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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不法)’은 [불법]이야? [불뻡]이야? 그럼 ‘불법(佛法)’은?

by 낮달2018 2026. 1. 10.

알쏭달쏭 ‘한자어의 된소리 발음’

▲ 한자어의 된소리 되기는 수의적 현상이다. 한때 된소리 발음을 잘못이라고 했던 '효과, 교과, 관건'도 요즘은 된소리를 인정한다.

어제 한 지상파 방송에서 미국의 이민단속국 요원이 저항하지 않는 시민을 사살한 사건 관련 뉴스를 시청했다. 기사에서 앵커는 ‘초유의 사건[사ː껀]’이라며 제대로 발음했는데, 이어지는 리포트에서 기자는 ‘사건[사ː건]의 원인’이라며 의식적으로 된소리를 피하고 예사소리로 발음하였다.

 

뉴스 보도에서 드러난 [사ː건]과 [사ː껀]

 

한자어의 발음은 까다로운 게 많아서 헷갈릴 수는 있겠지만, 사건(事件)을 제대로 발음하지 못하는 걸 보고 고개를 갸웃했다. 표준어규정에 있는 표준발음법에서 경음화를 다룬 조항은 모두 여섯 개 조항(23~28항)이다. 이 가운데 한자어의 경음화를 다룬 조항은 26항 하나뿐이다.

 

이 26항은 “한자어에서 ‘ㄹ’ 받침 뒤의 된소리되기”에 관한 규정으로 한자어에서, ‘ㄹ’ 받침 뒤에 연결되는 ‘ㄷ, ㅅ, ㅈ’은 된소리 ‘ㄸ, ㅆ, ㅉ’으로 발음한다는 조항이다. ‘갈등’, ‘절도’, ‘말살’, ‘갈증’ 등이 [갈뜽], [절또], [말쌀], [갈쯩]으로 발음되는 것이 그 예다.

 

한자어의 된소리 관련 규정은 표준발음법에 1개 조항뿐

 

단서 조항으로 “같은 한자가 겹쳐진(겹친) 단어의 경우에는 된소리로 발음하지 않는다.”라고 하여 ‘허허실실[허허실실](虛虛實實)’, ‘절절-하다[절절하다](切切-)’를 예로 들고 있다.

 

한자어의 된소리되기는 수의적(隨意的) 현상이다. 수의적 현상이란 ‘필수적 현상’과 상반되는 개념으로 “반드시 일어나지 않고, 일어날 수도, 일어나지 않을 수도 있는 음운 변동”을 이른다. 그러니까 어떤 거는 된소리가 되고 어떤 거는 된소리가 되지 않는다는 얘기다.

 

한자어의 된소리는 사잇소리 현상에서도 설명된다. 사잇소리 현상은 주로 합성 명사에서 앞말의 받침이 모음이거나 ‘ㄹ’일 때, 뒷말의 예사소리(ㄱ, ㄷ, ㅂ, ㅅ, ㅈ)가 된소리(ㄲ, ㄸ, ㅃ, ㅆ, ㅉ)로 바뀌거나 ‘ㄴ/ㄴㄴ’이 첨가되는 현상이다. 개수(個數)[개쑤], 초점(焦點)[초쩜], 전세방(傳貰房)[전세빵], 기차간(汽車間)[기차깐], 외과(外科)[외ː꽈/웨ː꽈] 등이 그것이다.

 

한자어의 된소리는 사잇소리 현상에도 드러난다

 

사잇소리 현상은 뒷말의 첫소리가 된소리로 발음되는 것을 드러내기 위해 ‘사이시옷(ㅅ)’을 표기하는데, 한자어에서는 특정한 낱말 외에는 사이시옷을 붙이지 않는다. 한자어인데도 사이시옷을 붙이는 낱말은 ‘곳간(庫間), 셋방(貰房), 숫자(數字), 찻간(車間), 툇간(退間), 횟수(回數)’ 등 6개다. [관련 글 : 뒷풀이가 아니라 뒤풀이]

 

그런데, 한자어의 된소리와 관련하여 2017년 이전에는 ‘관건, 교과, 효과’를 된소리로 발음할 이유가 없다면서 ‘[관건]·[교ː과]·[효과]’로 각각 발음한다고 알려졌었다. 그러나 2017년 3분기 표준국어대사전 정보 수정[관련 글 : 표준국어대사전 정보 수정-‘미망인기다래지다]에서 된소리 발음 ‘[관껀]·[교ː꽈]·[효꽈]’를 각각 복수 표준 발음으로 인정하게 되었다.

 

일상 언어생활에서 드러나는 ‘알쏭달쏭 한자어 발음’을 다음과 같이 정리해 보았다. ‘간단(簡單)’과 ‘방법(方法)’은 된소리 발음을 인정하지 않는다. ‘법에 어긋남’을 뜻하는 ‘불법(不法)’은 예사소리와 된소리 발음을 각각 복수로 인정하지만, ‘불교’를 달리 이르는 말인 ‘불법(不法)’은 된소리 발음을 인정하지 않는다.

▲ 이 된소리 발음에도 명확한 규칙이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방법’ 외에는 대부분 낱말에서 ‘법(法)’은 된소리로 발음

 

같은 ‘법(法)’ 자가 쓰인 낱말이지만, ‘방법’ 외의 ‘문법(文法)’, ‘역법(曆法)’ 등은 예사소리 대신 된소리를 표준 발음으로 인정한다. 상법, 형법, 세법, 육법은 물론, 합법, 탈법 등도 마찬가지다.

 

‘사건 건(件)’ 자를 쓰는 낱말들도 대부분 된소리 발음을 표준으로 삼는다. ‘사건’, ‘요건’, ‘용건’, ‘일건(一件)’, ‘입건(立件)’ 등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이 첫음절에 쓰이면 예사소리로 발음해야 한다. ‘건수(件數)’는 ‘[건쑤]’로 읽어야 하는데 ‘[껀쑤]’로 읽는 건 습관일 뿐이다.

 

 

 

2026. 1. 10. 낮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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