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김천 황악산 직지사를 둘러싼 짙고 투명한 단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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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악산 직지사는 한 시간쯤 차를 달리면 닿는 김천시 대항면에 있다. 그러나 수시로 절집을 찾는 불자가 아닌지라 가깝다고 해서 거길 자주 드나든다고 할 수 없고, 오히려 더 먼데 사는 이들보다 발길을 더 뜸할 수도 있다. 철들고 나서 처음 직지사를 찾은 건 30대 초반 고향의 남학교에 근무할 때 문예 동아리 아이들과 함께였다.
절집이 아니라, 황악산 산행이 목표여서 우리는 절을 휘돌아 산에 올랐는데, 쌓인 낙엽에 무릎까지 빠지는 경험을 처음으로 했던 걸 기억한다. 정상에 올랐는지 어땠는지는 잘 모르겠고, 도시락을 먹고 이야기를 나누다가 하산했었다. 그게 1988년쯤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다시 직지사를 찾은 건 2006년 9월 초순이었다. 쉰이 넘었고, 이른바 문화유산을 바라보는 시각도 달라져서인지 절의 풍경과 전각들이 예전과는 다르게 다가왔다. 아직 단풍이 들기 전이라 경내에 서 있는 나무들과 그것들이 이루는 조그만 숲이 주는 느낌이 남달랐다. ‘절집 안으로 들어온 숲’이라는 제목의 글을 쓴 이유다. [관련 글 : 절집 안으로 들어온 숲, 직지사(直指寺)]
그리고 다시 직지사를 찾은 건 6년 후 늦가을이었다. 그해 나는 경북 북부지방에서의 객지 생활을 접고 고향 가까운 구미의 학교로 옮겨왔었고, ‘절집 안으로 들어온 숲’이 늦가을엔 어떨까 기대하면서 직지사를 찾은 거였다. 그러나 기대한 만큼의 단풍은 만나지 못했는데, 아마 내가 단풍 때를 놓쳤던 거 같다. [관련 글 : 여섯 해, 직지사도 세상도 변했다]
가족과 내장산을 다녀와서 단풍에 취했다 깨어날 때쯤, 딸애가 지금은 직지사도 단풍이 절정이라 했다. 내장산에서 만나 집에 왔다가 돌아가는 아들애를 배웅하러 11월 10일, 김천구미역에 갔다가 아내와 직지사로 내달았다. 월요일이어서 오붓하게 단풍을 즐길 수 있으리라는 기대를 품고서였다.



주차장에 차를 대고, 식당과 상가를 지나니 직지문화공원, 2012년에 찾았을 때보다 훨씬 규모가 커졌고, 이런저런 조경도 새로워진 듯했다. 직지문화공원은 지역 주변의 난개발 방지와 전통 사찰 보전, 관광자원 개발, 시민 휴식 공간 등을 위해 조성한 공원인데, 공을 들인 흔적이 역력했다.
직지문화공원을 지나면 인근 직지사와 황악산을 연계한 문화·생태·체험형 관광지로 조성한 사명대사 공원이다. 공원의 랜드마크인 평화의 탑은 정면 3칸, 측면 3칸의 다포식 목조 탑으로, 41.2m 높이의 5층 구조로 신라의 황룡사 구층목탑을 참고하여 지어졌다.


목표가 황악산 단풍인지라 우리는 ‘동국 제일 가람 황악 산문’이라는 거대한 문을 지나 바로 절집으로 들어갔다. 단풍은 거기서부터 예사롭지 않은 풍경을 조금씩 엿보이고 있었다. 일주문으로 드는 길은 공사 중이었지만, 그 주변 길은 붉은 단풍이 절집 곳곳에 서 있는 고목과 어우러져 화려한 경관을 연출하고 있었다.
단풍나무 중심으로 어우러진 내장산의 단풍과 달리 직지사의 단풍은 소나무와 떡갈나무, 그리고 절집 안의 풍경과 함께 어우러져 그 색감이 훨씬 더 강했다. 특히 단풍나무는 진홍빛이라고 할 수 있을 만큼 짙고 투명했다. 단풍이 목적이었으므로 경내 전각들은 따로 돌아보지 않았다. [관련 글 : 내장산, 2025년 가을]
서툰 수사로 직지사의 단풍을 이야기하는 대신 사진으로 이 황악산의 늦가을을 전한다. 아름답고 화사한 단풍에 묻힌 신라 눌지왕 2년(418년) 아도화상이 창건하고, 임진왜란의 위기에서 나라와 민족을 구한 사명당 유정(惟政, 1544~1610) 대선사가 출가한 천년 고찰 직지사를 느껴보시길.




















2025. 11. 22. 낮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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