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이 바람과 먼지의 세상, 그 길 위에 서서
이 풍진 세상에 /시사 만사

내란중요임무종사 한덕수 ‘징역 23년’ 선고가 알려준 것들

by 낮달2018 2026. 1. 23.

 

2월 21일 한덕수 전 총리 선고공판에 부쳐

▲ 한덕수 전 총리에 대한 선고공판에서 재판장 이진관 부장판사는 12.3 불법 계엄을 내란으로 규정하고 온 나라가 큰 충격을 받았다고 밝혔다.

어제(21일) 오후 텔레비전으로 중계한 한덕수 전 총리 선고공판을 시청했다. 이미 보도된 대로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부장판사 이진관)는 내란중요임무종사 등 혐의로 기소된 한덕수 전 국무총리에게 구형량인 15년보다 8년 많은 징역 23년을 선고했다.

 

내란 후 414일 만에 내란중요임무종사 단죄

 

2024년 12월 3일 내란으로부터 꼭 1년 하고도 49일, 즉 414일 만이다. 내란 관련 판결 가운데 가장 먼저 이루어진 게 5일 전인 16일에 이루어진 특수공무집행방해 등 재판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35부(재판장 백대현)는 윤석열 전 대통령에게 징역 5년을 선고했다.(이에 앞서 지난 13일 특검은 ‘내란 우두머리’ 재판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에게 사형을 구형했고 이 선고는 다음 달 19일에 이루어진다.)

 

16일 재판에서 윤석열에게 징역 5년을 선고한 데 대한 국민의 실망이 적잖았다. 피고 측에서 강변해 온 체포의 적법성과 재판관할권 등에 대해선 ‘적법하다’라고 깔끔하게 정리했으나, 관례적인 방식으로 정한 형량은 국민을 허탈감에 빠뜨렸다. 그래선가, 아내는 중계 시작부터 실망스러운 판결을 걱정했으나, 나는 재판장이 지금껏 보여준 강단 있는 태도로 보아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달랬다. 그러면서 은근히 이게 엉뚱한 반전이 일어나는 게 아닌가 싶은 염려도 없진 않았다.

▲ 재판부는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의 한덕수 피고인에게 구형 15년보다 8년이나 많은 징역 23년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그런데 뚜껑을 여니, 이건 기대를 120% 충족하는 선고가 나와서 조마조마하게 지켜보고 있던 사람들은 환호했다. 뜻밖에 중형 선고를 환영한 것은 한덕수에 대한 무슨 사적 감정이 있어서가 아니라, 이 판결이 그간 지지부진하던 내란 관련 재판으로 스트레스를 받아온 국민에게 이 판결의 의미가 자못 크고 중요하기 때문이다.

 

재판의 성격과 국민 기대를 제대로 인식한 재판장 이진관 부장판사

 

애당초 지금까지 재판을 제대로 꾸려오는 모습에서부터 재판장 이진관 부장검사는 공판 소식을 전해 듣는 국민을 확실히 안심시켰다. 오락 프로그램 진행자처럼 재판을 지휘한다고 비난받는 지귀연 판사에 비기면 그는 재판의 성격, 국민의 기대 따위를 분명히 인식하고 자신의 역할을 정확하게 매기면서 재판을 이어왔다.

 

재판에서 피고 측 변호인들은 재판보다 지지자들을 적당히 자극하고, 그들의 입맛에 맞는 돌출적이며 야비한 태도와 언행으로 재판에 임하는 등 자격을 의심케 하기 일쑤였다. 이에 이들 변호인의 태도를 경고하고, 재판 지휘에 따르지 않을 때는 감치 명령을 내리는 등의 방식으로 신속하고 적절하게 재판을 지휘해 나갔다.

 

그렇게 길지도, 그렇다고 해서 짧지만도 않은 그의 선고문은 지금까지 사법부가 보여준 우려를 한 방에 날리는, 문제의 핵심을 고스란히 짚는 것이었다. 그의 선고는 지금까지 내란 재판을 바라보면서 의구심을 털어내지 못하는 사람들의 체증을 말끔하게 씻어 주었다. 이를 몇 가지로 나누어 살펴본다.

 

12·3 불법 비상계엄은 ‘내란’이다

▲ 재판장 이진관 부장판사는 내란을 막은 것은 총칼을 든 계엄군에 맞선 시민의 용기였다고 말했다.

아직도 국민의힘이나, 사법부 일부에서는 이 불법 계엄이 ‘내란’에 해당하는지는 최종 결정되지 않았다면서 ‘내란’이라고 부르는 걸 거부해 왔다. 그러나 재판장은 맨 먼저 12·3 불법 비상계엄은 사실관계와 관련 법률 규정을 살펴본 다음, ‘내란’에 해당함을 다음과 같이 적시했다.

 

12·3 비상계엄 선포와 이에 근거하여 위헌 위법한 포고령을 발령하고 군 병력 및 경찰 공무원을 동원하여 국회, 중앙선관위 등을 점거, 출입 통제하는 등의 행위는 형법 87조에서 정한 내란 행위에 해당합니다. 이하에서는 12·3 내란이라고 말하겠습니다. - ‘선고문’ 중에서(이하 같음.)

 

내란은 사회 일각의 반헌법적, 반민주적 인식과 주장을 조장했다

 

재판장은 12·3 불법 계엄을 “위로부터의 내란”이자 “윤석열 전 대통령과 그 추종 세력에 의한 친위 쿠데타”라고 규정하며 기존 내란 관련 판결을 이번 내란의 양형 기준으로 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또, 기존 내란 사건이 발생했던 시기와 12·3 내란이 발생한 시기에 대한민국의 국제적인 위상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차이가 난다는 사실을 들었다.

 

그러면서 윤석열의 내란 이후, 우리 사회 일각의 윤석열을 지지하는 보수·극우 세력의 준동을 다음과 같이 들면서 내란이 결과적으로 민주적 기본 질서를 부정하는 사회 분위기를 심화했다고 밝혔다.

 

현재 우리 주위에는 민주적 기본 질서에 대한 중대한 침해가 있거나 이를 파괴하려는 시도가 있고

▶ 이미 유효한 구제 수단이 남아있지 않는 그러한 극단적인 상황에서나 논의되는 저항권을 평상시에 아무렇지도 않게 주장하는 사람들

▶ 헌법과 법률에 정한 바 없어 위헌·위법한 주장에 불과한 계몽적 계엄, 잠정적 계엄, 경고성 계엄을 당연하더라도 주장하는 사람들

▶ 지난 2025년 1월 19일 발생한 서울서부지법 폭동 사건과 같이 자신의 정치적인 입장을 위해서는 헌법과 법률을 쉽사리 위반할 수 있고 그 과정에서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줄 수 있는 상황이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

▶ 민주주의의 근본이 되는 선거제도를 정당한 근거 없이 부정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내란을 막은 것은 ‘국민’이고 ‘그들의 용기’였다

▲ '12.3 내란사태' 이후 12월 10일 저녁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역 인근에서 열린 '내란수괴 윤석열 즉각 탄핵! 시민촛불'에 모인 시민들

재판장은 12·3 내란 과정에서 사망자가 발생하지 않았고 내란은 몇 시간 만에 국회의 계엄령 해제 의결에 따라 종료되었으나, 그것은 무장한 계엄군에 맨몸으로 맞서 국회를 지킨 국민의 용기에 의한 것”이라고 밝혔다. 윤석열과 내란 일당이 주장하는 것처럼 그것이 자신들의 소극적 내란 행위 때문이라는 주장을 배척한 것이다.

 

그는 국민에 이어 ‘신속히 국회에 들어가 계엄 해제 요구안을 의결한 일부 정치인, 내란범들의 지시와 명령에 저항하거나 혹은 어쩔 수 없이 이를 따르더라도 소극적으로 참여한 일부 군인과 경찰 공무원의 행동’ 덕분이라고 했다. 헌법재판소에 이어 내란이 실패한 원인을 국민의 저항과 함께 군경의 소극적 참여에 있는 것으로 본 것이다.

 

12·3 내란 과정에서 사망자가 발생하지 않았고 내란 행위 자체는 몇 시간 만에 종료되긴 하였습니다. 그러나 이는 무엇보다도 무장한 계엄군에 맨몸으로 맞서 국회를 지킨 국민의 용기에 의한 것입니다. 이에 더하여, 이러한 국민의 저항을 바탕으로 신속히 국회에 진입하여 비상계엄 해제 요구안을 의결한 일부 정치인들의 노력, 대한민국 역사에 있었던 내란의 암울한 기억을 상기하면서 위법한 지시와 명령에 저항하거나 혹은 어쩔 수 없이 이를 따르더라도 소극적으로 참여한 일부 군인과 경찰 공무원의 행동에 의한 것입니다. 결코 12·3 내란 가담자에 의한 것이 아닙니다.

 

한덕수는 헌법적 의무를 외면하고 내란이 성공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그 일원으로 가담했다

 

재판장은 국무회의의 부의장으로서 국무총리가 헌법을 수호하기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여야 함에도 자신의 안위만을 생각하며 결과적으로 내란에 가담하는 걸 선택했다고 지적했다. 한덕수가 내란의 진실을 밝히고 합당한 책임을 지기는커녕 내란의 합법적 절차를 꾸미는 데 가담하고, 위증과 함께 기억이 없다는 등 변명으로 일관하고 위증이 드러나자 마지못해 사과하여 그 사과의 진정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보았다.

 

피고인은 간접적으로나마 민주적 정당성과 그에 대한 책임을 부여받은 국무총리로서 헌법과 법률을 준수하고, 헌법을 수호하고 실현하기 위한 모든 노력을 기울여야 할 헌법적 의무를 부담합니다. 그럼에도 피고인은 12·3 내란이 성공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이러한 의무와 책임을 끝내 외면하고 오히려 그 일원으로 가담하기를 선택하였습니다.

 

내란의 성격을 위로부터의 내란, 즉 ‘친위 쿠데타’로 규정

▲ 한겨레신문에서 작성한 내란 책임자들 그래픽 기사. (2024-12-14 )

재판장은 내란의 성격을 친위 쿠데타로 보면서 그 위험성이 아래로부터의 내란에 비겨 훨씬 위험하다고 판단했다. 그 이유는 국민의 민주주의와 법치주의에 대한 신념을 부정하기 때문이라고 보았다. 또 기존 내란 사건이 발생하였던 시기와 12.3 내란이 발생한 시기에 대한민국의 국제적인 위상은 비교할 수 없으므로 그 경제적, 정치적 충격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크다고 주장했다.

 

12.3 내란은 이러한 위로부터의 내란에 해당되는 점에서 그 위험성의 정도가 아래로부터의 내란과 비교할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무엇보다 국민이 선출한 권력자가 헌법과 법률을 경시하고 이를 위반하는 내란행위를 함으로써 국민이 가진 민주주의와 법치주의에 대한 신념 자체를 뿌리째 흔들기 때문입니다. [선고문 전문은 <한국일보> 기사 참조 : [전문] ‘징역 23판사가 울컥한 순간내란 종료는 국민에 의한 것]

 

재판장은 피고인이 진실을 은폐하고 책임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행위들로 인해 우리 사회의 정치적 분절과 갈등이 더욱 심화되었고 앞으로도 이러한 상처와 갈등이 쉽사리 봉합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이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리고 이러한 내란 행위를 사전에 차단할 필요가 있고 이러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내란 행위에 가담한 사람들을 무겁게 처벌하는 게 불가피하다면서 한덕수에게 징역 23년을 선고하였고, 법정 구속했다.

 

그로써 비상계엄 선포 이후 윤석열 정부 국무위원에 대해 내려진 법원의 첫 유죄 판단으로 한덕수 전 총리는 구형보다 8년이나 많은 23년을 선고받은 뒤 구속되었다. 이는 1년이 넘도록 지지부진했던 내란 관련 재판으로 말미암은 국민의 스트레스를 일거에 날려버리는 소식이었다.

 

또 이번 중형 선고는 사회 일각의 내란에 대한 느슨해진 경계심, ‘내란몰이’라고 하면서 내란의 종식에 대한 부정적 의견과 행위를 일삼는 이들에 대한 강력한 경고다. 정권이 바뀌면 곧 사면되지 않겠어, 라거나 80을 바라보는 늙은이에게 지나치게 가혹한 처사 아니냐는 동정론, 내란을 마치 정치적 촌극 정도로 여기는 이들에게 이 사안의 본질을 환기해 주는 것이다.

▲ 현재까지 진행된 내란범들의 재판 관련 일정 등 현황.

이제 남은 일은 윤석열을 비롯한 나머지 내란범 재판에서 중형이 선고되는 등 내란의 완전 종식을 기다리는 것뿐이다. 민주주의의 강한 회복력을 과시하긴 했지만, 그것보다 더 소망스러운 것은 민주주의 제도와 관행이 뿌리를 내려서 수준 미달의 인물을 지도자로 뽑거나, 개인의 일탈로 온 나라, 온 국민이 애를 졸이는 일이 더는 없어야 할 일이다.

 

 

2026. 1. 23. 낮달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