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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병오년, 붉은 말의 해

by 낮달2018 2025. 12. 31.

‘역동성과 변화, 번영’의 새해를 그리며

2026년이 밝았다. 세밑부터 새해 벽두까지 사람들은 새해 복 많이 받으시라는 의례적인 새해 인사를 입에 달고 다닌다. 새해라고 하지만, 첫날만 ‘신정(新正)’이라 하여 쉴 뿐이니 사람들은 이날을 의례적이고 행정적으로 새해가 시작되었다는 의미로 받아들일 뿐이다.

 

양력 새해가 밝았지만, 아직 온전한 ‘새해’는 아니다

 

한국인들이 해가 바뀐 것으로 여기는 때는 한때 ‘구정(舊正)’이라 불러야 했던 설날을 쇠면서다. 떡국을 먹고 나이도 한 살을 더 먹게 되는 게 바로 전통 명절인 ‘설’이기 때문이다. 일제강점기에 일제는 조선총독부 훈령을 통해 설을 ‘구정’으로 격하하고, 설을 쇠는 행위를 탄압하며 양력설(신정)을 강요했다.

 

그러나, 한민족의 전통과 정신을 말살하려고 강제된 일제의 정책은 신정은 ‘왜놈 설’이라며 우리 설을 지키려 애쓴 조선인들을 결코 바꾸지 못했다. 그러나 설의 수난은 해방 뒤에도 이어졌다. 1948년 단독정부 수립 이래 정부는 수년 동안 지내온 ‘설날’을 공식 명절에서 제외해 버렸다.

 

이른바 ‘왜놈 설’이 공식적인 신년으로 정해지면서 설날은 ‘구정(舊正)’이란 이상한 이름으로 불리게 되고 ‘이중과세(二重過歲)’의 주범으로 욕을 뒤집어쓰기도 했다. 초중학교는 물론 대학을 졸업할 때까지 우리가 쇤 명절은 여전히 ‘구정’이었다.

 

당연히 공휴일이 아니었으나 서슬 푸른 군부독재 시절도 민간에 연면히 이어져 온 저 민족 최대의 명절을 힘으로만 억누를 수는 없었다. 설날이 개학 중이었을 때도 섣달그믐날은 단축수업으로 일찍 마쳤고 설날 당일은 10시까지 등교를 늦춰주는 방식으로 설날을 ‘비공식적’으로 용인했기 때문이다. 

 

우리는 양력과 음력을 섞어 쓰는 독특한 방식으로 21세기를 산다

 

설날이 ‘민속의 날’이라는 묘한 이름으로나마 ‘복권’된 것은 전두환 독재 시기였던 1985년이다. 그러나 당일만 쉬었고 사흘간의 양력설 연휴는 그대로 유지되었다. ‘민속의 날’이 ‘설날’로 이름이 바뀌면서 본래의 명절로 완전히 복권된 것은, 그로부터 4년 뒤인 1989년에 되어서다. 그리고 설날 전후의 사흘을 연휴로 쉬게 되면서 누천년에 걸친 민족의 명절은 제자리를 찾게 되었다.

 

우리는 일상생활에서는 양력을 기본으로 사용하지만, 설날과 추석, 어르신 생신과 제사 등 중요한 전통 명절이나 의례에는 여전히 음력(태음태양력)을 병행하여 사용한다. 양력은 태양의 공전 주기를 따르는 세계 공용 달력으로 태양의 움직임을 기준으로 계절의 변화를 알려주는 구실을 하는 24절기 등을 정하며, 음력은 달의 주기를 따른다. 우리는 이 두 달력을 혼합해 쓰는 독특한 방식을 유지하면서 21세기를 살고 있다.

▲ 2026년 병오년은 60년 만에 돌아오는 붉은 말의 해, 병오년이다. 지난해는 을사, 내년은 정미년이 된다

2026년의 간지(干支)는 병오(丙午), 천간(天干)인 병(丙)은 음양은 양(陽), 오행(五行)은 불[화(火)]이고 그 색상은 ‘붉다[적(赤)]’이다. 지지(地支)인 ‘오(午)’는 ‘말’이니 결국 2026년은 ‘붉은 말’의 해다. 그래서 사람이 태어난 해의 지지를 동물 이름으로 상징하여 이르는, 올해의 ‘띠’는 말띠다. [관련 글 : 갑을병정, 자축인묘, 간지는 과학이다]

 

병오년, 붉은 말의 해와 말띠가 적용되는 때는 입춘부터다

 

실제로 해가 바뀌면 바로 간지를 적용하여 갑진(2024), 을사(2025), 병오년이라고 법석을 대지만, 사실상 간지가 적용되는 것은 음력이다. 특히 띠가 적용되는 시기는 양력이 아니라, 양력으로 매년 2월 3일이나 4일경에 드는 입춘(立春)이 기준이다.

▲ 천간 10개는 각각 음양 오행과 색상이 나누어져 있다.
▲ 60갑자는 12지에 따르는 동물을 띠로 하여 각각 5해가 모여 60년을 이룬다.

특히 사주명리학에서는 태양의 위치를 기준으로 하는 24절기를 따르기 때문에, 입춘이 지나야 새해의 띠가 적용되는 것이다. 따라서 연도는 같더라도 출생일이 입춘 이전이라면 전년도의 띠가 적용되는 이유다. 2026년은 말띠 해지만, 2월 4일(입춘)부터 말띠가 되겠다.

 

띠는 열두 가지 동물로 이루어진 지지[12지(支)]가 반복되므로 12년마다 같은 띠가 된다. 이른바 ‘띠동갑’이 12년, 24년, 36년 차이로 갈리는 것은 이 때문이다.

 

그러나 간지[혹은 ‘갑자(甲子)’]는 천간 10개와 지지 12개를 배합하여 만든 60개의 순서다. ‘60갑자’라고 하는 이 간지가 다시 돌아오는 데는 60년이 걸린다. 60년이 지나서 출생 연도와 같은 간지가 돌아오는 걸 ‘회갑(回甲)’, ‘환갑(還甲)’이라고 한다. 만 61세를 이르는 ‘진갑(進甲)’은 십간(十干)의 갑(甲)이 다시 시작된다는 의미로, ‘환갑 다음의 생일’을 기념하는 잔치나 시기를 가리키는 말이다.

 

‘붉은 말’의 해, ‘역동성과 변화, 번영’을 기대한다

▲ 구글 제미나이에 '2026년 붉의 말의 해'라고 입력하여 얻은 이미지들을 모아 보았다.

국립민속박물관이 2026년을 맞으며 펴낸 한국 민속문화 속 말의 상징과 의미를 정리한 <한국민속상징사전> ‘말’ 편에 따르면, 말을 인간의 삶과 가까운 동물이다. 말은 백마·천마·용마 등으로 불리며, 하늘과 인간, 이승과 저승을 오가는 존재로 여겨졌고, 생명력과 지혜, 충성의 상징이 되어 왔다.

 

민속신앙에서 여전히 특별한 상징과 의미를 지녀, 마을신앙에서는 마을의 호환을 막고 수호하기 위해 철로 만든 철마를 봉안하거나 묻었으며, 석마(石馬)를 세워 제사를 지냈다. 무속신앙에서는 천연두를 물리치기 위해 마마신이 말을 타고 집 밖으로 떠나기를 기원하는 마마배송굿을 행했고, 부적에는 악한 기운을 쫓는 신마(神馬)의 형상이 사용되었다. 결국 말을 ‘재앙과 질병을 막는 신성한 매개’로 인식하였다는 것이다.

▲ 12지가 동물이 된 것은 시간과 방위를 동물의 특징에 빗대어 표현한 것이다.

지명과 관용어에도 말 문화가 반영되어 있다. 피맛골, 말죽거리, 마장동 등 말과 연관된 지명이 적지 않아서 말이 교통과 운송, 생업의 핵심 수단으로 생활 공간과 도시 구조 형성에 관여했음을 보여준다. 특히 피맛골은 말을 탄 상층 신분을 피해 형성된 공간으로, 말이 사회적 위계와 권력을 상징했던 당시의 사회상을 드러낸다.

 

또 말에 부착하는 금속 장치인 ‘박차’에서 유래한 ‘박차를 가하다’, 죽마 놀이에서 전해진 ‘죽마고우’ 등 말과 관련된 관용어도 있다. 인간의 일상에서 지명과 관용어로 남은 이들 지명과 관용어는 말 문화가 현재의 삶과 어떻게 이어져 있는지를 보여주는 것이다.

 

* <한국민속상징사전>은 한국민속대백과사전 누리집국립민속박물관 누리집에 공개되며, 원문 자료도 내려받을 수 있다.

 

2026년 ‘병오년’은 60년 만에 돌아오는 붉은 말의 해다. 오행에서 ‘불’의 기운이 강하게 작용하는 해로, ‘역동성과 변화, 번영’을 상징하며 복이 깃드는 해로 여겨진다. 2025년에는 전년도에 일어난 윤석열의 내란을 종식하기 위해 소진하였으나, 이재명 정부 2년 차인 2026년에는 민주주의 회복과 정상화가 이루어져 대한민국이 새롭게 도약하는 해가 되길 소망해 본다.

 

 

 

2025.12.31. 낮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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