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이승환, 구미 공연 취소 관련 손배소 승리, 억대 배상금은 기부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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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미시 김장호 시장이 ‘서약서’ 파문으로 가수 이승환 공연이 무산되었을 때, 나는 그의 용기를 치하해 마지않았다. 비록 시장 대신 ‘구미시’로 눙치긴 했지만, 말이다. 인기만큼이나 똑똑하고 용감한 그 대중가수는 바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고, 지난 8일, 그는 이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했다. [관련 글 : 장하다! 구미시 - ‘서약서’ 파문으로 가수 이승환 공연 무산]
이승환 공연 취소 사태로 구미시가 물어야 할 1억 2,500만 원
서울중앙지법 민사913단독 박남준 부장판사는 구미시가 이승환에게 3,500만 원, 드림팩토리클럽에 7,500만 원을 지급하고, 예매자 100명에게 각각 15만 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전체 배상 규모는 1억 2,500만 원인데 다만 김 시장 개인의 손해배상 책임은 인정하지 않았다.

구미시 요구 서약서도, 구미시 조례도 위법 - 이승환 승소
재판장은 판결문에서 “이 사건 서약서의 제출은 이 사건 허가 조건에 포함되어 있던 것이 아니고, 이 사건 서약서 요구는 본래 이 사건 허가 조건에 포함되어 있던 ‘정치적 선동’을 넘어 ‘정치적 오해 등 언행’을 추가한 것”이라며 “이씨의 의도와 무관하게 상대방이 그릇되게 해석하거나 이해할 수 있는 정치적 표현까지 하지 않겠다는 것으로 (해당 조항은)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더욱 제한하는 것”이라며 구미시가 요구한 서약서 자체가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또, 그는 구미시가 공연 취소의 근거로 삼은 구미시 조례의 조항이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구미시문화예술회관 운영 조례 제9조 제1항 제6호는 “기타 시장이 공익상 필요하다고 인정할 때” 사용 허가를 취소할 수 있도록 하고 있는데, 이에 그는 “지방자치단체가 조례를 제정함에 있어 그 내용이 주민의 권리 제한 또는 의무 부과에 관한 사항이나 벌칙인 경우에는 법률의 위임이 있어야 하므로 법률의 위임 없이 주민의 권리 제한 또는 의무 부과에 관한 사항을 정한 조례는 그 효력이 없다”라는 대법원 판례를 언급하며 해당 조항은 주민의 권리를 제한하는 내용임에도 “법률상 위임이 없어 위법한 조례로써 무효이다”라고 판단했다. [관련 기사 : ‘이승환 공연 취소’ 구미시…위법 서약서 요구하고 안전 검토도 안 해]
그러나, 이 승소 판결 다음 날인 9일, 김장호 시장은 에스엔에스(SNS)에 “나는 시장으로서 시민의 안전에 대해서는 법과 원칙에 따라 물러서지 않을 것이며 앞으로도 시민의 생명과 안전을 최우선으로 생각하고 임하도록 할 것”이라는 입장문을 올렸다. 어디서 많은 들은 소리이긴 한데, 쉽게 풀이하면 “나는 잘못한 게 없다. 앞으로도 똑같이 행동할 것이다.”라는 얘기다.

이에 이승환은 “판결문에도 나와 있듯 공연을 둘러싼 위험은 막연한 추측이었을 뿐이고, 안전을 위한 노력은 제대로 검토조차 되지 않았다”라고 비판했다. 이어서 “그런 시정을 하셨던 분께서 다시금 기만적인 글을 쓰시는 것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라고 했다.
이승환은 “이럴 때일수록 정직하고 앗쌀해야 한다”며 “형, 제가 잘못했습니다. 이 솔직한 한마디면 될 일”이라고 적었다. 일본어 ‘あっさり(앗싸리, 담백하다/간단하다)’를 쓴 거 빼고는 이승환의 말은 백번 옳다. 사법부의 판단을 받아들인다면 마땅히 사과하여야 할 테지만, 그는 그게 창피했던 것일까.
구미시장, 사과는커녕 ‘법과 원칙에 따라 물러서지 않을 것’이라며 몽니
최소한 유감스럽다는 뜻이라도 밝혔다면 그나마 체면치레도 했을 텐데, 그는 그런 최소한의 예의마저도 걷어찼다. 아마 그는 그렇게 일관된 태도를 유지하는 게 지지자들의 호응을 받을 거로 생각한 것일까. 22개 경북 자치단체장 가운데 유일하게 ‘탄핵 반대’ 집회에 참석하고 ‘탄핵 기각, 윤석열 대통령 복귀’ 펼침막을 들고 미소 짓는 그의 사진은 유튜브 짤 영상으로 돌아다닌다.

애당초 ‘원고 부분 승소’이니, 피고인 그의 ‘완패’라고 할 수는 없었다. 그러나 그의 정치적 헛발질로 구미시가 꼼짝없이 1억 2500만 원을 물게 생긴 데다가, 끝내 사과는커녕, ‘잘못 없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라는 몽니를 부리면서 그의 패배는 무거워지기 시작했다.
이승환의, 결정적인 이른바 ‘카운트 펀치’는 11일 그의 에스엔에스에 올랐다. “이미 약속했듯, 저와 드림팩토리에 대한 배상금 또한 법률비용을 제외한 모든 금액을 구미시 ‘우리 꿈빛 청소년 오케스트라’에 기부할 것”이라는 글이다. 그는 구미시에 대해서는 항소하지 않겠다는 뜻도 밝혔는데, 구미시가 1심 판결 이상의 배상 책임을 지는 걸 원치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관련 기사 : 이승환, 구미시장에 “이럴 때일수록 정직, 앗쌀해야” 사과 요구]
구미시의 잘못으로 자신의 공연이 취소되었지만, 그는 법률비용을 빼고 나머지는 오히려 구미시 청소년 오케스트라에 기부하겠다고 했다. 게다가 항소하지 않는 이유로 구미시의 배상 책임을 더 지는 걸 원하지 않는다고 한 것이다.
승자의 ‘관용’과 패자의 ‘옹졸한 몽니’
결국 구미시장 김장호는 대중가수 이승환과의 한 판 겨루기에서 판정패한 듯하다가, 졸지에 KO패(Knockout loss)에 이른 것이다. 그것은 개인 김장호의 실패이지, 구미 시민의 실패라고는 할 수 없다. 그러나 김장호는 구미시장의 자격으로 공연을 취소함으로써 손배소에 패소했고, 결국은 시민이 낸 억대의 세금을 배상금으로 물게 된 것이다. 논란에 시민들이 고스란히 감수했야 했던 부끄러움은 논외로 치더라도 말이다.

구미의 한 시민단체(구미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가 “김 시장의 오만과 독선의 결과를 시민들이 고스란히 떠안게 됐다”라며 1억 2500만 원 배상은 김장호 시장이 ‘사비’로 직접 배상하라고 요구하기에 이르렀다. 이들은 소송에 참여하지 않은 나머지 예매자 1,083명이 모두 소송하면 배상액은 2억 8745만원으로 늘어난다고도 주장했다.[관련 기사 : “이승환 공연 취소 배상, 구미시장 사비로” 시민단체 요구]
당연히 구미시가 물어야 할 배상금과 관련하여 시민에게 사과하여야 하겠지만, 이번 지방선거에서 구미시장 재선을 노리며 선거운동에 바빴던가, 그런 소식은 듣지 못했다. 구미 시민들이 다시 그를 시장으로 뽑게 될지 어떨지는 알 수 없지만, 그가 저지른 실수를 실수가 아니라고 여길 시민은 그리 많지 않을 듯하다.
2026. 5. 13. 낮달
* 덧붙임
가수 이승환이 제대로 ‘빡쳤다’. 김장호 구미시장에게 공개 사과를 요구했으나 응답이 없자, 그는 14일 자정께 자신의 에스엔에스(SNS)에 다음과 같은 글을 올려 항소 절차에 들어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관련 기사 : “살 만큼 산 4살 많은 형” 이승환, 구미시장에 ‘개사과’ 항소 예고장]
“어떤 식의 사과도 하지 않으시네요. 그것이 신념 때문이라면 소름 끼치게 무섭고 체면 때문이라면 애처롭게 우습습니다. (……) 말씀드린 대로 항소 작업에 착수하겠습니다. 소송대리인을 기존의 두 명에서 다섯 배를 늘려 총 열 명으로 꾸리겠습니다.
(……)사회적 통념에 반하는 독단적이고 반민주적 결정으로 실재하는 손해를 입힌 경우 책임자가 법망을 빠져나갈 수 없도록 국가배상법에 맹점은 없는지 철저히 들여다보겠습니다. (……) 그리하여 김장호 씨가 다시는 법과 원칙, 시민과 안전이라는 스스로에게 없는 가치들을 쉽사리 내뱉지 못하도록 하겠습니다.
(……) 김장호 씨가 제 공연을 취소하며 말했듯, 인생을 살 만큼 산 저는 음악신의 선배로서 동료로서 사회와 문화예술의 공존과 진일보에 기여할 수 있는 판례를 남기고자 합니다. (……)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지자체의 입맛에 따라 대관을 불허하거나 취소하는 등의 편협하고 퇴행적인 행태가 반복되지 않도록, 이 소송의 판결로 오만하고 무도한 권력의 남용을 멈춰 세우겠습니다.”
깔끔하게 사과하면 끝났을 일을 옹졸하게 몽니를 부리다가 김 시장은 선거기간 내내, 그리고 그 이후에도 계속 피고로서 재판을 이어가게 생긴 듯하다. 상대는 4살 연상의, 10명의 소송대리인을 고용할 수 있는 경제력을 갖춘 인가 가수인 데다가, 법리적으로도 그가 명확한 우위에 있음이 분명하니, 길은 멀고, 앞도 잘 보이지 않는다.
2026.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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