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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바람과 먼지의 세상, 그 길 위에 서서
이 풍진 세상에 /선산(구미) 이야기

‘세렝게티’에 견주지 않아도 충분히 아름답다, 구미 ‘강정 습지’의 풍경

by 낮달2018 2026. 5. 30.

구미 낙동강 둔치에 펼쳐진 77만 평 초원, 강정 습지

*PC에서 ‘가로 이미지’는 클릭하면 큰 규격(1000×667픽셀)으로 볼 수 있음.

▲ 일망무제라고 말하기는 무엇하지만, 경상도에선 이 정도의 전망이면 충분히 탄성을 자아낼 만하다. 제방에서 바라본 강정 습지의 풍경.
▲ 습지의 물이 들어와 있는 부분에는 왕버들이 자생하는 듯하다.
▲ 강정 습지에 인공 구조물은 거의 보이지 않는다. 습지를 돌다가 만난 돌탑. 이런 돌탑은 두 기나 만났다.
▲ 시멘트 포장도로 양 옆으로 따로 심은 듯한 메타세쿼이아가 그늘을 드리우고 있다.

 ‘한국의 세렝게티’라는 강정 습지

 

며칠 전 우연히 유튜브 영상을 시청하다가 ‘한국의 세렝게티’라며 소개한 구미의 강정 습지를 만났다. 해평습지는 아는데, 강정은 어딘가 싶어서 찾아보니 “구미 매학정(梅鶴亭) 일원에서 구미보 사이에 조성된 대규모 하천형 습지로, 자연경관이 뛰어나고 철새들이 많이 찾는 생태 명소”라고 나와 있다. [관련 글 : 해동초성이 시서(詩書)를 즐기던 매와 학의 정자]

 

매학정 뒤쪽의 강변 둔치를 수년 전에 잠깐 거닌 적이 있는데, 그게 이어지는 곳이 강정 습지인 듯했다. 29일 사전 투표를 마치고 바로 아내와 함께 강정 습지로 출발했다. 문성리에서 33호 국도를 타고 가다가 금오서원이 있는 선산읍 원리에서 내려서 바로 낙동강 제방을 따라 달려 목적지(선산읍 원리 1057-26)에 닿았다.

 

주차장은 따로 없어서 강둑에 차를 대고 내리니 노란 금계국으로 뒤덮인 초원이 눈앞에 나타났다. 압도적인 정도는 아니었지만, 이른바 ‘초원’이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의 들판이 눈앞에 일망무제로 펼쳐져 있으니, 사람들이 굳이 ‘세렝게티’를 불러온 이유를 알 만했다.

▲ 습지의 가장 기본적인 풍경. 들판에 노랗게 핀 금계국, 그리고 군데군데 서 있는 느티나 벚나무, 메타세쿼이아 같은 교목이 눈에 띈다.
▲ 제방에서 습지로 들어가는 길목. 물길이 지나는 곳에 나무 데크 시설물이 설치되어 있다.
▲ 습지 내에는 차는 물론 오토바이도 진입할 수 없다. 자전거는 가능하다.
▲ 들판에 금계국이 빽빽하게 피어 있다.
▲ 광활한 습지에 최소한으로 나 있는 시멘트 포장도로를 따라 방문객들은 습지를 탐방한다.

세렝게티에 비긴 강정 습지의 면적은 약 77만 평

 

세렝게티(Serengeti)는 탄자니아 북부에서 케냐 남서부(마사이마라 보호구역)까지 광활하게 이어진 초원이다. 우리나라 충청북도(7,407.31km 2)의 2배 정도 되는 넓인데, 세렝게티는 마사이족 언어로 ‘끝없는 평원’ 또는 ‘거대한 초원’을 뜻한다. 비교 불가의 규모인데, 세렝게티를 끌어온 것은 강정 습지가 그만큼 넓다는 뜻이겠다.

 

시민들에게 썩 잘 알려지지는 않았으나, 강정 습지는 ‘낙동강 구미 백리 길’에 포함된 지역이다. ‘구미 백리 길’은 구미시를 관통하는 낙동강 물길을 따라 조성된 약 40km(100리) 길이의 수변 산책 및 트레킹 코스다. 상주시와 구미시의 경계인 낙단교 아래에서 시작하여 칠곡군과 구미시의 경계인 남구미대교 부근이 종점인 이 걷기 여행길은 도심을 가르는 낙동강 둔치를 따라 이어진다.

 

낙동강 구미 백 리 길에 포함된 강정 습지(해평습지 일대 포함)의 습지 보호구역 면적은 약 760㏊(7.6㎢, 약 760만 평), 습지의 면적만도 약 77만 평(약 2.54㎢)) 이상이다. 이 습지 일대는 흑두루미와 재두루미 등 천연기념물이 찾아오는 낙동강 최대의 겨울 철새도래지이고, 사진가들이 즐겨 찾는 해돋이·해넘이와 물안개의 명소란다.

▲ 습지는 어디를 바라보아도 하나의 완성된 풍경을 보여 준다. 아쉬운 점은 벤치가 나무 그늘에 없다는 점이다.

제방에 커피를 파는 트럭 한 대가 서 있는 내리막길로 들어서면서 나는 습지를 한 바퀴 휘둘러보았다. 일망무제라고 했지만, 들판이 죽 이어졌다는 뜻이지, 그게 끝이 보이지 않는다는 건 아니다. 노란색이 점점이 이어지는 들판은 이내 저만큼 강 건너 중첩된 산자락에 막혀 버리는 것이다.

 

굳이 이 풍경을 세렝게티에 비기지 않아도 좋다

 

우리는 천천히 습지의 들판 안으로 들어가면서 우리는 연신 탄성을 내질렀다. 아마 금계국은 시에서 심었거나 파종했고, 풀밭 곳곳에 심심찮게 서 있는 메타세쿼이아나 느릅나무, 느티나무와 벚나무 등도 따로 심은 거로 보였다. 그러나 그것들은 원래부터 거기 있었던 나무나 풀꽃처럼 노랗고 푸른 풍경 속에 살갑게 녹아들고 있었다.

 

들판을 가로지르는, 시멘트 포장도로와 어쩌다 나타나는 벤치, 그리고 인위적으로 쌓아 올린 돌탑들을 빼면 들판은 손대지 않은 자연처럼 보였다. 햇볕이 따가웠지만, 나무 그늘에 들어가는 것 외엔 마땅한 방법이 없어서 나는 연신 모자를 벗어 땀을 말려야 했다.

 

강정 습지는 일반에 1백만 평으로 알려졌지만, 77만 평이 맞다. 그러나 77만 평은 좀 넓고 큰가. 우리는 5천 보쯤 걸어서 습지를 돌아 나왔지만, 그건 습지의 일부에 불과할 거였다. 다시 제방으로 나오면서 방문객이 좀 는 듯했지만, 워낙 넓어서 한낮의 습지는 무성영화처럼 조용했다. 나는 사진기의 렌즈 뚜껑을 끼우며 그렇게 말했다.

 

“아마 엄청 넓다고 그랬겠지만, 굳이 세렝게티에 비유하지 않아도 강정 습지는 얼마든지 아름답고 멋지구먼.”

▲ 다시 돌아와 제방 위에서 바라본 습지.

해돋이와 해넘이 풍경, 물안개도 유명

 

강정 습지는 해돋이와 해넘이 풍경이 좋아서 숱한 사진가들이 꾀는 곳이라 했다. 물안개도 유명하다고 하니, 언제 짬을 내어서 그 풍경을 찍으러 올거나, 하고 자신에게 묻지만, 답은 못 하고 말았다. 월말쯤 아들이 귀향하면 가족들이 함께 음식을 준비해서 소풍을 오는 것도 괜찮다고 생각하면서 우리는 강정 습지를 떠났다.

 

돌아와서 다시 확인해 보니 어떤 유튜브 영상은 이곳을 ‘토스카나(Toscana)’로 비유하고 있었다. 토스카나는 피렌체가 주도(州都)인 이탈리아 중서부 지방이다. 완만한 구릉지대, 사이프러스 나무가 늘어선 목가적인 풍경, 세계적인 과일주(와인)와 미식으로 유명한 이 이탈리아의 명승지를 빌어온 것도 마찬가지겠다.

 

그러나 거듭 말하건대, 우리의 아름다운 풍광을 굳이 다른 나라의 그것에 견줄 일은 없다. 금강산을 굳이 ‘장자제( 張家界)’에 비기고, 경복궁을 자금성에 비기며 ‘장난 수준’이라고 말하는 건 ‘비교의 오류’이기 전에 버리지 못한 ‘사대’나 ‘콤플렉스’일 수 있기 때문이다.

 

 

 

2026. 5. 30. 낮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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