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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바람과 먼지의 세상, 그 길 위에 서서
이 풍진 세상에 /풍경

대구 성당못은 40년 전의 그 ‘저수지’가 아니다

by 낮달2018 2025. 10. 13.

‘대구 대표 도시 숲’이 된 성당못의 40년

*PC에서 ‘가로 이미지’는 클릭하면 큰 규격(1000×667픽셀)으로 볼 수 있음.

▲ 성당못은 원래 달성농지개량조합 소유의 농업용 저수지였으나, 지금은 시민 휴식 공간으로 바뀌면서 대구의 명소가 되었다.
▲ 성당못에는 거북섬과 학섬 등 섬 3개와 부용정, 삼선교, 분수, 연못으로 구성된 수변공원으로 전체 면적은 약 56,950㎡(17,227평)다.
▲ 이상희 시장(1982~1985)이 ‘두류공원’을 정비하면서 창덕궁의 부용정을 본뜬 부용정과 불국사 청운교를 본뜬 삼선교 등이 세워졌다.
▲ 성당못 가장자리에는 시민들의 산책길로 쓰이는 데크길이 만들어졌다. 많은 시민이 이곳을 찾아 휴식을 즐기곤 한다.
▲ 성당못 가운데에 창덕궁 부용정을 본떠 정자 부용정을 세웠다.

한가위 다음 날, 아이들과 함께 대구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리는 2025 제10회 대구사진비엔날레(The Pulse of Life 생명의 울림) 전시회를 둘러보았었다. 마치고 나오다가 문화예술회관 앞에 커다란 못이 있는 걸 보았는데, 직감으로 그게 ‘성당못’이라는 걸 알았다.

 

대구문화예술회관 들렀다가 찾은 성당못

 

대구문화예술회관에 들른 건 2021년 대구사진비엔날레에 이은 두 번째다. 그러나 서둘러 왔다가 돌아가 문화예술회관 자리가 두류공원 근처라는 정도만 유념하고 말았던 터, 그 앞에 성당못이 있다는 사실은 생각하지 못했다. 행인을 붙들고 물으니 ‘성당못’이 틀림없다. 새삼 못의 크기가 잘 짚이지 않았는데, 못 둘레에 여러 종류의 나무로 숲이 조성되어 있었고, 못 한가운데는 커다란 정자도 하나 세워져 있었다. [관련 글 : <2021 8회 대구사진비엔날레>(2021.9.10.~11.2.)]

 

덩그렇게 못만 하나 있었던 옛 기억에, 데크 길로 산책로를 만들고 시민들이 부지런히 오가는 도시 숲은 낯설었다. 그러나 지금은 2025년, 내가 거기 부재했던 40년의 공백에 성당못은 시민들의 명소로 바뀐 것이었다. 우리는 이슬비를 맞으며 못 둘레길(‘두리길’이라 한다)을 한 바퀴 돌았다. 사진기를 빼먹고 가져가지 않아서 나는 스마트폰으로 못 주변의 풍경을 담았다.

▲ 성당못의 수면에는 수련이 뒤덮여 있다.
▲ 성당못 가운데 있는 부용정으로 이어지는 삼선교. 경주 불국사 청운교를 본떠 세운 것이다. 부용정은 출입이 통제돼 있다.
▲ 성당못 둘레길에 펼쳐진 단풍나무, 배롱나무, 은행나무, 느티나무, 대왕참나무 등의 나무들이 어우러진 숲길이 좋았다.
▲ 성당못은 주변에 대구문화예술회관과 두류 워터파크, 이월드 등과 연결되어 사람의 통행이 잦다. 맞은편에 이월드 전망대가 보인다.

1969년 중학교에 진학하며 대구에 와서 고교를 졸업한 게 1975년이다. 병역을 마치고 80년에 복학하여 84년 졸업하면서 대구를 떠난 이래, 나는 대구와 별 연이 닿지 않아서 매년 두어 차례 소관을 보러 드나드는 데 그쳤다. 1980년대 이후 대구가 얼마나 비대해졌는가, 그 변화를 낯설게 받아들이면서 나는 대구 지리에도 어두워진 것이다.

 

대구를 떠난 지 40년, 성당못은 못 알아보게 바뀌었다

 

성당못은 서부정류장으로 가는 성당로 큰길 가에 있어 1970년대와 80년대 초반에 나는 버스를 타고 그 곁을 지나다니곤 했다. 그 못에 대한 기억은 못의 ‘존재’에 대한 이해,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그런데 이제 성당못은 대구의 대표 도시 숲이고, 벚꽃 명소이며, 두류공원과 함께 달서구의 랜드마크가 된 것이다.

 

인터넷에서 살펴보아도 성당(聖堂)못에 관한 정보는 보잘것없다. 성당동은 대구부 달서면 지역이었는데 1914년 행정구역 통폐합에 따라 달성군 달서면에 편입되었다가 1938년에 대구부가 확장됨에 따라 대구부에 다시 편입된 지역이라고 했다.

 

‘성당’의 한자가 종교 시설인 ‘성당(聖堂)’과 같다는 것도 이번에 알았다. 그러나 이 이름은 실제 천주교회와 관련된 것은 아니다. 못 둘레길에 대구광역시 두류공원 관리사무소에서 설치한 안내판에 쓰인 ‘유래’는 어법에 어긋난 요령부득의 설명이었다. 그러나 맥락을 살펴보면 이 일대가 옛날에는 ‘성댕이’, ‘상댕이’라고 불렸는데, 1910년부터 성당동(聖堂洞)으로 이름이 붙여지면서 못 이름도 지명을 따른 것으로 정리할 수 있겠다.

 

성당못의 건립 시기는 명확하지 않으나 고려시대부터 있었던 못으로 알려졌다. 1768년 편찬된 것으로 추정되는 <대구읍지(大丘邑誌)>에는 “성당제(聖堂堤)는 서하하(西下下)에 있고, 둘레가 3,290척(약 997m)이고 수심이 7척(약 2m)”으로 기록되어 있는데, <대구읍지>에 기록된 저수지 중에서는 감삼제(감삼못)와 대불상제(大佛上堤 : 배자못)에 이어 세 번째로 규모가 크다.

 

성당못은 조선 중엽에 채씨 성의 판서가 살던 집터였는데, 나라에서 지정한 풍수가 성당못 자리를 지나다 보니 성당못 자리가 장차 임금이 태어날 명당이어서 나라에서 집을 짓지 못하도록 못을 만들었다는 설이 있다. 그러나 성당지(聖堂池)는 불상지(佛上池), 연화지(蓮花池)와 더불어 <신증동국여지승람>(1530)에 기록된 저수지로 고려시대부터 있었던 것으로 추정되고 있으니 그 설은 호사가들의 얘깃거리 이상이 아니다.

▲ 2022년에는 대구시에서 성당못 서쪽 숲을 대구 대표 도시 숲으로 조성하였다고 하는데, 거긴 따로 가 보지 못했다.

언제 다시 ‘대구 대표 도시 숲’을 찾을 수 있을까

 

성당못은 과거에는 달성 농지개량조합 소유 농업용 저수지였다. 이상희 대구직할시장(1982~1985)이 ‘두류공원’을 정비하면서 창덕궁의 부용정을 본뜬 부용정(芙蓉亭)과 경주 불국사 청운교를 본뜬 삼선교를 세우는 등 공원으로 조성되었다.

 

성당못은 3개의 섬과 부용정, 삼선교, 분수, 연못으로 구성된 수변공원으로 전체 면적은 약 56,950㎡(17,227평)다. 원래 성당못은 지금 크기보다 2배 정도였는데 동쪽을 메워 인라인스케이트장과 주차장을 조성했다. 성당못은 주변의 대규모 문화 공연장인 대구문화예술회관과 두류 워터파크, 놀이동산인 이월드 등과 연결되어 사람의 통행이 잦다.

 

성당못 둘레에는 산책로가 조성되어 있으며, 2022년에는 성당못 서쪽 숲을 24,779㎡를 ‘대구 대표 도시 숲’으로 조성하였다. 이 숲은 미세먼지 저감과 시민 휴식 공간을 위해 조성된 이 숲은 메타세쿼이아길, 단풍나무 터널, 은행나무길 등의 특색 있는 숲길과 데크 전망대, 쉼터, 초원 광장 등이 있다고 하는데, 가을 단풍이 곱게 물들 때, 다시 한번 성당못을 찾을 수 있으면 좋겠다.

 

 

 

2025. 10. 12. 낮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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