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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바람과 먼지의 세상, 그 길 위에 서서
이 풍진 세상에 /가겨 찻집

요즘은 모든 게 ‘예쁘다(이쁘다)’로 통한다

by 낮달2018 2025. 12. 5.

[가겨 찻집] 요즘 사람도 물건도, 풍경도 ‘예쁘다’로 죄 통한다

▲ 구글에서 'beautiful'로 검색해 얻은 그림들. 이들은 예쁜가, 아름다운가.

1. 케이크가 참 예쁘네.

2. 그 카페 인테리어 정말 예쁘더라.

3. 아가씨가 참 순하고 예쁘데.

4. 황혼의 풍경이 아주 예쁘대.

 

요즘은 물건이든, 사람이든, 풍경이든 그 평가의 절정은 ‘예쁘다(이쁘다)’로 평정된 듯하다. 음식이나 먹을거리도, 실내장식도, 사람의 외모나 됨됨이도 ‘예쁘다’로 완성되는 것이다. 그게 연예인들이나 텔레비전 출연자들이 쓰는 말이라고 여겼었는데, 우리 아이들도 그걸 일상적으로 쓰는 걸 지켜보면서 그게 이 ‘SNS 시대’의 대세임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형용사 ‘예쁘다’는 한동안 비표준어로 있다가 마침내 표준어의 반열에 오른 ‘이쁘다’와 동의어로 쓰인다. <표준국어대사전>에서 그 뜻을 살펴보면 “① 생긴 모양이 아름다워 눈으로 보기에 좋다, ② 행동이나 동작이 보기에 사랑스럽거나 귀엽다, ③ 아이가 말을 잘 듣거나 행동이 발라서 흐뭇하다” 등이다.

▲ <표준국어대사전>의 '예쁘다' 항목의 풀이. '이쁘다'도 이젠 표준어다.

세 풀이에는 ‘보기에’라는 전제에 공통점이 있다. ③ 에는 ‘보기에’가 따로 있지는 않지만, 그 내용에 ‘보기에’가 녹아 있으니 말이다. ① ‘눈으로 보기에 좋다’는 용례를 보면 여자, 얼굴, 옷을 표현하는 말로 예쁘다가 쓰였다. ② ‘보기에 사랑스럽거나 귀엽다’의 용례도 짓, 걸음걸이, 모습이 주어다. ③ 도 ‘행동’을 보고 한 표현이다.

 

앞에 든 예문의 ‘예쁘다’를 대체할 수 있는 형용사로 ‘아름답다’, ‘멋지다’가 있다. 어감의 차이가 있긴 하지만, 대체하지 못할 정도는 아니다.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멋지다’는 “① 보기에 썩 좋다, ② 썩 훌륭하다”로 풀이하고, ‘아름답다’는 “① 보이는 대상이나 음향, 목소리 따위가 균형과 조화를 이루어 눈과 귀에 즐거움과 만족을 줄 만하다, ② 하는 일이나 마음씨 따위가 훌륭하고 갸륵한 데가 있다”로 풀고 있다.

▲ '멋지다'나 '아름답다'는 '예쁘다'와 뜻이 비슷하지만, 그 어감의 크기에서 다른 점이 있다.

<표준국어대사전>의 풀이는 ‘예쁘다’와 ‘멋지다·아름답다’가 그 어감의 크기가 다르다는 사실을 분명히 보여준다. 그러나 ‘멋지다’는 ‘구두, 남학생, 경치’에 ‘생각, 안주, 행동’을 수식하는 말로서 ‘예쁘다’를 대체하는 데 손색이 없다. ‘아름답다’는 ‘예쁘다’와 ‘멋지다’에 비해 그 의미가 훨씬 중층적, 포괄적이다. ‘아름답다’는 ‘목소리, 눈, 경치’에서부터 ‘마음씨, 이야기, 삶’까지 표현하는 수단으로 매우 유효하다.

 

‘예쁘다’가 얼마간 ‘아기자기하다, 깜찍하다’라는 뜻을 떠올리는 상대적으로 그 어감의 크기가 작고 가볍다면, ‘아름답다’는 ‘예쁘다’나 ‘멋지다’의 뜻까지 포함하는 훨씬 어감이 크고 무거운 느낌을 주는 낱말이다. ‘예쁘다’나 ‘멋지다’, 그리고 ‘아름답다’가 모두 형식적인 미감(잘생기다, 준수하다, 수려하다, 미모 등)에 얽매이지는 않는다.

▲ 구글에서 예쁜 카페로 검색해 얻은 인스타그램, 틱톡, 유튜브 등에서 고른 이미지들. 이는 숱한 이미지 중 일부일 뿐이다.

그러나 비슷한 의미의 다른 어휘 대신 ‘예쁘다’만 주로 쓰이는 현상은 매우 아쉽다. 그건 단순한 취향일 수도 있지만, 일종의 유행처럼 쓰이는 경우라면 더더욱 그렇다. 나는 앞의 예문을 다음과 같이 썼을 것이다.

 

1. 케이크가 참 예쁘네.(굳이 바꾸지 않았다)

2. 그 카페 인테리어 정말 멋지더라.

3. 아가씨가 참 순하고 아름답데.

4. 황혼의 풍경이 아주 멋지대(아름답대).

 

 

2025. 12. 5. 낮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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