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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풍진 세상에 /시사 만사

지방선거는 끝났지만, 대구·경북에 ‘남은 문제들’

by 낮달2018 2026. 6. 6.

여야의 승패와 무관하게 남은 상처와 타다 만 분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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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투표란 개인의 정치적 성향의 확인이면서 동시에 대상 정치인에 대한 심판과 기대 등을 복합적으로 담고 있는 행위다.

제9회 지방선거(6·3)가 끝났다. ‘대과(大過) 없이’ 승부가 갈리고, 적지 않은 시민들이 상처를 입었지만, 그들의 타다 만 분노 사이로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선거를 민심의 수렴 장치이면서 정당의 패권을 일정하게 관리하는 방식이라고만 바라본다면 ‘대과 없이’가 무리 없이 통할 수 있었을 것이다.
 
선거는 끝났다. 그러나
 
그러나 그게 단순히 수사에 그치고 만 건 투표일 말미에 서울에서 일어난 투표용지 부족 사태였다. 국가의 양대 선거의 한 축인 지방선거가 투표용지가 모자라서 중단된 사태는 상상조차 하기 어려운, 기막힌 일이었다. 그간 죽 쌓여온 이런저런 문제들이 다시 소환되면서 중앙선관위는 매타작을 당하고 있다.
 
사법부가 수장을 맡는 독립적 헌법기관이라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이번 선거 관리 실패는 그간 선관위가 보여온 일종의 기만적 권위의식의 결과인지도 모른다는 일각의 지적에 동의하지 않을 수 없다. 이 기회에 마땅한 책임을 묻는 것 외에도 ‘해체 수준의 조직 개혁’이 필요하다는 데도 생각을 같이한다. 
 
병역을 치를 때를 빼면 한 번도 지역을 벗어나지 못한 채 칠순을 넘긴 나를 포함하여 영남의 진보 유권자는 선거 때마다 자신의 선택이 사표가 되는 세월을 거듭해야만 했다. 단지 누군가 내 표를 훔쳐 갈지 모른다는 오랜 의구심 때문에 투표장에 나가지만, 정작 투표한다는 의미를 빼면 당장 유의미한 정치적 결과로도 이어지지 않는 투표 행위는 어떤 효능감도 제공하지 않았다.

▲ 올 지방선거에의 교육감 선거 당선인과 최종득표율. 진보의 우위가 그대로 유지되었다. ⓒ 경향신문 그래픽 재구성

지역에 막혀버린 진보 유권자
 
기초의원부터 광역의원과 국회의원까지, 기초단체장에서 광역단체장까지 우리 지역의 모든 선출직 공직자는 이승만의 자유당에서부터 박정희 민주공화당을 거쳐 민주자유당 → 신한국당 → 한나라당 → 새누리당 → 자유한국당 → 미래통합당 → 국민의힘으로 이어지는 보수 일색의 정당 일색이었다.
 
가물에 콩 나듯 무소속이 있긴 하지만 대부분 ‘초록은 동색’에 그친다. 그리하여 진보적 유권자들에겐 선거에 참여함으로써 자신의 정치적 대변자를 갖는 게 원천적으로 막혀 있는 곳이 바로 영남이었다. 아무리 본인의 정치의식이 진보를 지향하고 있다고 해도 그것을 현실 정치에서 적용할 수 없었다는 얘기다.
 
지방자치제 시행이 해를 거듭하면서 우리 지역에서도 최소한의 선택이 성과를 낼 수는 있게 되었다. 시장은 말고, 시의원, 군수는 말고 시의원이나 군의원을 선택하고, 그게 낙점이 될 때가 있는 것이다. 물론 여전히 시장, 군수, 도지사나 국회의원은 ‘언감생심’이다.

▲ 경상북도는 1990년대 이후 한 번도 보수정당 외의 정당을 선택한 적이 없다.

교육감도 직선하게 되었지만, 불완전한 제도 탓에, 사람들의 무관심으로 ‘직선’의 의미를 제대로 살리지 못하고 있다. 그나마 교육감 직선이 전국의 지역마다 진보 교육을 펼 수 있는 기반을 갖추게 한 것은, 이른바 보수적인 지역이라고 알려진 지역에도 진보 교육감이 당선되면서부터다.
 
다시 지방선거, 그러나 변화는 어디에
 
4년 만에 다시 제9회 지방선거가 다가왔지만, 특별히 이 선거가 우리 지역에 어떤 변화도 가져오지 못한다는 사실을 확인하는 데 그치므로 나는 아무것도 기대하지 않았다. 2018년 제7회 지방선거 때 구미에 민주당 시장이 당선되는 이변이 일어나기도 했지만, 그것은 지속되지 못했다. [관련 글 : 박정희 고향구미에서 첫 민주당 시장 탄생]
 
4년 뒤, 2022년 제8회 지방선거 결과 구미는 다시 2018년 이전으로 되돌아갔다. 재선을 꿈꾼 민주당 소속 시장은 재선을 염두에 두느라 해야 할 일도 하지 않았고, 보수의 눈치나 보다가 신뢰를 잃으면서 이른바 ‘폭망’했다. 상대 당 후보를 2배의 득표율로 누르면서 대거 시의회에 진출한 민주당의 초선 의원들도 지지한 시민들에게 효능감을 제공하지 못했다. 그래서일까, 그들에게 단 한 차례 준 기회를 시민들은 다시 거두어들인 것이었다. [관련 글 : 6·1 지선 결과, 구미는 ‘2018년 이전으로 다시 되돌려졌다]
 
특별히 기대를 둘 만한 상황은 아니었지만, 그나마 이번 지방선거를 다시 보게 된 것은 교육운동을 함께한 후배 교사가 지역에서 두 번째로 교육감 선거에 도전했기 때문이었다. 교육감은커녕 교육위원조차 한 번 가져보지 못한 우리 지역에 어떤 가능성을 확인해 줄 수 있을까를 기대한 것이다. [관련 글 : 2026 지방선거 - 진보 교육감, 경북에서의 두 번째 도전]

▲ 두 번째 도전이었지만, 이용기 후보의 도전은 가능성의 확인하는 것만으로 끝났다. 여전히 우리가 갈 길은 멀다.

그러나 이 도전은 첫 번째 도전과 마찬가지로 가능성을 확인하는 데 그쳤다. 남다른 의지로 선거를 치러낸 후보자는 물론 선거본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득표율 3위의 벽을 넘지 못했다. 안타까운 것은 선거인 수 220만 명에 투표수는 130만 명 정도였고, 무효표가 6만여 표, 기권자 수가 86만 명에 이르렀다는 점이다. 제도 개혁의 필요성이 다시 확인된 셈이다.
 
국민의힘이 과점하고 있는 지역 정치계
 
선거의 전국 상황은 따로 다루지 않는다. 투표용지 부족이 낳은 ‘시위대의 봉쇄’로 개표가 늦어지면서 지연되었던 중앙선관위 선거 통계 시스템에 당선인 데이터가 뜬 건 5일 오후였다. 경상북도의 선거 결과는 따로 이를 만한 게 없다. 도지사도, 시장도, 군수도 죄다 국민의힘 후보가 가져갔다.

▲ 경북에서 기초단체장, 광역의원 등에서 일방적인 쏠림이 여전하다. 시군의원에선 다소 누그러지지만.

경북에서만 7번째로 선거에 나선 오중기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32.75% 득표했지만, 두 배 넘게 득표한 국민의힘 이철우 후보(67.24%)에 밀려 7번째 낙선했다. 22개 시군의 기초단체장 선거도 국민의힘이 18곳, 무소속이 4곳에서 당선되었다. 경북에서 무소속은 다수당과 그리 다르지 않으니 사실상 국민의힘이 전석을 가져간 것이다.
 
광역의원(도의원) 선거 결과는 좀 처참하다. 비례 포함하여 모두 61명을 뽑는 선거에서 국민의힘은 90%인 58석을 가져갔다. 더불어민주당은 비례 3석에 그쳤다. 이게 이른바 보수 지역의 일반적인 상황인가 싶어 확인해 보니 경상남도는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이 지역구 19:39, 비례 4:5로 각각 가져갔으니, 국힘 점유율은 66%다. 강원도도 21:26, 3:4로 국힘의 점유율은 56%에 그쳤다.
 
기초의원(시·군의원) 선거 결과는 다소 낫지만, 역시 국민의힘(67%)이 더불어민주당(21%)의 3배를 가져갔다. 여기에 무소속(12%)까지 국힘에 합치면 거의 80%에 육박한다. 여전히 일방적으로 치우친 선거 결과인 것이다.

▲ 기초 자치단체인 시에서의 여야의 불균형, '1당독재'가 가능한 상황을 부르기도 한다.

구미 지역의 시의원 당선인 통계도 비슷하다. 국민의힘(72%, 25명 중 18명), 더불어민주당(28%, 25명 중 7명)이다. 2인 선거구가 8곳, 3인 선거구가 2곳이었는데, 더불어민주당은 모두 1명씩 공천하여 6명만 당선했고, 국민의힘은 전 선거구에 복수 공천해 6곳에서 복수를 당선시켰다. 내가 사는 동네에선 민주당 후보가 당선했다.
 
구미시장은 더불어민주당의 장세용 전 시장이 나섰지만, 28.83% 득표에 그쳐 66.78%를 득표한 김장호 현 시장이 다시 가져갔다. 김장호 후보는 계엄을 찬성하고, 윤어게인을 부르짖었고, 엉뚱한 이승환 가수의 공연을 취소하여 1심에서 패소한 데다가 항소까지 하여 손배소는 계속될 전망인데도 다시 ‘시민의 부름’을 받은 셈이다. [관련 글 : 시장은 대중 가수에게 패배했다, 그것도 케이오(KO)’]

▲ 혼신의 힘을 다해 마지막 도전, '대구의 발전'을 내걸었지만, 결국 대구시민은 그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김부겸의 낙선인사.

직접 투표권이 없지만, 이웃인 대구광역시의 선거 결과도 참담하다. 김부겸 전 총리가 다시 총대를 메고 돌아와 대구의 발전을 부르짖었지만, 그는 최종적으로 패배했다. 개인적으로 이번에는 대구 시민들도 달리 선택하지 않을까 하면서 기대해 마지않았는데…….
 
대구의 선거 결과도 경상북도와 다르지 않다. 시장은 추경호 후보가, 9곳(7구, 2군)의 구청장과 군수도 국민의힘이 죄다 가져갔다. 광역의원(시의원) 선거는 국민의힘이 36명 중 34명(94%)을 가져갔다. 더불어민주당은 비례 2명에 그쳤다. 기초의원(구·군의원)은 사정이 조금 나아서 131명이 더불어민주당 48명(37%), 국민의힘 79명(60%), 무소속 4명(3%)으로 각각 나뉘었다.

▲ 대구의 상황도 경북과 다를 바 없다. 경남이나 강원과는 차이가 많을 만큼 심각하다.

변화와 희망의 씨앗은 어디에
 
술자리에서 “대구는 아예 별도 공화국으로 독립시켜 줘야 하는 거 아닌가?”라거나 “우리 죽기 전에 대구나 경북에 국힘 아닌 국회의원이나 시장이 날 수 있을까?”라고 하면서 우리는 대구와 경북의 극우적 인식과 수구에 가까운 정치의식을 뜨악하게 바라보곤 한다. 그 아무도 의도하지 않은 결과 앞에 그들도 당혹스러울 것이다. 그러나 관성을 따라 이웃과 함께하는 건 안전하니까 그들이 지금껏 지켜온 정치적 지향을 바꾸는 건 쉽지 않을 것이다.
 
김부겸 후보의 눈물의 마지막 유세에도 불구하고 대구의 대중은 그가 원하던 선택을 비켜 갔다. 전국에서 이에 대한 비난과 조롱이 넘쳤지만, 김부겸 후보는 “개인의 패배일 뿐, 대구의 변화와 발전을 열망하는 시민들의 패배가 아니”라고 했다. 앞으로도 대구의 미래를 위해 응원하겠다는 뜻을 밝힌 그가 뿌린 ‘변화와 희망의 씨앗’은 우리 지역에 어떻게 자라나서 꽃을 피울 수 있을는지.
 
 

2026. 6. 6. 낮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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