 타고 ‘인생 샷 성지’로 급부상했다. 이 변화는 단순한 조경 사업을 넘어, 버려진 공간이 어떻게 시민의 품으로 돌아올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산 증거가 되었다. 버려지고 잊힌 땅에 새로운 생명과 가치를 불어넣은 ‘도시재생의 성공적인 모델’로 평가받는 이유다.
다온숲은 단순히 수국을 심는 데 그치지 않았고, 찾은 이들이 편안히 머물며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체류형 힐링 공간’으로 세심하게 설계하였다고 한다. 글쎄, 그 목표가 얼마만큼 이루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우리가 1시간 남짓 머무는 동안, 평일임에도 숲 곳곳을 거니는 이들이 적지 않았다.








인동 천생산의 한 자락으로 이어진 다온숲은 완만한 산비탈을 따라 왕벚나무길, 소나무원, 단풍나무원, 아카시아길, 대나무길, 이팝나무길, 하늘정원 길, 억새원, 수국원 등이 촘촘히 배치되었다. 수국정원으로 유명해졌지만, 다온숲에는 49종 25,680그루의 나무와 초화류 27종 536,000여 그루가 어우러져 있다고 했다.
다온숲에는 수국만이 아니라, 다른 나무와 숲도 아름답다
주차장에 차를 대고 수국이 핀 비탈길을 따라 오르니 맨 위의 둥근 잔디밭이 하늘 바람 광장이다. 이 광장을 중심으로 완만한 경사의 비탈에 가장 눈에 띄는 게 갖가지 빛깔로 피어난 수국이다. 수국의 개화율은 50%에도 미치지 못한 듯 보였는데, 비탈 아래쪽에는 만개했고, 위로 오를수록 개화가 늦어지고 있었다.
수국은 일본, 한국 등 동아시아 쪽이 원산지이며 전국에 분포하는 식물이다. 수국은 토양의 산도(PH)에 따라 꽃 색이 바뀌는 특이한 식물인데, 옛 문헌에는 자양화(紫陽花)라는 이름으로 나타나고 있다. 빛깔이 다양하여 조경식물로 선호되지만, 수국은 꽃의 암술과 수술이 퇴화하였거나 불완전하여 열매를 맺지 못하고 생식능력이 없는 꽃, 즉 무성화(無性花 중성화)다. [관련 글 : 둘 다 씨를 맺지 못하는 ‘무성화’, 그러나 그 아름다움이 남다르다]

하늘 바람 광장에 서면 저 멀리 옥계동의 아파트 숲이 한눈에 들어왔다. 1998년 쓰레기 반입을 막고 나선 주민들의 투쟁 이후 근 30년이 흘렀다. 한 세대가 바뀌는 시간에, 나라는 개발도상국에서 중진국을 거쳐 어느 날 문득 선진국으로 진입해 있다. 구포동 다온숲이 지나온 시간은 한 나라의 발전과 겹치면서 그 나라의 국민이 겪어낸 역사의 일단을 새삼스레 환기해 준다.
다온숲의 수국정원이 온전히 아름다움으로 차려입는 데는 아마 앞으로 보름이나 한 달쯤이 더 필요할지도 모르겠다. 그때, 다시 이곳을 찾게 될까, 우리는 점심시간이 겨워지는 해평의 시골길을 달려 도리사를 향해 차를 몰았다. 목표는 절집이 아니라, 그 절집 아래 문전성시를 이룬다는 추어탕집이었다.
2026. 7. 6. 낮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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