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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금수저 회장님, 그러나 이번 ‘사고’는 만만치 않다

by 낮달2018 2026. 5. 21.

정용진 회장의 스타벅스, 치명적 뻘짓

*PC에서 ‘가로 이미지’는 클릭하면 큰 규격(1000×667픽셀)으로 볼 수 있음.

▲ 사태가 심상치 않아지자, 정용진은 스타벅스 대표를 해임했지만, 불매운동 같은 여진이 이어지고 있다.
▲ 신세계그룹의 계얼사인 스타벅스 코리아에서 5.18 추모일에 '탱크데이', '책상에 탁' 같은 홍보 문구로 대형 사고를 쳤다.

5.18에 스타벅스가 친 대형 사고


신세계그룹의 스타벅스 코리아가 사고를 제대로 쳤다. 5·18 민주화운동 기념일인 어제, ‘탱크데이’란 이름을 붙인 행사를 진행해 거센 논란에 휩싸였다. 스타벅스 코리아가 공개한 ‘텀블러 할인 행사 홍보물’에 5월 18일을 ‘탱크데이’라 이름 붙이고, ‘책상에 탁’이라고 썼다.

 

아무리 무심한 일상을 살아가는 사람이라도 5월 18일이란 역사적 날짜에 ‘탱크’가 나온다거나, ‘책상에 탁’이라는 글귀가 떠올리는 역사는 굳이 입으로 옮길 필요도 없다. “민주주의를 사수하기 위해 시민들이 계엄군에 맞선 5.18을 추모하는 날에 계엄군 탱크를 연상시키는 문구를 쓰고, 박종철 열사 고문치사 당시 ‘책상을 탁 치니 억하고 죽었다’는 군사 정권의 말을 떠올리게 한다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는 일이다.

▲ 진보당 윤종오 의원이 정용진의 극우 행보를 멈추라는 펼침막을 걸고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논란이 알려지자, 스타벅스는 ‘책상에 탁!’이라는 문구를 ‘작업 중 딱’으로, ‘탱크데이’를 ‘탱크텀블러데이’로 바꿨다. 그러나 논란이 진정되지 않자, 이를 전부 삭제하고 사과한 뒤 행사를 중단했다. 사안의 폭발력을 깨달은 정용진 회장이 이번 행사로 논란을 빚은 스타벅스 코리아 대표를 전격 해임했고 사과문을 내건 건 전혀 놀랄 일이 아니다. [관련 기사 : 5·18 탱크데이논란정용진, 스타벅스 대표 해임]

 

돌출 사고가 아니라 예견된 사고, 오너의 자업자득

 

그러나 문제는 풀리기는커녕 사회적 공분으로 확대되면서 불매운동으로 번지는 듯한 모양새다. 일부에서는 이에 대한 책임을 지고 정 회장이 퇴진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그룹 계열사의 홍보 계획이 그룹 회장의 책임까지 소환하게 된 건 전적으로 지금까지 정 회장의 자업자득이라는 평가도 많다.

 

국내의 재벌 그룹을 이끄는 정용진 회장은 자신을 잘 드러내지 않는 여느 재벌과는 달리 자신을 드러내고 SNS 활동도 활발히 하는 인물로 이런저런 구설수가 적지 않았다. 재벌 이야기를 할 일이 거의 없는 블로거에 지나지 않으면서도 내가 그와 관련된 글을 그간 두 편이나 써 온 건 그런 이유에서다.

 

정용진에 대해서 처음 쓴 글은 2010년 9월에 썼는데, 이마트에서 판매하는 ‘즉석 피자’가 소비자의 호응을 얻으면서 ‘동네 영세 피자가게’의 생존권이 위협받고 있다는 비판에 그가 누리꾼과 나눈 설전을 비판한 글이었다. 자영업자들 피 말리는 치졸한 짓이라며 신세계의 ‘소형 상점 공략을 포기해 달라’는 누리꾼의 비판에 정용진은 ‘소비자의 선택’이라면서 ‘소비도 이념적으로 하느냐고 반문하는 방식으로 전개되었다. [관련 글 : 그래, 우리는 소비도 이념적으로 한다]

 

두 번째 글은 2022년 1월, 그의 ‘멸공’ 타령에 관한 내용이었다. 누리꾼과 논쟁에서 ‘살아남으려면 변해야 한다’고 강변하던 그는 느닷없이 ‘멸공’을 내세우면서 자신의 극우적 세계관을 커밍아웃한 것이었다. 그가 인스타그램에 숙취해소제 사진과 함께 올린 “끝까지 살아남을 테다. 멸공!!!”이라는 글로 촉발된 이 ‘멸공’ 타령은 “난 공산주의가 싫다”는

내용까지 발전했다.

▲ 정용진의 스타벅스는 지난해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빌드업코리아(마가 복음 행사)에 무료 커피를 제공하며 협찬했다.
▲지난 4월, 트럼프 장남이 약혼자와 함께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린 정용진의 부인 콘서트에 참석했다. 오른쪽이 정용진.

여론이 별로 호응하지 않는 듯하자, 그는 “멸공이 자신의 현실”이라며 꼬리를 내림으로써 일단락되었다. 그 와중에 ‘택도 없는’ 유력 대통령 후보가 참전하여 마트에서 멸치와 콩 따위를 사는 찌질한 해프닝을 벌이는 한바탕 소극으로 마감되었다. [관련 글 : 살아남으려면 변해야 한다던 정용진의 멸공타령]

 

그러나 이 일련의 소동은 그가 여느 재벌들처럼 은둔하지 않고, 활발하게 대중들 앞에 자신을 드러내면서 대중의 주목을 받으려는 ‘관종’이라는 사실만 밝혀졌다. 그리고 그는 회장으로 승진하여 자기 사업을 펼치기 시작했는데, 운이 없었는지, 능력이 달렸는지 벌이는 일마다 말아먹으면서 최근에는 8순 노모의 컴백까지 이끌었다고 한다.

 

문제가 커지자, 스타벅스 대표와 담당 임원을 해임하고, 임직원 대상 교육 등 재발 방지책을 내놓았지만, 여론의 반응은 뜨악하다. 이번 논란이 결국은 ‘멸공’ 타령으로 오너의 극우적 인식을 눈치챈 스타벅스의 경영진의 자발적 부화뇌동일 수 있다는 추정이 힘을 얻고 있기 때문이다.

 

회사는 우연이라고 강변하지만, “홍보물 곳곳에 의도성을 의심할 수밖에 없는 석연찮은 부분들이 많다는 지적”과 함께 “이벤트에 제시된 각종 숫자 등이 우연이라기에는 5·18 폄훼와 왜곡 의미로 해석될 여지가 크다는 분석”도 잇따랐다. [관련 기사 : 스벅 탱크데이곳곳 숨은 숫자, 용량 503는 박근혜 수인번호?우연치고는 치밀]

▲ 정용진의 지금까지의 극우적 스탠스는 결국 이번 사고가 그 연장선 상에 있다는 심증을 굳혀준다.

단순히 신세계의 자회사가 아니라, 세계 곳곳에 점포를 가진 다국적 기업인 스타벅스의 마케팅이 일정한 결재 과정을 거쳐 이루어질진대, 그런 말도 안 되는 실수는 있을 수 없다. 이번 사고는 그 기업의 활동에서 일정하게 유지되는 ‘기조’ 없이는 발생할 수 없는 일이란 평가가 힘을 얻는 이유다.


결국은 ‘오너 리스크’

 

과거 ‘멸공’을 외치며 반중(反中) 기조를 보였던 정용진 회장은 연이은 사업의 실패 속에 생존을 위해 중국 알리바바그룹과 손을 잡았다. 살아남으려면 변해야 한다고 강변하던 그는 결국 자신의 반공 극우적 세계관을 넘지 못한 상태에서 넘어질 수도 있는 치명적 위기에 맞닥뜨렸다.

 

‘윤어게인’을 외치는 철부지 극우들처럼 트럼프에 기댈 수도, 미군 항공모함이나, 그가 후원해 온 미국의 마가(MAGA) 세력이 그를 구해줄 수는 없을 듯하다. 이미 이 사안은 세계적 뉴스로 떴고, 미국 스타벅스 본사도 사과하면서 진상을 조사하겠다고 밝혔다고 하니, 어쩌면 그는 스타벅스의 라이센스를 잃는 지경에 이를지도 모르겠다.

 

마케팅 기획과 검수 과정에서 우리 현대사의 비극적인 사건들을 아무도 걸러내지 못했다는 점에서 기업의 심각한 ‘역사·사회적 감수성’ 부재가 비판의 중심이 되었다. 그러나 실제로 이 사고의 핵심에는 ‘조직의 역사 인식 부재’ 이전에 사주의 극우적 사고를 은근히 추종해 온 조직의 정서가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2026. 5. 21. 낮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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