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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 2인칭 대명사와 3인칭 대명사 사이

by 낮달2018 2026. 2. 22.

특전사령관의 ‘당신’은 2인칭일까, 3인칭일까

*PC에서 ‘가로 이미지’는 클릭하면 큰 규격(1000×667픽셀)으로 볼 수 있음.

▲ 곽종근 전 특전사령관의 법정 증언에서 쓴 '당신'은 2인칭이 아니라, 3인칭 극존칭 대명사로 보인다. MBC화면 갈무리

내란수괴 윤석열이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19일 밤 <MBC> ‘뉴스데스크’를 시청할 때였다. 당연히 그날의 머리기사는 윤석열 1심 선고여서 뉴스데스크는 특집으로 방송하고 있었다.

 

곽종근 전 특전사령관의 “당신”

 

피고인이 ‘경고성 비상계엄’ 운운하면서 ‘내란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라고 주장했지만, “옛 부하들은 구체적이고 일관되게 그의 지시를 증언했고, 그것이 국헌문란 목적의 폭동 내란죄를 법정에서 입증했다”라는 앵커의 리드 멘트 (Lead Ment)에 이은 기자의 리포트를 듣다가 고개를 갸웃했다.

 

“피고인 윤석열은 "경고성 비상계엄이어서 아무도 다치지 않았다”고 주장하며, 옛 부하들과 설전을 마다하지 않았습니다.

 

[윤석열 전 대통령 (지난해 10월 30일)]

“질서 유지하러 그냥 들어갔다는 게 머릿속에 있는 거네?”

 

옛 부하는, 한때 대통령을 “당신”이라 부르며, 그의 말문을 틀어 막아버렸습니다.

 

[곽종근/전 육군 특수전사령관 (지난해 11월 3일)]

“차마 그 말씀을 안 드렸는데, 한동훈이하고 일부 정치인들 일부 호명하시면서 당신 앞에 잡아오라고 그랬습니다. 당신이 ‘총으로 쏴서라도 죽이겠다’고 그랬었습니다.”

 

법정에서 공개된 2024년 12월 3일 그 밤의 지시들은, 국회와 정당제도 등 헌법 기능을 마비시키려 한 국헌문란 시도였습니다. [관련 기사 : 당신이 총 쏴 죽인다했다부하들 증언이 내란죄 입증]

 

곽종근 사령관이 법정 증언에서 대통령을 지칭하면서 ‘당신’이라고 했다는 사실을 환기하면서 기자는 이 ‘당신’을 이인칭 대명사로 보고 있는 듯했다. 즉, 옛 부하가 윤석열을 ‘당신’이라 부를 정도로 ‘낮잡아 보는 말투’를 구사했다는 의미인 것 같았다. [관련 글 : 2인칭 대명사 당신]

▲ 리포트에서 기자는 '당신'을 2인칭 대명사, 낮잡아 보는 말투를 구사한 것으로 이해한 듯하다.

그러나 곽 사령관의 발언에 담긴 ‘당신’은 이인칭 대명사가 아니라, 삼인칭 극존칭 대명사로 보인다. 아래 그림에서 보이는 “「5」 ‘자기’를 아주 높여 이르는 말.”로 썼다는 말이다. 문맥에서 앞서 나온 윗사람을 다시 가리키는 재귀대명사(再歸代名詞)로 사용한 극존칭 대명사인 것이다.

 

“할아버지께서는 생전에 당신의 장서를 소중히 다루셨다.”, “아버지는 당신과는 아무 상관 없는 사람이라도 강자가 약자를 능멸하는 것을 보면 참지 못하신다.”에서 쓰인 ‘당신’은 이인칭이 아니다. 이는 앞에 나온 윗사람을 다시 가리키는 삼인칭으로 쓰였다.

 

오독일까, 문해력의 문제일까

 

곽 사령관은 윤석열의 주장을 반박하는 증언에서 국군통수권자였던 윤석열을 일러 ‘당신’이라는 극존칭 대명사를 씀으로써 자신의 예를 다한 것이다. 기자의 리포트는 이 ‘당신’을 “맞서 싸울 때 상대편을 낮잡아 이르는 이인칭 대명사”로 잘못 읽은 게 아닌가 싶다. 설사 본인은 그런 의미가 아니었다고 한다 해도, 시청자들이 그렇게 읽었다면 이 오독의 책임은 그에게 있을 수밖에 없다.

 

짐작한 대로 리포트 기자가 그 ‘당신’을 ‘이인칭 대명사’로 이해하고 썼다면 그건 ‘문해력’의 문제다. ‘심심하다’를 엉뚱하게 이해한 일화와는 다른 듯하지만, 같은 문제가 아닌가 싶어서 동과의 벗과도 이야기를 나누며 쓴웃음 지을 수밖에.

 

 

 

2026. 2. 22. 낮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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